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5

2012.02.20

으랏차차 ‘그린 카 4강’ 레이스

한국 수소연료전지車에서 특히 강세…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종합지원책 필요

  •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2012-02-20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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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랏차차 ‘그린 카 4강’ 레이스

    2011년 11월 도요타가 공개한 첫 양산형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자동차 ‘프리우스 PHV’

    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 개편과 함께 연비(燃比) 규제 강화 등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맞물려 자동차업체가 저공해·고연비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소비자도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자동차 구입을 늘림에 따라 자동차산업은 생태계를 새롭게 짜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정부는 수요 촉진을 위해 노후 자동차를 저공해·고연비 모델로 교체하거나 소위 그린 카(Green car)를 구매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또한 자금난에 봉착한 자동차업체가 그린 카를 개발하도록 연구개발 보조금을 지급하고, 관련 생산 설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줘 왔다. 더불어 지원 성과를 평가하면서 환경과 연비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자동차업체가 그린 카 개발과 상용화에 매진하도록 독려했다.

    일반적으로 그린 카는 하이브리드자동차와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자동차를 가리킨다. 다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디젤자동차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럽연합(EU)의 환경기준인 유로 5 이상을 충족하는 클린디젤자동차를 그린 카에 포함시켰다. 그동안 하이브리드자동차가 그린 카를 대표했으나, 하이브리드자동차가 내연기관을 사용한다는 한계 때문에 공해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자동차가 새로운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그린 카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는 자동차산업 태동기와 1990년대 초에도 상용화됐으나 성능, 충전하부구조, 가격 등의 문제로 양산은 못했다. 전기자동차의 한계를 간파한 도요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하이브리드자동차를 꾸준히 개발해 1997년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저유가로 판매가 부진했다. 그 사이 서유럽 자동차업체들은 디젤자동차의 성능을 높이는 데 적극 나섰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업체는 휘발유 하이브리드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기술 면에서도 앞섰으며, 서유럽 자동차업체는 클린디젤자동차 부문에서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구축했다.

    자동차산업 ‘친환경’으로 개편 중



    한편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과 프랑스 자동차업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르노자동차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경쟁구조를 혁신하고 새롭게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닛산자동차, 프랑스 정부와 함께 전기자동차를 되살리는 데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다. 미국 정부도 에너지 다소비 모델의 생산과 판매에 치중해온 자동차업체 빅3의 체질 개선을 위해 그린 카 개발과 상용화를 조건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했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당근과 채찍 정책을 운용하면서 자동차산업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개편해나가는 중이다.

    이미 클린디젤자동차는 판매가 보편화됐고, 휘발유 하이브리드자동차도 4세대 모델이 나올 정도로 기술이 진일보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체들은 플러그 인 및 디젤 하이브리드, 그리고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물론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세계 유수 자동차업체가 수소연료전지자동차를 시험 주행하는 단계고, 2015년부터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수소 생산 및 저장, 충전하부구조 구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업체는 최근 자동차전시회뿐 아니라 전자전시회에서도 전기자동차 모델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양산과 보급을 위해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상호 연계하는 다중 융합(triver gence)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에 장착하는 전장 부품의 비중은 30%가 넘지만, 전기자동차의 경우 그 비중이 최대 70%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기자동차가 전기화, 스마트화, 경량화, 접속화(connected) 등으로 진화하면서 정보기술(IT)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무선통신업체뿐 아니라, 배터리 생산 화학업체, 전력 공급업체, 경량·고강도 소재 생산업체, 타이어업체, 전기공사업체 등 다양한 업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각국 정부 역시 이러한 융합 생태계 조성을 돕고 있다. 이처럼 그린 카의 산업 생태계는 그 범위를 확대하면서 연관 산업과의 공생 기반 강화에 기여한다.

    세계 각국 다양한 정책 수단 동원

    으랏차차 ‘그린 카 4강’ 레이스

    현대자동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우리나라는 2010년 산학연관 공동으로 ‘그린 카 전략 포럼’을 개최해 ‘2015년까지 그린 카 기술 4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그린 카 및 관련 부품, 충전기 개발과 관련 하부구조 구축 등에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술을 확보했으며, 전장 부품 기술도 일취월장 중이다. 또한 완성차업체가 클린디젤자동차와 하이브리드자동차를 양산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도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그린 카 종합경쟁력을 경쟁국과 비교해 보면 클린디젤은 독일과 프랑스, 일본, 하이브리드는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아직까지 우위를 가늠키 어려우나, 상용화 측면에서는 일본, 프랑스, 미국이 앞선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경우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볼 때 우리나라는 2015년 독일, 일본, 미국과 함께 그린 카 4강 대열에 오를 전망이다.

    으랏차차 ‘그린 카 4강’ 레이스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차 투싼 2대와 스포티지 1대가 2008년 8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대륙 횡단의 최종 목적지인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자 회사 임직원이 성공적인 횡단을 축하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자동차산업의 기술, 시장, 경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자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상황에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 자동차산업이 세계 4강에 안착하려면 기업의 전략과 정부의 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 주체인 자동차업체의 혁신 의지다. 그동안 전 세계 자동차업체는 그린 카 관련 기술에 대한 보호주의를 강화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의 경쟁 환경이 불투명해지고 그린 카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데 자동차부품 업체와 연관 산업의 구실이 중요해지면서 폐쇄형 혁신 구조를 개방형 구조로 바꿔 나가는 중이다. 반면 우리 자동차산업의 혁신 생태계는 아직까지 완성차 주도형의 준폐쇄형 구조에 머물고 있다. 부품업체의 혁신 역량과 수평적, 전략적 제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완성차업체가 수직통합형의 공급망 구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성차업체의 비즈니스 모델 개선과 함께 부품소재 등 연관 산업이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한편 정부는 우리 기업이 그린 카를 양산해 수출할 수 있도록 종합 지원체제를 운용해야 한다. 경쟁국은 정부 주도하에 보완성이 강한 이업종 업체가 대형 컨소시엄을 구성해 그린 카 산업을 일사불란하게 육성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수 부처가 개발, 보급, 하부구조 구축 등과 관련해 임무를 분담하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또한 기업에 대한 예산 지원이 부처별로 이뤄지다 보니 자원 배분 효율성도 떨어진다. 따라서 정책 간 연계는 물론 기술과 산업의 융합 추이를 고려한 종합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관련 기업이 손을 잡고 따라갈 때 그린 카 4강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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