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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과장의 처세 X파일

가치가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비양립성 오류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가치가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가치가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방 과장은 월요일부터 마음이 답답하다. 지난 주말 여섯 살짜리 아들이 고열로 응급실을 찾았기 때문이다. 하루 쉬고 싶었지만 중요한 회의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출근했다. 경황없이 회의를 마치자마자 방 과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팀장님, 집에 일이 있어서요. 좀 일찍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오늘 회의 결과로 할 일을 잔뜩 떠안은 팀장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아이가 좀 아파서요.”



방 과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팀장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회의 결과에 대해 과장으로서 책임을 못 느끼는 건가” “가정과 조직 가운데 뭐가 중요한지 판단을 잘 못 하는 것 같다” 하면서. 방 과장은 귀로는 팀장 말을 듣지만, 머릿속은 아이 걱정으로 가득했다. 계속되는 팀장의 잔소리에 짜증이 쌓이는 방 과장. 도대체 무엇이 방 과장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축구팬이 아니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만약 축구팬이라면 그 이상으로 강렬하게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결승전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1대 1로 팽팽히 맞서다 결국 연장전까지 간 두 팀. 사건은 연장전 후반 3분에 벌어졌다. 프랑스 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넣는 등 맹활약을 펼친 지단 선수가 공이 아닌 상대팀 마테라치 선수의 가슴에 헤딩을 하고 퇴장당한 것.

당시 이 장면을 지켜본 많은 사람이 지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축구선수에게 월드컵 결승전만큼 중요한 경기가 또 없을 텐데 그 경기를 스스로 망쳐버렸으니 말이다. 더욱이 지단은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지단의 행동에 대해 많은 언론이 사건 배경을 취재했다. 그리고 상대팀 선수가 지단 가족에 대해 험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 지단에겐 축구선수로서의 영광보다 가족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이렇게 말해도 축구팬이 지단의 행동을 100% 이해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축구팬이라면 축구선수에게 팀 승리나 선수로서의 명예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은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는 상대도 중시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를 조직심리학에선 ‘비양립성 오류’라고 한다. 이런 오류에 자주 빠지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과 갈등이 많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리더, 특히 성공 경험이 많은 리더에게 이런 오류가 흔히 나타난다. 이들은 자신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진짜 중요한 걸 모른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에 대한 확신이 클수록, 상대보다 지식이나 경험이 많다고 자신할수록 더 자주 이런 오류에 빠진다. 그래서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건 당신이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아직 몰라서 그래”라며 상대를 가르치려 든다. 방 과장의 팀장이 그랬듯.

자기가 중요시하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어떤 가치가 옳다 그르다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지단이나 방 과장처럼 가족을 중시하는 것은 무조건 고상하고, 성공 지향적인 태도는 속물적이라고 간주해버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저 중요시하는 가치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

가치가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당신이 리더라면 부하직원에게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물어보라. 그다음 그것 가운데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라.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라. 설령 당신이 중시하는 것과 정반대의 것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만일 그것이 조직 전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다르다면? 그래서 능력이 뛰어남에도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다면? 그렇더라도 그 가치를 바꾸려고 애쓰지 마라. 부하직원은 지금 현재로도 충분히 만족할지 모른다. 그도, 당신도 틀린 게 아니다. 그냥 다른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기업교육 전문기관인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장으로, 기업의 협상력 향상과 갈등 해결을 돕는다.



주간동아 2012.04.09 832호 (p36~36)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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