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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서본좌’ 잡았다고 음란물 줄어드나

음란물 배포 갈수록 크고 지능화…전화방, 성인 PC 주택가서 버젓이 영업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본좌’ 잡았다고 음란물 줄어드나

‘서본좌’ 잡았다고 음란물 줄어드나

전화방, 성인 PC방의 불법 음란물 배포는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차별화된 영상, 짜릿한 대화와 데이트’.

2월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 인근 ‘X’ 성인 PC방 겸 전화방. 인터넷 이용료는 시간당 5000원, 음란전화와 화상 채팅은 시간당 1만5000원이다. 이곳에는 복도를 따라 밀폐된 방이 늘어서 있다. 복도에서는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방문을 여니 편안한 의자와 책상이 놓여 있다. 책상에는 컴퓨터, 헤드셋, 전화기, 화상 채팅용 카메라, 두루마리 휴지 등이 올려져 있다.

컴퓨터를 켜자 바탕화면에는 각종 온라인게임, 사행성 보드게임, 음란물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콘이 즐비하다. 이곳은 음란물 사이트 중 하나인 S사이트도 제공한다. 음란물은 국적, 취향, 관계 등에 따라 세분화돼 이용자의 편의를 돕는다. 다른 웹하드, P2P 사이트에서 볼 수 없는 희귀 자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음란물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음란 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은 음란물을 보며 흥분을 더 고조시킨다고 한다. 기자가 10여 분 만에 방을 나서자 여자 사장이 붙잡고 물었다.

“왜 벌써 나가세요? 우리 집 야동(음란물 동영상)이 마음에 안 들어요?”

1만6000GB 공급 ‘음란물 종결자’



전화방, 성인 PC방의 경쟁력 중 하나는 고객을 확 끄는 음란물이다. 이 음란물을 공급해온 ‘서본좌’ 서모(36) 씨가 아동이용 음란물 배포, 접근매체 양도 등 혐의로 서울 구로경찰서에 붙잡혔다. 본좌는 인터넷상에서 능력, 외모 등이 뛰어난 사람에게 붙이는 은어다. 서씨는 2009년 7월부터 전국 370여 개 전화방, 성인 PC방에 음란물을 공급해 검거 전까지 무려 2억여 원을 벌어들였다. 음란물은 총 3만3353건으로 1만6000GB에 달한다. 2005년 1만4000여 건의 김본좌, 2009년 2만6000여 건의 정본좌를 뛰어넘는다. 일부 누리꾼은 그를 ‘음란물 종결자’로 칭한다.

서씨도 처음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의료기기 납품업체에서 일했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아 관뒀고 웹디자인에 관심을 두고 학원을 다녔지만 취직도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하던 2009년 7월, 그의 눈에 음란물 서버를 판다는 광고가 들어왔다. 그는 곧장 판매업자를 만나 3000만 원을 주고 서버는 물론 음란물과 기존 거래처까지 넘겨받았다.

서씨는 탁월한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사실 전화방, 성인 PC방과 계약을 맺어 음란물을 제공하고 매달 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거두는 것은 대부분의 음란물 공급업자도 하는 일. 그런데 서씨는 전국 방방곡곡 전화방 등을 다니며 영업에 나섰고, 무료로 한 달 맛보기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음란물의 공급가를 낮춰 타 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갖췄다.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 음란물을 찾기 쉽게 카테고리를 나눠 분류했고 갈고닦은 편집기술로 동영상도 깔끔하게 편집했다. 대부분 시간을 해외 P2P 사이트 등에서 새로운 음란물를 내려받는 데 쏟아부었다. 업데이트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 끝에 그의 사이트는 금세 전화방, PC방 업주와 고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그는 70~80개 업체를 고정적으로 관리하며 업체당 매월 10만~20만 원씩 1000만 원이 넘는 고정 수익을 올렸다. 서본좌의 사이트는 음란물 배포 시장에서 ‘넘버 2’의 자리에 올랐다.

서씨의 장밋빛 음란물 공급 사업은 구로서 사이버수사팀의 끈질긴 수사로 막을 내렸다. 경찰청은 김길태 사건 이후 아동 음란물 시청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단속을 꾸준히 해왔다. 구로서 사이버팀은 2010년 12월 초 도심 곳곳에 자리 잡은 전화방, 성인 PC방의 단속에 나섰다. 김기연 팀장은 “한 전화방에서 서씨의 사이트를 발견했다. 사이트를 뒤졌지만 온통 일본 IP 주소밖에 뜨지 않았다. 다행히 단 한 개의 국내 IP 주소를 발견해 거기서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인터넷 서비스업체에 의뢰해 알아낸 IP 주소의 실제 주소인 강원 원주시의 한 원룸을 찾아갔다. 신청서에는 정확한 원룸 호수까지 적혀 있었지만 정작 주소지에는 그 호수가 없었다. 서씨가 처음 인터넷을 개설할 때 다른 주소를 적어 설치 업자를 부른 뒤 옆 건물의 원룸에 설치를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소문 끝에 당시 인터넷 설치기사를 찾아 끝내 서씨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서씨를 붙잡았지만 혐의 입증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는 단속을 피하려고 일본에 메인 서버를 두고 원주의 원룸에 서버를 설치한 뒤 일본 IP 주소로 음란물을 올렸고 대포 계좌를 이용해 돈을 받았다. 사업과 관련한 자료는 모두 일본 서버에 저장해두는 치밀함도 보였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은 현행법의 한계 때문에 해외 서버를 압수수색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이버팀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근식 형사는 “일본으로 출장을 가서라도 밝혀내고 싶었다. 결국 국내 호스팅업체의 협조를 받아 일본 서버를 백업할 수 있었고 영업과 관련한 자료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해외 서버 둔 공급업자로 수사 확대

수사팀의 다음 숙제는 아동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를 밝혀내는 것이다. 성인 음란물 유포 혐의는 1년 이하 징역이지만 아동이용 음란물 배포 혐의는 7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이 형사는 수많은 음란물 중 ‘13세의 XXX’ 등 미성년자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제목의 동영상, 동영상 속 인물이 어려 보이는 동영상 등을 골랐다. 실제 동영상 속 인물이 미성년자인지는 과학적 입증이 필요한 만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국과수는 ‘가슴발육 나이 추정기법’을 동원해 한 동영상 속 인물이 11세에서 17세 사이 미성년자임을 입증했다. 그 나이 때만 나타나는 유륜(乳輪) 팽창 흔적을 찾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서씨가 아동 음란물 단속 나이를 10세 미만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번 검거가 전화방, 성인 PC방, 음란물 공급업자 등에게 아동 음란물 유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팀은 서씨에게 음란물을 받아 배포한 업주들을 수사하는 한편, 해외에 서버를 둔 다른 음란물 공급업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불법 음란물 단속이 일회성에 그치는 데다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음란물 유포의 무대인 전화방, 성인 PC방은 음란전화, 화상 채팅을 이용한 성매매, 사행성 게임을 통한 도박의 위험성까지 있지만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인 게 현실. 경찰 관계자는 “성인PC방을 겸한 전화방은 신고나 허가없이 영업이 가능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들은 주택가까지 파고들어 버젓이 영업을 하지만 사법기관의 단속과 점검은 전무한 실정이다.



주간동아 2011.02.21 775호 (p56~57)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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