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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보는 미국으로 경제는 중국으로 ‘한 걸음 더’

KDI 국제정책대학원 박진 교수 “G2시대 한국이 살려면 6대 4 치중 전략 필요”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안보는 미국으로 경제는 중국으로 ‘한 걸음 더’

안보는 미국으로 경제는 중국으로 ‘한 걸음 더’

1월 19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오른쪽)과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 G2시대에 적응하는 것은 한국의 숙명이다.

실력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던(韜光養晦·도광양회) 중국이 패권 욕구(大國起·대국굴기)를 조심스레 드러내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국가가 위안화 경제권으로 휩쓸린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산다. 가장 큰 무역 파트너가 중국.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구매력 평가(PPP)로 환산한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논란이 없지 않으나 G2시대가 도래한 것만은 분명하다.

한반도는 G2가 부딪히는 경계면에 서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중국의 부상을 놓고 기회론과 위기론이 충돌한다.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맞서야 한다” “중국을 파트너로 선택해야 한다”는 좌·우파 일각의 극단론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박진 교수는 경제학 틀로 ‘G2시대, 한반도가 살아가는 법’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용미(用美·미국을 활용하는 것), 용중(用中·중국을 활용하는 것)을 섞은 ‘국가 전략으로서의 개방’을 해법으로 내놓는다.

한중 경협 확대는 북한을 옥죄는 수단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없다. 중국은 미국과 소원한 한국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한국이 중국과 기능적으로 가까워질수록 미국도 한국을 더 중시할 것이다.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기 쉬운 분야, 어려운 분야가 있다. 경제 영역은 외교·안보 분야보다 양다리 전략을 사용하기 유리하다.”

그의 시선은 국제 정치 및 안보 전문가의 그것과 각도가 다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어깃장을 놓는 좌파에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중국을 견제 대상으로만 보려 하는 일부 우파와도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경제적으론 미국보다 중국에 더 밀착해야 한다. 우리의 국가 전략은 경제와 안보 각 부문에서 미국과 중국에 5대 5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경제는 6대 4로 중국에, 안보는 6대 4로 미국에 치중해야 한다.”

그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이하 경협)이 FTA를 거쳐 장기적으로 관세동맹→공동시장→경제동맹(표1 참조)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한중 경협 확대가 세습독재체제 북한을 옥죄는 수단이라고 여긴다. 한중 경제의 제도적 통합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확보해나가면서 대외·대북관계 지렛대로 사용하자는 의견이다. 그는 한국은 빅4(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모두와 FTA를 맺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설명한다.

안보는 미국으로 경제는 중국으로 ‘한 걸음 더’
미·중·일·EU와 FTA 맺을 유일한 나라

안보는 미국으로 경제는 중국으로 ‘한 걸음 더’

● 1964년 서울 출생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 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미국-중국 FTA, 중국-유럽연합(EU) FTA는 현실에서 이뤄지기 어렵다. FTA는 기술 격차를 줄이고, 분업 관계를 고착화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중국)과 FTA를 체결하면 국제 분업에서 한국의 구실을 공고화, 극대화할 수 있다. 빅4와 FTA를 맺으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선진 기술과 자본이 한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을 노려 중국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생산기지로 한국을 활용할 것이다. 한중 FTA는 한중 간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선진국 자본을 유치하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빅4와 FTA를 체결하면 세계 무역, 투자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다.”

그는 한국과 중국 경제의 제도적 통합을 중국의 변화(낙관적 중국, 비관적 중국)와 남북 대치 상황의 변동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표2 참조).

“중국의 민주화가 지연되고 북중이 서로 으르렁거려도 한중 FTA는 맺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한중 경협은 FTA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이 좋다. 비민주적인 중국과 관세동맹 이상의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반면 중국이 민주화하고, 미중 협력도 원활할 때는 최소한 중국과 관세동맹을 맺어 경제통합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는 국익에도 유리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중국과의 제도적 경협 강화는 중국에 한국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할 것이다. 반면 북한의 중요성은 약화한다. 제도적 경제통합 진전은 양국 간 긴밀한 의견 조율을 수반한다. 경제 관계 진전에 머물지 않고 외교 관계 진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고립시킬 것이며, 결국 북한을 변화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관세동맹은 공동시장의 전 단계다. 공동시장은 EU가 탄생하기 전의 유럽공동체(EC)를 떠올리면 된다. 경제동맹은 EU가 대표적 사례다.

안보는 미국으로 경제는 중국으로 ‘한 걸음 더’
민간기업의 중국과 경제통합은 필연적

안보는 미국으로 경제는 중국으로 ‘한 걸음 더’

중국 인민해방군

“남북 관계가 호전돼 남북 경협이 FTA(남북교역은 지금도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수준에 이르고, 북미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 중국과 공동시장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일본도 공동시장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동북 3성에 대한 투자 등으로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 먼 미래의 일이지만 남북통일이 이뤄진다면 민주화한 중국과 단일 화폐를 도입해 EU 같은 경제동맹을 추구해야 한다. 다만 중국과의 완전한 경제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 규모 차이가 커 독자성 유지가 어려운 데다, 한미 안보동맹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중국은 한중 FTA에 적극적이다. 자국을 견제하고자 미국이 한국과 FTA를 맺었다고도 여긴다. 반면 미국, 일본과 맺는 FTA는 부담스럽게 여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여야 해서다.

“중국의 현재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 지리적으로 떨어진 미국과의 경제통합은 FTA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안보동맹은 영토 욕심이 없는, 지리적으로 먼 미국과 더 긴밀히 맺고, 경제통합은 경제적으로 실익이 큰 중국과 더 긴밀히 추진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제도적 경제통합이 FTA를 넘어선 수준으로 나아가리라는 의견엔 회의적 전망이 적지 않다. 일본과 중국의 경쟁, 역사 문제, 그리고 EU와 비교해 낮은 공동체 의식이 장애물로 거론된다. 미국이 동아시아의 경제통합을 견제할 소지도 크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중시한다.

“민간 기업이 한중 경제를 기능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필연이자 당위로 보이지만, 관세동맹 같은 제도적 통합은 국가의 의도된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미중 양국이 대립하는 상황이라면 한국은 중국과 FTA를 넘어서는 경제통합에 나서선 안 된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대해 현재의 관여(engagement)정책을 유지하는 수준에서도 양다리 국가 전략을 추구할 공간이 상당히 넓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주간동아 799호 (p30~32)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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