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8

2012.03.12

누운 노인 ‘번쩍’ 병구완 로봇에 감탄

일본에선 영화 속 로봇 세상 하나 둘 실현…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

  • 김동운 도쿄 통신원 dogguli@hotmail.com

    입력2012-03-12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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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운 노인 ‘번쩍’ 병구완 로봇에 감탄

    일본 히가시오사카시의 중소기업우주개발협동조합(솔라)은 2020년까지 키 150㎝, 체중 50㎏의 두 발로 걷는 로봇을 만들어 달 탐사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은 솔라가 제작한 포스터.

    일본에서는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알아서 청소를 해주는 로봇은 TV 광고의 단골손님일 정도다. 깨지기 쉬운 접시를 닦고 그릇 정리를 하는 로봇도 나왔다. 고령자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말하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고 지정된 음성에 반응해 일을 처리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일본의 로봇 개발은 복지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09년 ‘생활지원 로봇 실용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5년 기한으로 병구완 등 복지 부문에서 인간에게 유용한 차세대 로봇을 실용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로봇 개발이 활성화하면서 로봇과 함께 생활할 때의 사회적 윤리와 안전성도 새롭게 검토해야 할 점으로 떠올랐다.

    며칠 전 TV에서 화제의 로봇을 소개했다. 세계 최초로 사람을 안을 수 있는 로봇이라고 했다. 일본에는 고령자가 많은 만큼 병구완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제품은 현재 노인복지시설에서 시험 중이다. 로봇이 침대에 누운 노인을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로봇이 생활 속에서 다양한 기능을 해내는, 만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지도 모르겠다.

    고령자와 장애인 자립 도우미

    일본 경제산업성의 ‘생활지원 로봇 실용화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TV에서 소개한, 사람을 안을 수 있는 로봇도 그중 하나. 로봇 이름은 ‘리바2(RIBA2)’로 2009년 8월 처음 공개된 리바(RIBA·Robot for Interactive Body Assistance)의 후속 기종이다. 독립행정법인 이화학연구소와 토카이고무공업주식회사가 공동 개발한 리바 시리즈는 사람이 안은 것과 똑같은 느낌을 주려고 최신 인체공학 기술을 활용했다. 체중을 감지하는 센서를 로봇의 양팔과 가슴에 부착해 사람을 안을 때 상대방 몸무게와 위치 등을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양팔 각도 등을 조절해 불편한 자세에서도 최대 80kg의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리바2는 현재 병구완시설과 노인복지시설에서 시험 중으로, 2015년 상품화를 목표로 한다. 노인복지시설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안아 옮기는 일이 중노동에 속한다. 일손이 부족한 일본의 노인복지시설에서 리바가 꼭 필요한 이유다.



    리바와 함께 주목받는 로봇이 ‘하루’(HAL·Hybrid Assistive Limb)다. 하루는 쉽게 말해 사람이 가진 힘을 몇 배에서 몇십 배로 증폭시키는 파워슈트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악의 무리와 싸울 때 입었던 옷이 바로 파워슈트. 총이나 포탄을 맞아도 끄떡없고, 마하의 속도로 날 수 있는 첨단 장비다. ‘아이언맨’에 나오는 파워슈트 수준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파워슈트를 상용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걷기 불편한 고령자나 장애인에게 하루를 입혀 생활 자립을 돕고자 하는 것이다.

    누운 노인 ‘번쩍’ 병구완 로봇에 감탄
    하루의 작동 원리는 이렇다. 사람이 근육을 움직이고자 하면 뇌에서 발생한 신경신호가 근육에 전달되고, 이 때문에 근골격계가 작동한다. 이때 미량의 생체전기신호가 피부에 흐르는데, 하루는 이 피부 신호를 감지하고 근육 움직임에 맞춰 파워슈트를 움직인다. 하루는 생체신호를 감지해 사람이 움직이고자 하는 대로 동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람과 똑같은 동작을 해낼 수 있는 최신 사이보그 로봇이다. 하루의 활용 폭은 무척 넓다. 신체 기능에 문제가 있는 고령자의 자립을 도와주는 것을 시작으로, 공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다룰 때나 재해현장의 구조 활동을 펼칠 때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장소에서 작업하는 로봇도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먼저 국제구호시스템연구기구의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구조로봇 ‘케나후’가 있다. 대형 폭발이 일어날 위험성이 있는 화재 현장이나,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작업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구조작업이라고 해서 직접 인명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2차 폭발이나 여진의 우려 탓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현장에 투입돼 내부 상황을 파악한 뒤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당시 위험물질로 가득한 원자로 내부 상황을 파악하려고 이용한 것도 케나후와 비슷한 기능을 지닌 군용 폭발물처리로봇이었다.

    고비용에 상용화엔 시간 걸릴 듯

    누운 노인 ‘번쩍’ 병구완 로봇에 감탄

    2011년 7월 하루(HAL) 제조업체인 사이버다인사의 연구원들이 다리 부분을 착용하고 테스트에 나섰다.

    가정에서 고령자의 신체 부담을 경감해줄 로봇 개발도 한창이다. 도쿄대를 중심으로 도요타자동차와 파나소닉 등 민간 7개 회사가 참여한 도쿄대 IRT연구기구에서는 크기와 재질이 다른 식기를 집어 식기세척기에 넣을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의 손 부분에 감각 센서를 부착해 식기 형태나 미끄러움 정도 등에 따라 동작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태그가 붙은 컵을 쟁반에 담아 운반하거나 메뉴를 누르면 사전에 입력된 정보대로 음식을 조리하는 로봇도 이미 개발했다.

    하지만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을 상용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빨래를 옮기거나 구운 빵을 식기에 담는 데 수백만 엔을 사용할 사람은 별로 없다. 안전성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로봇도 기계이다 보니 시스템 오류 등으로 인한 오작동 탓에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도 일본의 로봇산업은 비교적 전망이 밝다. 로봇 팔이 접시를 잡고 빵을 나르는 동작은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최신 기술이 필요하다.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로봇산업은 앞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주요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미래에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던 장면이 일본인의 생활 속에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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