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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전통의 ‘충무로’ VS 젊음의 ‘코엑스’

‘한류 스타의 거리’ 유치 전쟁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전통의 ‘충무로’ VS 젊음의 ‘코엑스’

전통의 ‘충무로’ VS 젊음의 ‘코엑스’
직장인 이찬성 씨는 최근 SNS 서비스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돼달라’는 요청을 수도 없이 받는다. 주로 아시아권 여성이 요청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아이돌 그룹 2PM의 멤버 ‘찬성’과 같은 이름이기 때문. 그는 “한류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실감했다”며 “‘페이스북’ 친구들이 ‘찬성’을 보러 한국에 오겠다고 하지만 딱히 ‘가라’고 추천할 곳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한류 상품’을 만날 수 있는 ‘한류 명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1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신한류 진흥 및 확대를 위한 4개 역점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한류 스타의 거리’ 조성 △한류정보장터 개설 △한류 지도 제공 △중남미 및 유럽지역과의 문화교류 확대가 주요 골자인데, ‘한류 스타의 거리’(이하 ‘한류 거리’) 조성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기 관광지에 ‘한류 거리’를 조성해 한류 스타의 명판과 손도장, 미디어 조형물, 소장품 등을 전시하고 한류 테마관 및 체험관을 운영하겠다는 것. 한류 팬인 외국인 관광객들이 보고 듣고 즐길 만한 콘텐츠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한류 명소를 만듦으로써 한류와 관광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의도다. 현재 문화부는 ‘한류 거리’ 조성을 위한 예산을 신청해놓았다.

서울 중구와 강남구 “우리가 최적지”

이처럼 한류 관광의 핵이 될 ‘한류 거리’ 선정을 두고 서울 중구와 강남구가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어 화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한류 스타의 거리 조성방안 연구’에 따르면 중구의 충무로와 강남구의 코엑스 등 11개 지역이 ‘한류 거리’ 후보지였으나 충무로와 코엑스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인정받아 최종 후보지가 됐다.

먼저 중구는 충무로를 시작으로 을지로3가역에서 종로3가역까지 거리 약 1km, 면적 약 7600㎡에 이르는 길을 ‘한류 거리’로 조성하고, 명보아트홀을 한류체험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충무로가 가지는 영화예술에 대한 높은 상징성과 역사성, 인지도가 최대 강점. 즉 한류 스타의 이미지를 영화에 잘 접목하면 스타의 권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명동과 남대문 등 국내외 관광객이 모이는 지역이 많고, 교통 여건과 접근성이 용이한 점도 좋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중구청이 ‘한류 거리’ 유치를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한 문화부 관계자는 “노력 점수만 따지면 중구가 한 수 위”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충무로의 상징성과 인지도가 내국인에게만 높고, 낙후한 도시 이미지가 한류 스타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구도심이기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고 주차장이 미비하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혔다.

중구청 측은 충무로는 영화뿐 아니라 음악의 중심지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명보극장과 옛 스카라극장 주변은 음악, 특히 대중가요의 메카로 과거 가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 중구청 관계자는 “충무로가 ‘한류 거리’로 선정되면 영화뿐 아니라 연극, 음악, 그리고 한류 스타가 함께하는 대중문화의 랜드마크가 된다”며 “청계천, 남산N타워, 남산골한옥마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명동, 남대문, 서울광장 등 관광·쇼핑의 명소가 조성돼 있어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차장 문제도 공영주차장, 명보아트홀 주차장 등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중구청의 주장이다.

전통의 ‘충무로’ VS 젊음의 ‘코엑스’

젊음의 거리 코엑스는 G20 정상회의 등 국제 행사가 많이 열려 국가적 상징성도 높다.

예산 확보 후 지역 선정

반면에 강남구는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서 봉은사 사거리까지 이르는 영동대로 동쪽 가로변(거리 약 1.5km, 면적 1만8400㎡)을 ‘한류 거리’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코엑스로 대표되는 이곳은 교통여건과 접근성이 뛰어나고 연예기획사와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가 몰려 있으며, 촬영 장소가 많고 한류 스타 거주지가 인접하며, 럭셔리한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혔다. G20 정상회의 등 국제 행사가 많이 열려 국가적 상징성과 인지도가 높다는 것도 큰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역사적 맥락 및 상징성이 없고, 다양한 가치와 기능을 지닌 ‘코엑스몰’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해 ‘한류 거리’만의 색깔을 낼 수 없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혔다. 특히 ‘강남’ ‘럭셔리’ ‘명품’ 등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과 ‘강남 독식’에 대한 우려가 강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하지만 강남구청 측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연예기획사와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 등과 다양한 상품 연계가 용이하다. 젊은 유동 인구가 많고, 새로운 실험이 가능하다는 점도 코엑스를 중심으로 한 강남구의 강점이다.”

이처럼 중구 충무로와 강남구 코엑스 간 유치경쟁은 치열하지만, 지역 선정에 대한 심사는 사실상 유보된 상태다. ‘한류 거리’를 담당하는 문화부 신용선 사무관은 “‘한류 거리’ 조성을 위한 예산 확보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산을 확보한 뒤에야 지역 선정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사무관은 “올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내년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2011.02.21 775호 (p60~61)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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