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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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A대표팀 플랜B ‘실종사건’

주전 몇몇 빠지면 경기력 뚝 떨어져…K리그 경험 살리는 것도 한 방법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입력2011-12-05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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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하반기 한국 축구의 키워드 중 하나는 ‘플랜B’다. 플랜B는 쉽게 말해 대안 이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것에 대비해 세워놓은 또 다른 계획을 뜻한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1월 열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중동 원정경기에서 레바논에게 1대 2로 충격의 패배를 당하자 플랜B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플랜B의 중요성을 보여준 레바논전

    국가대표팀은 11월 중동 원정 2경기를 연달아 치렀다. 11일 아랍에미리트(UAE)전, 15일 레바논전이 그것이다. 결과는 1승1패. UAE전에서는 큰 문제없이 2대 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UAE전 말미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대표팀 주장이자 부동의 원톱이던 박주영(아스널)이 후반 27분 옐로카드를 1장 받았다. 결국 그는 경고 누적으로 레바논과의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어지러움을 호소한 기성용(셀틱)까지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광래호는 핵심 멤버 2명을 제외한 채 레바논전에 임했다.

    우려했던 일은 현실이 됐다. 레바논전에서 한국은 경기 시작 4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내내 고전하다가 세계랭킹 146위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문제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는 점이다. 조광래 감독은 이날 경기에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손흥민(함부르크), 이승기(광주), 이근호(감바 오사카) 등으로 공격진을 구성했다. 원톱 출전이 유력했던 지동원(선덜랜드)은 컨디션 난조로 후반 교체 투입됐다.

    이근호를 제외하고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은 레바논 홈팬의 열광적인 응원과 상대의 예상치 못한 파상공세에 우왕좌왕했다. 효과적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조광래호 특유의 짧은 패스를 활용한 공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수들은 공을 간수하기에 급급했을 정도로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레바논 직후 언론들은 조광래호가 주전이 제외된 상황에서 어떤 멤버로 어떻게 경기를 치를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음을 지적하며, 플랜B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핵심 멤버가 부상 등 다양한 이유로 제외됐을 경우, 대표팀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술과 선수 기용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사실 이것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다. 올해 2월 박지성(맨유)과 이영표(무적)가 대표팀에서 은퇴한 직후 한국 축구는 그들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2명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가자 위기상황에서 팀을 이끌어줄 리더의 부재 같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국가대표팀과의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올림픽대표팀은 플랜B의 완성도를 높인 좋은 사례라고 평가할 만하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올림픽대표팀은 계속해서 힘든 상황을 맞이했다. 구자철과 지동원 등 핵심 멤버 일부가 유럽에 진출하며 팀에서 이탈했다. 올림픽 예선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공식 A매치 데이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차출이 불가능하다. 또한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일부는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간혹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게다가 내부 갈등도 있었다. 올림픽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을 국가대표팀이 발탁하면서 홍정호(제주) 등은 올림픽호에 합류치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중복 차출 문제가 불거지자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올림픽대표와 국가대표에 동시에 속한 선수를 마음껏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올림픽대표팀이 반면교사

    그러자 홍 감독은 현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대학과 프로에서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홍 감독은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대학에 있는 선수를 모아놓고 훈련시키면서 팀 전술에 잘 적응하는 인재를 발탁했다. 그중 한 명이 백성동(연세대)이다. 그는 20세에 불과하지만 선배들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최근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또한 일본 J리그 선수 차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J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려 직접 일본 구단에 협조를 구했다. 일본인인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트레이너도 활용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선수 차출 조절이다. 홍 감독은 중요치 않은 경기에는 J리그 구단들에 무리한 차출 요구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서는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했다. 11월 27일 열렸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예선 3차전 홈경기에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대부분이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홍 감독의 차출 조절 덕분이다.

    물론 국가대표팀은 올림픽대표팀과는 상황이 다르다. 국가대표팀은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로 꾸리는 팀이다. 선수 차출 조절이나 인재 발굴 등이 중요치 않다. 이미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를 모아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대표팀이 만들어야 할 플랜B는 올림픽대표팀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현 대표팀이 구성해야 할 플랜B는 먼저 박주영, 기성용, 차두리(셀틱) 등 대표팀 핵심 멤버가 경기에 출전치 못할 경우, 그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카드를 찾는 것이다. 기량뿐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무장돼 원정경기 같은 힘든 상황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며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줄 무게감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해외파 중에 그런 선수가 없다면 K리그에서 찾아야 한다. 한 번 불러들인 뒤 외면하고 있는 이동국(전북)이나 대표팀에서 다소 밀려나 있는 염기훈(수원)은 A매치 경험도 많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등을 통해 아시아에서는 검증을 마친 선수다. 이들은 지금 대표팀 선수보다 나이는 많지만 아직도 충분히 제몫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K리그에서 증명해 보이고 있다.

    해외파의 컨디션 관리도 필수적이다. 현재 해외파 가운데 소속팀에서 꾸준히 선발로 출전하는 선수는 기성용 1명에 불과하다. 차두리, 구자철, 지동원, 손흥민, 남태희(발랑시엔)는 선발 출전 기회가 많지 않고 벤치를 들락거리는 경우가 잦다. 박주영은 아예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이 때문에 이들은 대표팀에 합류해서도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꾸준한 관리를 통해 선수가 최소한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유럽 국가들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이들을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한국은 내년 2월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홈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하지만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6월부터 시작하는 최종예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최종예선에서는 3차 예선보다 더 강한 상대들과 경기를 치러야 한다. 힘든 중동 원정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지금보다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극복하고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루어낼 수 있다. 더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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