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3

2011.04.18

마늘밭 110억 원 전액 국고로 환수 조치

범죄수익의 은닉과 처벌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1-04-18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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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밭에서 110억 원이 넘는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 땅에 묻혀 있던 플라스틱 페인트통과 김치통에서 돈다발이 쏟아진 것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금으로 밝혀진 이 돈은 모두 국고로 환수될 전망이다. ‘화수분’이니 ‘노다지’니 하면서 그냥 웃어넘길 일은 분명 아니다.

    이런 일은 전에도 있었다. 올 2월 초, 한 백화점의 물품보관소에서 현금 10억 원이 든 상자가 발견됐다. 이 돈의 주인 역시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수백억 원을 번 사람이었다. 도박업자만 검은돈을 숨기려 드는 건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도 1월 소위 ‘함바집 비리’ 의혹에 연루되자 ‘부정하게’ 받은 상품권 800만 원어치를 부산에서 세무사로 일하는 한 지인에게 맡겨 은닉하려 했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일반 형법상 몰수(沒收)할 수 없는 범죄수익을 국고로 환수하려고 2001년 제정했다. 조직범죄, 해외재산도피범죄 등 특정 범죄에 의해 발생한 범죄수익을 합법적인 수입으로 가장하거나 이를 은닉하는 행위(자금세탁행위)를 규제하려고 만든 것. 조직범죄, 공무원 뇌물범죄, 밀수범죄, 해외재산도피범죄,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 등 특정 범죄로 얻은 범죄수익의 취득 또는 처분 사실을 가장하거나 범죄수익을 은닉한 자, 불법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범죄수익을 수수한 자 등은 이 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또 금융기관 등에 종사하는 사람은 금융거래와 관련해 수수한 재산이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또는 금융거래의 상대방이 범죄수익을 은닉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알았을 때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하면 역시 처벌받는다.

    한 마늘밭에서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수익금 110억 원이 발견된 사실은 범죄의 파생 수익을 철저히 추적해 환수해야 하는 검찰과 경찰의 책임을 되돌아보게 한다. 2009년 11월부터 복역한 처남의 범죄수익이 여태 고스란히 묻혀 있었다는 사실은 후속 수사가 치밀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그해 6월 경제 규모를 감안하고 수표 발행 비용도 절감한다는 명분으로 발행한 5만 원 신권이 검은돈 은닉을 위한 수단이 됐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부패·횡령·배임 범죄로 인한 수익은 도피처를 찾아 해외로까지 이어진다. 국내 지하경제 규모는 아직도 국내총생산(GDP)의 17~18%(2008년 기준)에 이르고, 국내에서 범죄로 조성한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해외 투자를 빙자해 국내 자금을 유출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범죄로 엄청난 액수의 검은돈을 쉽게 움켜쥘 수 있고, 감방에서 조금만 고생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범죄수익에 대한 수사기관의 추적은 건전한 공동체를 보존하는 데 가장 긴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다. 국민의 기대가 어느 곳에 있는지 수사당국이 늘 성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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