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5

2011.02.21

급팽창 소셜커머스 쪽박 주의보

할인율 높아 상품 판 자영업자 손해 보기 십상 … 홍보 위한 행사가 오히려 역효과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02-21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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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팽창 소셜커머스 쪽박 주의보

    소셜커머스에서 쿠폰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호황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소셜커머스로 대박 내고 아버지 식당은 망했습니다.”

    1월 말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올라온 글이다. 내용인즉 글쓴이의 아버지는 4인용 테이블 8개인 동네 정육식당을 운영했는데 소셜커머스에서 쿠폰을 판매한 이후 너무 많은 손님이 몰리면서 결국 가게가 망했다는 것. 글쓴이는 “식당이 망해 아버지는 막노동 일거리를 찾고 있고 나는 휴학하고 PC방에서 알바 중”이라며 “불쌍한 작은 식당들이 소셜커머스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글은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지며 공감을 얻었고 인터넷에서는 ‘안티소셜커머스’ 움직임까지 일었다.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란 인터넷을 이용한 일종의 공동구매 서비스다. 특정 제품, 서비스를 구입할 사람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광고를 통해 모아 일정 인원 이상이 참여하면 원래 가격에서 절반 넘게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

    “돈 준대도 소셜커머스 안 해요”



    지난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열풍에 힘입어 소셜커머스도 크게 성장했다. 현재 티켓몬스터, 쿠팡 등 300여 개 업체가 인기리에 영업 중이고 최근에는 신세계, 애경, 웅진, 효성 등 대기업도 잇따라 시장 진입을 노린다. 하지만 거대하게 팽창하는 소셜커머스 때문에 피해를 본 사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상당수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소셜커머스에서 상품을 판매한 사업자들이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것 같아요. 이젠 누가 돈 준대도 소셜커머스 안 할 거예요.”

    서울 강남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소셜커머스’라는 말만 듣고도 고개를 내저었다. 박씨는 지난가을 한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원래 1만 원인 커피-샌드위치 세트 메뉴를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2000장 넘게 쿠폰이 팔려 총 ‘거래액’은 1000만 원이 넘었다. 하지만 이 중 약 20%를 소셜커머스 업체에 수수료로 내고 재료비와 인건비를 따지니 마진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이 아니었다. 쿠폰 이용 기간 3개월 동안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들자 가게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던 것. 갑자기 업무가 늘어나자 아르바이트생들의 불만이 많아졌고, 무단결석을 하거나 손님과 시비가 생기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렇게 되자 기존 단골손님들은 발길을 끊었고 소셜커머스를 통해 왔던 고객의 방문은 대부분 단발성으로 그쳤다. 박씨는 “폭풍이 몰아치고 난 후 같았다. 소셜커머스 이후 돈도, 손님도, 믿을 만한 아르바이트생도 아무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고객은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한다. 이를 중개한 소셜커머스 업체는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상품을 내놓는 사업자들은 무엇을 얻을까? 소셜커머스 참여 사업자는 아무리 많은 티켓을 팔았더라도 워낙 할인율이 높아 이익을 얻기 쉽지 않다. LG경제연구원 유재훈 연구원은 “미국 유명 소셜커머스 업체 그루폰의 경우, 참여 업체 32%가 쿠폰 판매를 통해 전혀 수익을 올리지 못했거나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전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데도 사업자들이 소셜커머스에 참여하는 것은 홍보 효과 때문이다. 소셜커머스 사이트 ‘티켓몬스터’에서 4000장 넘게 티켓을 판 ‘밥·코’ 압구정점 김남규 점장은 “수익은 전혀 없지만 철저히 브랜드 홍보를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즉 저렴한 가격으로 새로운 고객을 유인해 그들을 단골손님으로 붙잡겠다는 의도라는 것. 김 점장은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적극적인 소비자다. 그들이 우리 가게를 방문한 후에 SNS,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을 내 지속적인 홍보를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귀띔했다.

    메타사이트 광고로 수수료 못 내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적극적 소비자는 부정적인 후기도 가감 없이 올리기 때문이다. 앞의 카페 주인 박씨는 “좋은 반응은 즉각 오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고객이 소셜커머스 사이트 후기 게시판 등에 ‘티켓 손님이라고 나를 무시했다’ ‘종업원이 싸가지 없다’ ‘재료가 모자라 급하게 근처 슈퍼로 가서 사오더라’ 등 부정적인 내용을 올린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서울 홍대입구 지역의 한 유명 카페 역시 마찬가지 경험을 했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이 가게를 이용한 한 고객이 “그 카페에서 물에 빠진 와플을 먹었다”며 인터넷에 사진을 올렸고, 그 사진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카페에 대해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됐다. 소셜커머스에서 티켓을 판매한 경험이 있는 한 자영업자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우리 가게를 찾은 손님 중에는 ‘네가 날 차별하지 않고 잘하는지 어디 한번 보자’ 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같으면 이해하고 넘어갈 실수도 ‘내가 소셜커머스 고객이라 이러는 건가’라며 날카롭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소셜커머스 업체는 1건당 거래액의 15~20% 의 수수료를 받는다. 트래픽 수가 높은 유명 업체는 거래액의 25%까지 받기도 한다. 이 수수료 중 일부는 다양한 소셜커머스 상품을 모아놓고 판매하는 ‘소셜커머스 포털’ 메타사이트에 광고비로 쓴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메타사이트의 경우 건당 매일 20만~30만 원 내야 한다”고 말했다.

    본래 소셜커머스 시스템은 SNS를 통해 광고하는 것이므로 부대비용이 크게 들지 않지만, 현재 한국 소셜커머스 시장은 그렇지 않다.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는 “우리는 국내 1위 소셜커머스 업체지만 SNS로 티켓몬스터에 들어오는 사람은 전체 구매자의 5%밖에 안 된다”고 전했다. 결국 이 광고비는 사업자가 내는 수수료에 포함되고, 소셜커머스 업체는 수수료를 인하할 수 없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셜커머스에 상품을 파는 자영업자는 피해를 막기 위해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유재훈 연구원은 “소셜커머스에 참여할 사업자들은 큰 폭의 할인율을 감당할 수 있는지, 단기간에 몰려오는 소비자들을 대응할 수 있는지, 구매한 소비자들을 어떻게 지속적인 고객으로 유지할 것인지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소셜커머스 업체의 도움도 중요하다. 신생 업체인 ‘쿠폰잇수다’ 박태훈 대표는 “소셜커머스 업체는 수익성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사업자를 선정하고,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광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참여 사업체와 상생하지 않으면 소셜커머스는 영원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밥·코 압구정점 김 점장은 “소셜커머스를 통해 가게를 찾아왔던 손님들에게 추가 서비스를 준다든지, 이들이 올린 후기에 일일이 댓글을 달아준다든지 해서 ‘꼭 다시 오고 싶은 집’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싼 가격으로만 손님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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