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5

2011.02.21

MB를 보면 왜 레이건이 떠오를까?

CEO 리더십 外治 성공, 內治 실패…따뜻한 인간 중심적 리더십 절대 필요

  •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cj0208@hanmail.net

    입력2011-02-21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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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를 보면 왜 레이건이 떠오를까?
    취임 3주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어떨까? 집권 초기에는 시커먼 연기를 뿜어대며 질주하는 19세기 증기기관차형 리더십이었다면, 집권 2, 3년 차 때는 언덕길을 올라가는 20세기 전기기관차형 리더십으로 발전한 것 같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멋있게 달리는 21세기 첨단기관차형 리더십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때로는 궤도이탈 기미까지 보인다.

    왜 그럴까? 그 본질적인 해답은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CEO(최고경영자)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이 대통령의 CEO 리더십은 외치(外治)에서 성공적인 반면, 내치(內治)에선 실패한 측면이 적지 않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성공신화로 자신감 과잉 “해봤어?” 환상

    먼저 현 정부가 자랑스럽게 내놓은 5가지 업적인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 G20 정상회의 개최, 한미동맹 강화, 해외원전 수주, 자원외교는 한결같이 외치의 성과물이다. 이런 성과는 CEO 리더십의 최대 장점인 추진력과 효율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덕분이다. 사실 해외 정상들을 상대하는 국제무대에서는 오직 실용 역량이 중요할 뿐 소통이나 감성, 도덕성은 후순위이기 때문에, CEO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치를 보면 영 딴판이다. 현 정부가 골머리를 앓았던 5대 악재인 쇠고기 파동과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내각, 친이-친박계의 갈등, 세종시·4대강 논란, 남북문제는 모두 내치의 부산물이다. 이는 집권 초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유증과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외치에서 빛을 발한 CEO 리더십이 내치에서는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CEO 리더십의 장점인 추진력과 효율성이 나라 밖에서는 통했지만, 나라 안에서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소통 부족과 감성 결핍이 크게 부각된 게 대표적이다.

    생각해보라. 현 정부 내내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말이 소통 부족 아니었던가? 그리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가슴 찡한 감동을 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임기 1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광우병 파동은 민심 수렴 과정을 무시한 데서 비롯했다.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궁지에 몰릴 때만 만났다는 사실과, 취임 3년이 지나도록 야당 대표를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는 점은 아무래도 소통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온 나라를 들끓게 한 세종시 문제도 국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것이 일차적 원인이었다. 임기 4년 차의 길목에서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힌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 사퇴 파동만 해도 그렇다. 국민의 생각을 조금만 더 읽었더라도 그런 불합리한 ‘패밀리즘(familism) 인사’는 단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CEO 리더십이 내치에서도 성공하려면, 소통과 감성의 정치력을 한껏 발휘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왜 그런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존의 성공신화에 따른 자신감 과잉 때문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학창 시절부터 기업인 시절,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50여 년 동안 숱한 성공신화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자신감을 갖게 됐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내 생각이 옳다’는 자기 확신과 ‘대기업과 서울시에서도 성공했는데, 국정운영이라고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는 자기 환상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

    MB를 보면 왜 레이건이 떠오를까?

    설 연휴 첫날인 2월 2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얘기를 나누는 이명박 대통령.

    아닌 게 아니라 비범한 성공신화를 이룩한 최고의 리더에게 평범한 참모들이 쉽게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똑똑한 참모라 해도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꼬치꼬치 캐물으며 “해봤어? 책임질 수 있어?”라고 파고들면 입을 다물게 된다.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시어머니가 되고 불통 지도자, 독선적 권력자가 되고 만다.

    이 대목에서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 지지도 50%대의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집권 4년 차는 레임덕(lame duck·절름발이 오리)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 없이 집권 후반기에 친인척 비리를 비롯한 권력형 사건이 터지면서 데드덕(dead duck·죽은 오리) 신세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이러한 권력의 악순환을 차단하고 성공적 지도자가 되려면 남은 2년 임기 동안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MB를 보면 왜 레이건이 떠오를까?

    지난해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집권 4년 차 ‘정치적 협심증’ 피하려면 편한 마음 가져야

    무엇보다 담대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대통령 스스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레임덕이 없다”고 말했듯이, 레임덕을 두려워하거나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내 사람, 내 정책, 내 기반에만 집착하는 ‘정치적 협심증’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소통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소통은 포용력이며 그것은 인사정책과 반대자에 대한 태도에서 극명하게 입증된다. 이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이 부분에 신경 써야 기존 인사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와 야당에 대해서도 보다 넓은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7년 전 고인이 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요즘 또다시 주목받고 있고, 6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루스벨트 대통령이 한국에서 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이유도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즉 탁월한 소통능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교훈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감성정치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도 강조했듯, 21세기 기업 경영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차가운 기능주의적 CEO 리더십’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 중심적 CEO 리더십’이다.

    하물며 국가 경영자의 리더십이 국민 중심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경제, 신뢰, 일자리, 서민, 복지, 평화와 같은 담론적 가치야말로 지금 우리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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