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5

2011.02.21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우리 것… 꿇어!

한국, 4세대 양대 기술에서 세계 최초 경쟁력 확보…기가코리아 프로젝트 가동 5세대도 대비

  • 문보경 전자신문 통신방송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1-02-21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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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우리 것… 꿇어!
    앞으로 2~3년 뒤에는 이동 중 인터넷으로 고화질(HD) 영상은 물론 3차원(3D) 입체 영상까지 끊김 없이 볼 수 있게 된다. 신호가 조금만 약한 곳으로 이동해도 끊기기 일쑤였던 3세대 이동통신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오죽 답답하면 ‘콸콸콸’ ‘3차선’ 등으로 자사 통화 품질을 강조하며 타사의 품질을 깎아내리는 CF가 인기를 끌었을까. 하지만 4세대 이동통신에서는 말 그대로 마음껏 무선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시대가 펼쳐진다. 휴대전화로 손자가 노는 모습을 고화질 3D 영상으로 찍어 수백km 떨어져 있는 시골 집 할머니에게 실시간으로 보내는 개인 방송도 가능해진다. 그뿐 아니라 이때부터 우리나라가 이동통신 시스템에서 세계적으로 로열티를 받는 것도 가능해진다.

    전국 어디에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고 초등학생까지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는 대한민국에서 정보통신기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하지만 통신 시스템과 기술에서 대한민국 이름을 찾아보긴 힘들다. 특히 대한민국을 통신 강국으로 만든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조차 로열티는 미국의 퀄컴이 대부분 챙겼다. 서비스와 휴대전화로 이름을 떨쳤음에도 통신기술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것. 이런 상황에서 4세대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시연한 것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감격을 안겼다. 이 기술로 로열티를 내는 나라에서 받는 나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은 통신업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이 세계 최초로 시연에 성공한 4세대 이동통신은 현재 스마트폰보다 40배 빠르다. 광랜보다도 빠르다. 기술 상용화가 이뤄지면 시속 350km로 달리는 KTX에서도 최고 120Mbps(1Mbps는 1초당 100만 비트를 보낼 수 있는 전송속도) 속도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단 9.3초 만에 700MB짜리 영화 한 편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세대(Generation)를 가르는 기준은 속도다. 1세대 이동통신은 음성통화만 겨우 했던 아날로그 이동통신을 말한다. 속도가 10Kbps에 불과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주도권 잡은 4세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속도는 크게 향상됐다.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한 그때가 2세대 이동통신, 그 유명한 CDMA 시대다. 속도가 향상됐다고 해도 64Kbps 수준이었다. 영상통화를 시작한 것이 3세대부터다. WCDMA(광대역 부호분할 다중접속) 방식으로 속도는 2Mbps로 더 빨라졌다. 4세대는 600Mbps에 이른다. 현재 이용하는 이동통신은 3.5세대로 부른다. 3세대보다는 빠르지만 4세대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기술 방식도 거의 흡사해서 3.5세대로 부른다. 현재 이동통신 속도는 14.4Mbps 수준이다. 최근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투자하겠다고 밝힌 LTE(Long Term Evolution)는 3.9세대로 불린다. 속도는 100Mbps다.



    이번 시연회를 통해 한국은 4세대 시장 경쟁에서 한 발 앞설 수 있게 됐다. 3.9세대 LTE와 와이브로의 국내 경쟁력을 토대로 4세대 와이브로 어드밴스드 상용 제품 최초 출시 등 4세대 이동통신 양대 기술에서 모두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그동안 한국은 LTE 어드밴스드와 와이브로(와이맥스) 어드밴스드 단말과 시스템 상용 기술을 확보했지만 노키아지멘스, 화웨이, 중싱통신(ZTE) 등 해외 주요 업체는 실내 고정 환경에서 모뎀 성능 위주의 시연을 실시하는 수준이다. 특히 한국은 와이브로에 집중하는 듯해 LTE 분야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거둔 성공으로 한국은 퀄컴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에 CDMA 이동통신을 들여온 지 30여년 만에 세계 최고의 통신 기술력을 확보한 나라로 부상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향후 진행될 4G 주도권 싸움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ETRI가 개발한 4세대 통신기술인 LTE어드밴스드 이동통신 시스템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2개 과제에 총 643억5000만 원을 투입한 결과물이다. ETRI는 4세대 이동통신으로 4000억 원 이상의 특허료 및 기술료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부터 7년간 국내 장비제조 업체 예상 매출액만 363조 원에 달하며, 고용 창출은 2021년 24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외에도 각종 단말기나 관련 소프트웨어 등 유관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킬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5세대(Beyond 4G) 이동통신 강국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CDMA 개발 이후 사실상 단절됐던 통신시스템 개발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5세대 이동통신에 대해서는 아직 정의 내려진 바 없지만 4세대를 넘어서는 기술로, 지금부터 개발을 준비하자는 뜻에서 5세대로 명명됐다. 시연회에서 ETRI 김흥남 원장은 “5세대 이동통신 진입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산업 간 융합을 위한 기반기술은 물론이고 융합 서비스를 위한 스마트 네트워크 기술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브로 사례 벤치마킹 필요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우리 것… 꿇어!

    한국이 주도하는 4세대 통신시스템은 달리는 차 안에서도 고화질의 입체 영상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4세대 이동통신 시연 직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는 핵심 기술 역량 확보와 선순환적 생태계 조성이란 2대 전략과 6개 세부과제가 담겨 있다. 6개 세부과제는 △핵심 기술 집중 개발 △기술 인프라 보강 △기가코리아(Giga Korea) 추진 △광대역 무선네트워크 구축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 창출 △개방형 생태계 조성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본격적인 기가코리아 구축 프로젝트를 준비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3단계에 걸쳐 추진한다. 예산은 민관을 합쳐 10조 원 규모다. 우선 차세대 모바일 시대에 대비해 2015년까지 무선망·단말기 핵심 부품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융합 서비스 등 통합형 기술을 개발하고, 광대역 무선네트워크를 조기에 구축한다. 모바일과 전 산업 연계 활성화 등으로 융합 서비스 창출과 개방형 모바일 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내놓은 기가코리아 전략은 5세대 시대를 대비해 단기 계획을 넘어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제2의 스마트폰 쇼크를 경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4세대 통신을 조기 상용화해 모바일 산업을 주도하고 B4G 시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네트워크 개념의 프로젝트임에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차세대 서비스 등을 고려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선순환의 ICT 생태계 조성을 겨냥한다. 정부와 기존 통신업계 그리고 신생 업체들의 투자를 감안하면, 민관을 합쳐 연 평균 1조 원 이상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이 같은 성과와 노력에도 상용화를 통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9세대에서도 삼성, LG 등이 내수용 제품을 일부 개발했으나 세계시장은 여전히 해외 기업들이 거의 선점하고 있다. 3.9세대에 대한 19%의 표준특허를 확보했지만 관련 시장은 에릭슨 33.9%, 노키아지멘스 28.5%, 화웨이 20.9%, 알카텔-루슨트 7.5% 등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가 장악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4세대 시장 장악을 위해서는 와이브로의 사례를 통한 벤치마킹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원천기술 개발→국제표준 채택→상용제품 신속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민간 주도 개발체계를 작동하자는 이야기다. 네트워크·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차세대 서비스 등 ICT 생태계를 고려할 때, 이번 전략 수립에 참여한 4개 부처의 협력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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