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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 눈으로 북한 보며 또 울었습니다

영화 ‘굿바이, 평양’ 양영희 감독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경계인 눈으로 북한 보며 또 울었습니다

경계인 눈으로 북한 보며 또 울었습니다
“가족사를 다룬 영화다 보니 자연스레 북한과 일본에서의 기억을 되새겨나갈 수밖에 없었죠.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단계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3월 3일 개봉한 영화 ‘굿바이, 평양’의 감독은 재일교포 2세인 양영희(47) 감독이다. 밤새 영화를 본 뒤 3월 5일 강남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 무대는 평양의 한 가정, 주인공은 양 감독의 막내조카 선화. 선화는 평양에서 나고 자라 현재 김일성종합대학교 영문학과에 다닌다. 이 영화는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2010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핫독다큐멘터리국제영화제 등에 초대됐다.

“조카인 선화는 평양에서 태어났지만 저희 부모 덕분에 일본 문화를 접하며 살았어요. 저 역시 북한과 일본 문화 사이에서 혼란을 겪었죠. 선화에게서 저 자신을 봤고, 그래서 영화 제목을 ‘선화, 또 하나의 나’(원제)라고 지었죠.”

‘굿바이, 평양’은 1995년부터 13년간 양 감독이 일본과 북한을 오가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영상은 모두 핸디캠으로 찍었다. 1초도 빠짐없이 북한 당국의 검열을 받아 힘들게 완성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영화에서 다뤄진 삶은 ‘북한의 일상생활이 아니다’”라는 비판도 나온다.

“‘진짜 평양의 삶’을 내 작품에서 원하는 것은 너무 큰 기대입니다. 평양에도 잘사는 사람, 가난한 사람이 섞여 있죠. 북한에서 비극만을 기대한다면 그건 밸런스가 안 맞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진짜 북한의 실상을 담겠다는 생각 없이, 한 가족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고향은 일본 오사카, 국적은 한국. 일본에서는 외국인, 한국에선 교포, 북한에선 방문자. 경계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불안함을 즐기는 편이지만 때론 복잡한 배경이 버겁다”라고 말했다.

“저는 늘 이방인이에요. 스스로를 한국 사람에 가까운 일본 사람 또는 일본 사람에 가까운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하게 지내는 변영주 감독이 제게 ‘이방인으로서 양영희의 시선이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한 적이 있어요. 존재에 대한 고민, 자신의 위치를 소중히 하고자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는 이제 북한에 갈 수 없다. 아끼는 조카 선화를 만날 수도 없다. 2006년 한국과 일본에서 영화 ‘디어 평양’을 개봉한 뒤 북한으로부터 입국 금지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굿바이, 평양’을 만들었다. 가족이 위험할 걸 알면서도 영화를 놓지 못한 이유가 뭘까.

“‘디어 평양’을 개봉한 뒤 북측에서 사죄문을 쓰라고 하더라고요. 사죄문을 쓴다는 건 일본에서 살면서 북한 체제에 따르겠다는 말이나 같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인생은 부모 세대에서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한마디로,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겁니다. 작가들이 에고가 세잖아요. 한 사람쯤은 할 말 하면서 사는 것도 좋겠죠. 앞으로도 계속 문제성 있는 작품을 만들 겁니다.”



주간동아 2011.03.14 778호 (p86~87)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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