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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관료주의가 후쿠시마 사고 더욱 키웠다

그래도 원자력이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관료주의가 후쿠시마 사고 더욱 키웠다

관료주의가 후쿠시마 사고 더욱 키웠다

이정훈 지음/ 북쏠레 펴냄/ 274쪽/ 1만2800원

3월 11일은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 발생 1주년인 날이다. 처참했던 사건에 대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가운데 방사능 피폭 후폭풍 소식이 지금도 들려온다. ‘동아일보’ 원자력 전문기자로 활약해온 저자는 후쿠시마 사고를 한국적 시선으로 정리했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방사능 유출은 여섯 기의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가운데 네 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난 전대미문의 사고다. 그러나 한 기에서 폭발한 체르노빌 원전 4호기 사고보다 피해가 적었다. 저자는 “체르노빌에서 수십만 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실제 사망자는 현장에서 숨진 31명, 방사선 과다 피폭으로 19년간 치료를 받다 숨진 28명 등 59명”이라고 말한다.

반면 후쿠시마에서는 방사선 피폭으로 숨진 사람이 1명도 없다. 현장에서 대지진과 쓰나미를 피하지 못한 2명이 숨졌을 뿐이다. 도쿄전력은 쓰나미에 대한 매뉴얼은 만들어놓지 않았다. 따라서 쓰나미로 전원을 잃어 후쿠시마 발전소가 수소폭발한 것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수소폭발 이후에는 매뉴얼에 따라 대응해 인명 피해가 없었다.

저자는 후쿠시마 사고가 이렇게 커진 원인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관료주의 및 상상력 빈곤에서 찾는다. 사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에 거대한 비상발전기를 14대나 설치했지만 모두 지하에 둔 것이 문제였다. 만약 지상에 설치해놓았더라면 쓰나미가 사라진 후 곧바로 수리해 전기를 생산했을 것이다. 발전소 지하실에 찬 물을 빼내려면 양수기를 돌려야 하는데 여기에 쓸 전기조차 없어 발전소가 폭발했다.

발전소에 수소폭발 위기가 닥치면 바닷물을 원자로에 주입하는 것이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1조 원짜리 원전은 버려야 한다. 도쿄전력 간부들은 주주의 손해를 의식해 어느 누구도 원전 폐기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3월 12일 1호기가 수소폭발을 일으키자 요시다 마사오 후쿠시마 제1발전소장이 추가 폭발을 막으려고 해수를 주입했다. 그런데 보고를 받은 간 나오토 총리는 해수를 주입하면 핵연료가 다시 핵분열을 한다는 엉뚱한 생각으로 만류했다.



그러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간 총리 발언을 따른 도쿄전력 간부가 요시다 소장에게 해수 주입 중단을 지시했다. 하지만 현장의 요시다 소장은 해수를 계속 주입했다. 그럼에도 결국 3호기, 2호기, 4호기에서 연쇄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도쿄전력 간부의 무책임주의와 원전을 알지도 못하면서 말을 앞세운 간 총리 때문에 수소폭발 피해가 커졌다.

저자가 제시하는 원전 사고를 피하는 방법은 쉽고 간단하다. 비상발전기를 트레일러에 올려놓았다가 쓰나미가 닥쳐오면 트레일러를 몰고 안전지대로 대피한 뒤 바닷물이 빠지면 되돌아와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수소폭발의 원인인 수소를 제거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책은 지극히 공학적인 후쿠시마 사고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냈다.

“안보와 안전을 책임진 사람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을 생각해 대처하라’는 ‘Think the Unthinkable’ 자세와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위험한 불’인 원자력을 유용한 불로 활용할 수 있다.”

영화 ‘아바타’에서 거대한 새 투르크 막토를 제어한 주인공이 나비족의 리더가 되듯, 강력한 불인 원자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강국이다. 물론 안전이 최우선이다.



주간동아 828호 (p76~76)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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