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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의 ‘패션, 걸어오다’

넥타이와 보타이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 한상혁 hansanghyuk@hotmail.com

넥타이와 보타이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넥타이와 보타이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일주일 전 비즈니스로 알게 된 사람에게 생일파티 초대를 받았다. 기쁘긴 하지만 오래 사귄 친구처럼 편하진 않다. 오늘 아침 ‘회사에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하나, 생일파티에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레이 컬러의 슈트를 선택했다. 타이를 고르다 또다시 생각에 잠겼다. 얇은 니트 넥타이를 맸고 가방에 그레이 보타이도 하나 넣었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가 지나도 파티 장소에 관한 문자메세지가 오지 않았다.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회사에 어울리는 옷과 생일파티에 어울리는 옷이 따로 있는가’ 싶었다. 난 그 차이를 넥타이와 보타이로 구분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는 결혼식 때 외에는 한 번도 보타이를 매보지 않은 사람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백화점 남성복 코너의 마네킹이나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이 보타이를 착용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랑방’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버 엘바즈는 동글하고 큰 몸집에 어울리게 큰 보타이를 자신의 시그니처(signature)처럼 활용한다. 사실 적절한 보타이의 선택은 입는 이를 유쾌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보타이는 먼저 턱시도와 매우 잘 어울린다. 그다음으로는 단색의 카디건이나 라운드 넥의 풀오버 니트가 어울린다.

니트와 함께 보타이를 매면 조금은 지적이면서 유쾌한 사람처럼 보인다. 자칫 화려한 니트, 많은 장신구와 매칭하면 ‘우스운’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니 유의하자. 유쾌한 사람과 우스운 사람은 유기농 사과 주스와 사과 향 주스의 차이처럼 다르다.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지 않는 보타이 차림이나, 상황에 맞더라도 오징어처럼 납작한 모양의 보타이, 인위적으로 엉성하게 매듭을 박음질해놓은 보타이 등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만약 내게 하나의 보타이가 필요하다면, 직접 매듭을 맬 수 있게 만들어진, 조금은 풍성한 그레이 컬러의 울 니트 조직으로 만들어진 보타이를 선택할 것이다.

오후 5시가 좀 지나자 연락이 왔다. ‘이탈리아 퓨전 레스토랑에서 7시 모임’이라는 문자 메시지다. 아침에 챙긴 보타이를 단단히 셔츠에 매는 순간 붉은색 와인으로 추정되는 물질로 오염된 것을 알았다. 할 수 없이 아침에 하고 온 얇은 넥타이를 다시 매고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 처음 생각한 대로 할 수 없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넥타이와 보타이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지만 그날의 파티는 내가 넥타이와 보타이 중 어떠한 것을 선택했는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생일을 맞이한 친구가 네이비 바탕에 와인 컬러 줄무늬 보타이를 했다는 사실. 그 친구는 매우 유쾌했고 진솔했다. 당신에게도 생일같이 특별한 날에 당신을 유쾌하게 만들어줄 마법 같은 그레이 니트 보타이 하나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한상혁·제일모직 남성복 부문 엠비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0년 ‘코리아 라이프 스타일 어워드’에서 ‘올해의 브랜드’와 ‘디자이너’ 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소년의 꿈’을 가진 ‘단정한 청년’이 그가 추구하는 이미지다.



주간동아 2011.05.16 787호 (p78~78)

한상혁 hansanghyu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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