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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곱 살 전에 놀이학습, 우리 아이 영재로 커간다

강남 상위 1% 유치원의 ‘누구나 할 수 있는 창의력 교육법’…마음껏 놀게 해주는 환경이 중요

  • 백경선 객원기자 sudaqueen@hanmail.net

일곱 살 전에 놀이학습, 우리 아이 영재로 커간다

일곱 살 전에 놀이학습, 우리 아이 영재로 커간다
“보통 부모님은 아이가 우유를 찾으면 컵에 따라주잖아요. 그러지 말고 투명한 컵에 선을 긋고 그 선까지 아이가 직접 우유를 따르게 해주세요. 단순히 우유를 따르는 행위지만 성취감과 조심성, 자립심을 키워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유를 담은 컵에 빨대를 꽂아 거품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다. 빨대를 불면서 힘 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고 거품 때문에 시각과 청각에 자극도 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과일로 즙을 낸 뒤 우유에 넣어 과일우유를 만들면 미각을 자극할 수도 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18년간 영재교육 노하우를 쌓아온 LGS영재연구소 이고은(32) 교사의 말이다.

국내 명문대뿐 아니라 하버드대, 예일대 등 해외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을 다수 배출했다는 LGS영재연구소의 모토는 ‘두뇌는 학습보다 놀이를 더 좋아한다’다. 특히 일곱 살 전에 과도하게 학습하면 오히려 학습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이 연구소도 한때는 고액 교구와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창의성 교육에 접근한 적이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무엇’으로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아이들의 창의성을 기르려면 마음껏 놀게 해주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오감을 최대한 자극할 수 있어야

영재교육의 권위자인 미국 코네티컷대 조지프 렌줄리 교수는 지능, 과제 집착력, 창의성을 영재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는 영재를 성취적 영재와 창의적·생산적 영재 두 부류로 나누고, 역사적으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대부분 지능이 높은 성취적 영재보다 과제 집착력과 창의성이 뛰어난 창의적·생산적 영재라고 주장했다.



LGS영재연구소는 렌줄리 교수의 이론에 입각해 영재성의 핵심을 창의성으로 본다. 창의적 사고력과 연관 있는 전두엽이 가장 발달하는 시기는 바로 세 살부터 여섯 살까지. 이 시기에 창의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어떻게’다. 그 대답이 바로 ‘놀이를 통한 학습’이고,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소의 결론이다.

물론 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잘’ 놀아야 한다. 오감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확장하며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놀이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창의력 놀이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상의 모든 것이 창의력 놀이가 될 수 있다.

일곱 살 전에 놀이학습, 우리 아이 영재로 커간다
앞에서 본 과일우유 만들기와 함께 마른 빨래, 특히 양말 개기도 훌륭한 놀이다. 양말끼리 대보면서 자연스럽게 길이 개념을 알고, ‘길다’와 ‘짧다’라는 반대말도 알게 된다. 같은 모양, 같은 색 양말의 짝을 찾으면서 일대일 대응을 익히고, 색 양말을 분류하면서 색 인지를 할 수 있는 식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짝을 찾은 양말을 돌돌 말아 개면 소(小)근육을 키울 수 있고, 돌돌 만 양말을 바구니에 던져 넣는 놀이를 통해 대(大)근육과 조정능력도 향상할 수 있다.

양말 짝 찾기를 했다면 다음에는 신발을 정리하고 신발 짝 맞추는 놀이도 추천할 만하다. 엄마 아빠의 신발을 신고 엄마 아빠 역할놀이를 하면서 어휘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다. 렌줄리 교수의 경우 자신의 자녀들을 키울 때 손가락 인형놀이를 자주하면서 어휘력과 표현력을 길러줬다고 한다.

이고은 교사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창의력 놀이는 무궁무진하다”면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판만 벌려주면 된다”고 말한다. 굳이 값비싼 시설을 찾거나 교재를 구입하지 않아도 주방, 욕실, 거실, 침실 등 집 안 곳곳이 창의력 놀이터가 될 수 있다. 다만 판을 벌일 때 오감을 최대한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감 체험은 기억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

LGS영재연구소를 찾은 날, 아이들은 미역으로 오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검은색의 딱딱한 미역은 물에 넣자 점점 녹색으로 변하면서 부드러워지고 미끌미끌해졌는데, 그 느낌이 좋은지 아이들은 조그만 손으로 계속 만지작거렸다. 선생님이 무슨 냄새가 나느냐고 묻자 미역을 코에 갖다 대고 심지어 혀로 핥기도 했다.

정답이나 목표가 없는 게 창의력

일곱 살 전에 놀이학습, 우리 아이 영재로 커간다

전두엽이 가장 발달하는 시기인 3~6세. 놀이를 통한 학습은 아이의 창의력을 기르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다.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하지 마라”고 제지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결코 간섭하지 않는 것이 수업의 철칙인 셈이다. 판을 벌려준 뒤에는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 이 교사의 설명이다.

“손에 돋보기를 쥐어주면 아이들은 그것으로 별짓을 다 합니다. 밀가루도 푸고, 탁구도 하고, 벌레도 잡고…. 아이들에게 돋보기는 보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어른에게 1+1의 답은 2뿐이지만, 아이에게 1+1의 답은 무한하니까요.”

창의성은 정확한 답이나 목표가 없는 활동에서 나온다. 강요된 목표 없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 그것이야말로 창의성 발달에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모양과 맛을 스스로 생각해 과자를 만들거나, 블록으로 다양한 모형을 만들어보게 하는 것도 좋다.

아이에게 창의력 놀이를 시키려고 LGS영재연구소 같은 특화된 시설에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놀이를 일반 가정에서 해도 기대 이상의 반응과 효과가 나온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설명. 쉽게 말해 누구나 특화된 창의력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는 최근 ‘우리집은 창의력 놀이터’라는 책을 통해 그간의 노하우를 공개하고, 가정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는 부모를 위해 놀이할 때 사용할 언어 표현과 태도까지 꼼꼼히 일러준 가이드다. 책을 읽은 뒤 아이와 함께 놀았던 이야기를 온라인 카페에 올리면 연구소 측 조언도 들을 수 있다. 다음은 창의력 프로그램을 가정에서 진행하는 실험에 참가했던 학부모의 말이다.

“큰 볼에 담긴 물건을 숟가락, 국자, 집게 등을 이용해 옮겨보도록 했습니다. 떨어뜨리지 않고 옮겨야 하니까 아이도 꽤 집중하더라고요. 비싼 장난감보다 오히려 생활용품 하나로 엄마 아빠와 깔깔거리며 함께 하는 놀이가 아이에게 더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16개월 유주 엄마)

“아이들과 함께 채소로 다양한 놀이를 했어요. 먼저 채소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죠. 색깔을 살펴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른 개수를 세어도 보고 나눗셈의 원리도 적용해 숫자 세기도 해봤어요.”(4세 서윤이, 6세 재영이 엄마)

창의력 놀이는 돈이 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사랑과 시간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이 LGS영재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부모의 노력이 커질수록 아이의 영재성은 물론 행복도 커진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아는 이야기가 아닌가. 사교육 1번지인 강남의 영재유치원에서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이 이렇듯 누구나 아는 평범한 진실이라는 점이야말로 가장 새롭다고 해야 할 듯하다.



주간동아 799호 (p42~43)

백경선 객원기자 suda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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