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5

2012.02.20

악성은 아니다 그러나 비밀침해다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 판매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02-20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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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성은 아니다 그러나 비밀침해다

    스포츠 스타 김연아(위)와 신수지의 미니홈피.

    바야흐로 인터넷 중심의 디지털 시대다. 검찰에 대한 개혁 요구와 권위주의적 사법에 대한 불신 담론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감대를 넓힌다. 법은 늘 세상의 변화를 뒤따르게 마련이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 발전이 눈부시다.

    이젠 유행이 지났지만, 인터넷 ‘미니홈피’에 관한 최신 판례가 눈에 띈다. 어떤 사람이 미니홈피에 누가 방문하는지를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면, 법적으로 어떤 판결을 받을까.

    피고인들은 미니홈피 방문자를 추적해주는 사이트를 운영했다. 그리고 유료회원이 방문자 추적서비스를 신청하면, 방문자 모르게 그들의 쿠키(인터넷 방문자가 특정 홈페이지를 접속할 때 생성되는 정보)를 조작해 홈페이지 고유번호(TID)를 알아내는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방문자 이름, IP 주소, 방문 시간 같은 접속기록은 피고인들의 서버에 전송돼 기록되도록 했다. 미니홈피가 인기를 끌자, 방문자 접속정보와 함께 방문자의 예상 접속지역 정보를 월 1만 원에 회원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사업을 고안해 운영한 것이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의 정상적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했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1조 제9호와 제48조 제2항을, 정보통신망이 처리·보관·전송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같은 법률 제71조 제11호와 제49조를 각각 위반했다고 기소했다.

    1심은 모두 유죄로 판결했으나, 2심 법원은 1심을 깨고 악성프로그램 유포에 대해서는 무죄, 비밀 침해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수긍했다.



    이때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서 규정한 ‘타인의 비밀’은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인 것’을 말한다.

    피고인들이 유포한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은 방문자 정보를 피고인들이 운영하는 방문자 추적사이트 서버로 유출하지만, 그것이 설치된 후에도 미니홈피 운용이나 이용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데다 그 프로그램이 서버 접속을 지연시키는 등 정보통신시스템의 운용을 방해했다고 볼 증거가 없으니 악성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미니홈피 방문자의 이름과 고유 아이디, 방문 일시, IP 주소, 그 전에 방문한 미니홈피의 운영자 이름 등 피고인들이 유료회원에게 제공한 방문자 접속 기록은 미니홈피 서비스 운영업체에서 제공하지 않는 정보다. 따라서 일반인은 알 수 없는 것이고, 단순히 방문자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개인적인 신상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해당한다. 미니홈피 방문자는 이러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자유롭게 방문한다. 따라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방문자에게 이익이므로 이들의 접속 기록은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이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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