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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무상급식 투표전쟁 02

“무상급식 주민투표 미래 한국 운명 가른다”

오세훈 서울시장 “투표 불참 운동은 패배 자인하는 꼴”

  • 대담·윤영호 편집장 yyoungho@donga.com 정리·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김대원 인턴기자 중앙대 정치외교학교 4학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미래 한국 운명 가른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미래 한국 운명 가른다”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청구한 6월 1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 의견을 밝히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월 24일 치르는 주민투표 결과를 낙관하는 듯했다. 그는 “진보진영에서 투표 불참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패배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의 의미를 “과잉 복지로 갈 것이냐, 합리적 복지로 갈 것이냐의 ‘가치’ 선택 문제”라며 “보편적 복지 논란은 협상 사안이 아닌 본질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8월 4일 오후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오 시장을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비가 많이 와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주민투표를 앞두고)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 것 아닌가.

“비가 결과적으로 주민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안다.”

▼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건다’는 기존 견해에서 한 발 물러선 느낌이다. 투표 결과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주민투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시장직을 거는 것은 정책 투표를 정치화할 우려가 있다고 신중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신중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 시장직을 걸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해석해도 되나.

“거취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결론을 내는 것은 이르다. 처음 주민투표 얘기가 나왔을 때와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무상급식 논란이 주민투표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을 두고 오 시장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하기도 한다.

“다수를 앞세워 조례를 통과시켜도 무상급식처럼 미래 한국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되는 논란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또 보편적 복지 논란은 협상 사안이 아닌 본질적 문제다. 과잉 복지로 갈 것인지, 합리적 복지로 갈 것인지를 따지는 ‘가치’의 문제다. 싸워야 할 문제고, 끝까지 질긴 모습을 보여줘야 할 사안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더라. ‘애들 밥 먹는 것 갖고 그러느냐’고 했다던데, 인식의 차이가 있다.”

▼ 주민투표 선택지 문항을 보면 둘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정도 사안으로 주민투표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긴데….

“동의할 수 없다. 소득과 무관하게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과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주자는 것에 차이가 없다면, 지난해 지방선거의 이슈는 뭐였나.”

▼ 서울시는 소득 하위 50%에게 무상급식을 하자는 주장인데, 50%의 근거는 뭔가.

“원래 내 주장은 소득 하위 30%까지였다. 그런데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의회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내가 양보해 50%까지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주민투표를 추진하면서 내가 양보한 비율이 주민투표 선택지에 들어간 거다. 내가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다.”

▼ 과잉 복지와 합리적 복지의 핵심적 차이는 뭔가.

“합리적 복지는 먼저 지속가능한 복지여야 한다. 복지 정책을 펴더라도 다음 세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시행하다가 되돌리는 식의 복지는 지속가능한 게 아니다. 지속가능한 복지의 반대가 과잉 복지다. 과잉 복지는 표를 얻으려는 복지다. 이게 포퓰리즘이다.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똑같은 액수를 지원하겠다는 속셈은 뻔하다. 그 타깃은 중산층이다. 선거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 구실을 하는 중산층 표를 얻으려고 전면적, 보편적 과잉 복지를 얘기한다.”

▼ 증세(增稅)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는데.

“증세해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또 증세하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계층이 전형적인 유리알 지갑인 월급쟁이다. 과잉 복지가 무상급식 하나라면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상 시리즈는 줄줄이 나올 거다. 내년 총선부터 무상 시리즈가 나오리라 예상했는데, 벌써 다 나왔다.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까지. 다 하려면 매년 20조 원 이상이 들어간다. 그 정도 돈을 감당하려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계층이 중산층 샐러리맨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과잉 복지냐 합리적 복지냐를 선택하는 것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미래 한국 운명 가른다”
▼ 오 시장이 보편적 복지를 둘러싼 대립 전선의 중심에 서 있다 보니, 복지 자체에 반대한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그게 내가 입은 정치적 타격이다. 그렇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진 않는다.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누가 나서서 용기 있게 문제 제기를 하겠나.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선호를 거스르는 정치인은 별로 없다. 표 앞에 장사 없다. 올 상반기 동안 정국을 뜨겁게 달군 논란이 복지 아니었나. 한나라당이 흔들린 것도 바로 내년 선거 때문이다.”

▼ 부자한테 밥을 왜 공짜로 주느냐고 가난한 사람에게 속삭이는 것이야말로 계층갈등을 부추기는 포퓰리즘 아닌가.

“그건 오해다. 지금에 와서 주민투표 선택지가 공개되고 무상급식 논란의 구체적 내용이 알려져서 그렇지, 초기에는 ‘오세훈은 애들에게 밥 주지 말자고 하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보편적 복지의 문제점이 알려지면서 선택적 복지가 맞다는 여론이 더 많아졌다.”

▼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오 시장에게는 주민투표가 꽃놀이패다’ ‘보수의 아이콘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처음에는 외로운 문제 제기였다. 그러다 한나라당 서울시당이 도와줬고, 중앙당을 설득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문제를 개인의 정치적 거취나 행보라고 생각했다면 거대한 정치권이 그렇게 조금씩 힘을 보태는 방향으로 흘러올 수 있었을까. 처음에는 오히려 주민투표를 폄하하려는 민주당이 짜놓은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민주당이 그랬다. ‘무상급식 반대하는 오세훈이 대선에 나갈 수 있겠느냐’고. 그런데 분위기가 바뀌니까 이제 와서 ‘정치적 행보를 위해 주민투표를 한다’고 말한다. 모순이다.”

▼ 대선주자로 존재감이 약한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큰 이슈를 만들어냈으면 결과적으로 효과를 본 것 아닌가.

“재선 서울시장이 존재감이 없나.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지지율이 5%로 달라진 것은 없다”

인터뷰에 배석했던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이 이 대목에서 거들고 나섰다. 이 대변인은 “지방선거 이후 지지율이 10%대까지 올라섰다가 포퓰리즘 복지 논란 이후 5%대로 오히려 떨어졌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다시 말을 받았다.

“내 지지율을 기억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5% 안팎인 줄 알았다. 거기에 의미를 두지 않으니까…. 속으로도 관심이 없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러기 시작하면 주민투표 못 한다. 그 지지율 아까워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미래 한국 운명 가른다”
▼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잠재적 대권주자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나.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말했지만, 그건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여론조사에 내 이름을 넣어주는 것만도 감지덕지다.”

▼ 정치적 의도를 갖고 주민투표를 밀어붙였다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대권 도전 포기 선언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그것이야말로 정책 투표를 정치화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고민이 깊다. 정치 이슈가 되면 될수록 주민투표의 의미가 폄하될 우려가 높다. 그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내 고민이다.”

▼ 내년 총선과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민주당은 복지와 평화를 앞세운다. 오 시장은 어떻게 보나.

“어쩔 수 없이 시류가 복지로 가는 것은 인정한다. 양극화 때문에 복지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복지로 가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보편적 복지로 갈 수는 없지 않나. 복지 정책이 어려운 사람과 힘든 사람을 돕는 쪽으로 가는 것에는 나도 동의한다. 나를 두고 ‘디자인’ 많이 한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데, 그것만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복지 정책을 일관되게 펴왔다. 어려운 분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복지 정책을 짰다. 스스로 자(自)를 활용해 만든 ‘일어서自’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3년 전 힘든 경제 상황에 맞춰 어려운 분들이 노력하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을 새로 만들었다. 민주당이 문제 제기하는 것처럼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선별적 복지를 해야지, 왜 보편적 복지인가. 제대로 된 복지를 해보자는 거다. 표 얻으려는 얄팍한 복지 말고, 제대로 지속가능한 복지를 하자는 거다. 그 방향을 결정하는 게 바로 주민투표다.”

▼ 그 얘기는 승리를 예상한다는 뜻인가.

“개표를 해봐야 안다. 그런데 사실 이미 승패가 난 상태에서 투표를 하는 거다. 진보진영에서 투표에 불참하자고 얘기하는 것은 세 불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미 여론조사에서도 보편적 복지가 국민 지지를 못 받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미래 한국 운명 가른다”

6월 16일 ‘전면적 무상급식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는 복지포퓰리즘 추방국민운동본부 회원들.

▼ 오 시장이 그동안 이룩한 성과가 무상급식 논란에 갇혀 묻혔다는 평가도 있다. 오 시장에게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정치적 자산일 수도, 부채일 수도 있는데….

“갇혀 있는 프레임을 해체하는 노력으로 주민투표를 봐줄 수는 없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정치권 전체가 보편적 복지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우파 포퓰리즘은 해야 한다’는 얘기가 한나라당에서조차 나오는 걸 보면 한나라당도 그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번 주민투표는 이런 프레임을 해체하는 열쇠 구실을 할 수 있다.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면, 내년 대선에서 보편적 복지를 들고 나오려던 사람들은 굉장히 당혹스러울 거다. 주민투표는 복지가 앞으로 모든 것을 좌우할 것 같은 분위기를 가르는 갈림길이 될 거다.”

▼ 주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올 수도 있지 않나.

“주민투표 불참 운동을 선언하는 순간 이미 패배를 자인한 것이다. 국민은 못 속인다. 관제투표라고 하는데 주민투표를 요청하는 서명에 80만 명이 참여했다. 무슨 관제투표냐. 저렇게 궁색한 논리를 들어 투표장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패배에 대한 우려 때문 아닌가.”

투표함은 과연 열릴까

“참여 vs 거부” 반(半)공개 투표 양상


“무상급식 주민투표 미래 한국 운명 가른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가를 이번 주민투표는 투표율이 가장 중요하다. 투표함을 개봉하려면 최소 유효투표율 33.3%가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를 추진한 진영은 오세훈 시장이 8월 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발의한 이후 ‘투표참여 운동’에 적극 나섰다. 주민투표를 청구한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는 ‘전면적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투표 독려를 위해 거리 홍보팀을 구성하고 서울 시내 주요 번화가에서 홍보물 배포에 나섰다.

이에 맞서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도 8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투표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김상근 목사 등 진보성향 인사 49명이 참석했다. 또 다음 날에는 야 5당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모인 시민운동본부가 발족식을 열고 ‘투표 거부’ 거리 캠페인을 벌였다.

주민투표 발의 이후 ‘투표 참여’와 ‘투표 거부’가 쟁점이 되면서 이번 주민투표는 어느 선택지에 기표하느냐가 아니라 투표에 참여하느냐, 안 하느냐 자체가 곧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반(半)공개 투표’가 돼버렸다.

이 때문에 주민투표를 추진한 측에서는 정치 성향 여부를 드러내지 않고 ‘안전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부재자투표를 적극 활용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부재자투표를 하려면 8월 5일부터 9일까지 부재자 신고를 마치고, 18일과 19일에 투표를 마쳐야 한다.

주민투표 초반 분위기가 투표 참여냐, 거부냐로 갈리기는 했지만 막상 투표일이 되면 초반 투표율이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측에서는 오전 10시까지 투표율 20%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간동아 799호 (p14~17)

대담·윤영호 편집장 yyoungho@donga.com 정리·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김대원 인턴기자 중앙대 정치외교학교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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