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5

2011.02.21

‘영어유치원’ 문 닫는다고?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1-02-21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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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유치원’은 이제 폐쇄조치 된다더라.”

    “어, 유치원이라는 명칭만 안 쓰면 상관없다던데?”

    지난 1월 말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카페. 새내기 학부모 3명이 자못 진지한 얼굴로 둘러앉았습니다. “올해 안에 유치원을 흉내 낸 유치부 영어학원은 문 닫게 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였지요. 10여 년 전부터 급성장한 속칭 영어유치원은 사실 학원입니다. ‘LCI키즈클럽’ ‘이화W어학원’ ‘TILS어학원’ 모두 영어학원으로 등록한 뒤 유치부 형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이번 논란의 출발은 교과부가 1월 13일 입법예고한 유아교육법 일부개정안입니다. 개정안에는 유치원 교육과정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지요. 이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유아를 모집하여 시설을 사실상 유치원 형태로 운영하는 자에 대하여 그가 설치·운영하는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는 47조. 이 조항이 사실상 유치부 영어학원을 겨냥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조항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은 엇갈립니다. 교과부 유아교육지원과 한형주 과장은 “‘미인가 시설을 대상으로 한 법안일 뿐, 영어학원은 관련이 없다.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간판이나 광고에 표기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만 학원계는 “교과부가 법안 통과를 위해 말을 바꾸고 나선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영어학원에 원생을 빼앗긴 일반유치원협회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교과부에 영어학원에 항의하는 공문을 수차례 넣었다. 이번 개정안 마련을 미리 알고 있었다”라고 말하고요.



    ‘영어유치원’ 문 닫는다고?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30대 한 주부는 “올해 둘째 아이가 유치부 영어학원에 들어가는데, 행여나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다. 규제하는 것은 좋지만,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상 교과부의 일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교육은 예민한 문제입니다. 업계 의견을 수렴해 수정을 거친다지만, 모호한 법 조항으로 불안감을 조성한 교과부는 신속히 속사정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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