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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대학 강의실 ‘열공모드’로 전환

교과부, 한국형 학부 교육모델 지원 시작…대학들 잘 ‘가르치기’로 체질 바꾸기

대학 강의실 ‘열공모드’로 전환

대학 강의실 ‘열공모드’로 전환
대학가에 ‘잘 가르치기’ 바람이 거세다. 부실한 학부 교육을 바로 세우자는 움직임이다. 지지부진하던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2010년 6월 교과부는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이하 ACE 대학) 11곳을 선정하고, 매년 30억 원씩 4년간 12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ACE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은 같은 해 11월 ‘ACE 협의회’(회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를 구성하고, 한국형 학부 교육모델 대학 구축에 나섰다.

11곳 선정 4년간 120억 지원

언제부턴가 대학은 상아탑의 기능을 상실했다. 사제가 학문을 논하고, 인생의 고민을 나누는 대학 풍경은 옛말이 됐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1970~80년대는 한국 대학이 양적으로 팽창하는 시기였다. 자연히 교육의 질은 뒷전이었다. 1990년대 질적 팽창기에 들어선 뒤로는 세계무대를 상대로 경쟁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연구 실적이 중요해졌다. 여기에 10년 전부터는 취업 열풍이 불어닥쳤다.

그럼에도 그간 정부 차원의 교육역량 강화사업은 전무했다. 대학 지원사업은 연구 위주로 돌아갔다. ACE 사업의 취지는 대학 본질을 학부 교육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처음 밑그림을 그린 것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 ACE 사업은 그가 인수위원회 시절 제안한 포뮬러(formula) 펀딩을 모태로 한다. 다음은 교과부 대학선진화과 김지은 사무관의 설명.

“학부 교육 투자에 소홀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학의 실제 기능인 교육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반성이 일었다. 이주호 장관이 인수위원회에 있을 때 제기한 포뮬러 펀딩, 즉 객관적 지표에 따라 대학을 차등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2009년 국가과학기술 자문위원회가 이 발전방안을 논의했고, 그 결과 ACE 사업이 탄생했다.”



ACE 대학으로는 수도권 대학 4곳과 지방대 7곳이 선정됐다. 수도권 대학으로는 가톨릭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가 뽑혔고 지방대 중에는 건양대, 대구가톨릭대, 세명대, 신라대, 울산대, 한동대, 한림대가 선정됐다. 교과부에 따르면 전국 185개 대학 가운데 125개 대학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50여 일간 3단계 평가를 거쳐 11개 대학을 뽑았다. 선정된 대학들은 성과지표 달성 정도와 이행 실적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연도별 지원액이 차등 지원되며, 2년 후 중간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은 지원이 끊긴다.

이번 사업은 신청 과정이 특히 까다로웠다. 교과부가 그럴듯한 비전이 아닌 실질적 성과를 염두에 둔 계획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교 전체 틀을 바꾼다는 각오로 200쪽에 이르는 계획서를 준비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부분 대학이 신청에 열을 올린 것은 왜일까. 다음은 한동대 박혜경 기획처장의 설명이다.

“그만큼 대학 현실이 절박하다. 수년 전부터 학령인구가 줄고 있다. 입학정원의 50~70% 채우기가 힘든 곳이 수두룩하다. 자연히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그때 이 사업이 시작됐다. 어차피 변할 거라면 이 사업을 계기로 결단의 시기를 갖자는 심정인 것이다.”

교과부 사업은 효과가 있었다. ACE 대학뿐 아니라 타 대학들도 실질적인 학부 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교 차원과 개인 차원 모두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대학들은 제도적 기틀 마련에 나섰고, 교수들은 영역 변화에 적응하려는 모습이다. 먼저 11개 ACE 대학의 구체적인 변화 방안부터 살펴보자.

가톨릭대 김용승 학부교육선진화 단장에 따르면 큰 틀에서 ACE 대학들의 변화 방침은 비슷하다. 교과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까닭이다. 가이드라인은 크게 △학부 교육 강화 △수요자 중심의 교육 △교수와 학생 간 관계 강화 △자기주도학습 강조로 나뉜다. 11개 대학은 나름의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을 특화했다.

대학 강의실 ‘열공모드’로 전환

한양대의 수업 모습. 교과부의 ACE 사업 이후 연구 실적에 밀려 뒷전이던 학부 교육을 되살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수들은 “부담 가중” 아우성

예컨대 가톨릭대는 종교적 특성을 더해 윤리적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건양대는 잘 가르쳐서 취업까지 책임지는 교육을 내세우며, 이공계 학생의 기초학습을 지도할 교수 3명을 따로 뽑았다. 울산대는 2030년까지 학부정원 4500여 명을 감축하고, 장기적으로 대학원을 폐지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수들의 역할이다. 학부 교육 강화의 성공 여부는 상당 부분 교수 역량에 달렸다. 교수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을 돌보는 인성·교양 교육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간 일부 교수는 자발적인 노력을 해왔지만, 대부분의 교수는 교육보다 연구에 몰두해온 것이 사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교수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은 박혜경 기획처장의 설명.

“일부 교수는 연구와 교육 둘 다 열심히 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수는 학부 교육 강화 방침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교수 평가는 논문이 좌우한다. 논문 한 편을 쓰면 100점이지만, ACE 사업 관련 사업에 참여하면 5~10점을 받는다. 또 논문은 남는 업적이지만, 수업이나 사업은 그렇지도 않다. 한동대는 원래 교육을 중시하며, 교수들이 학생 관리를 잘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평가 부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열정이 식을 수밖에 없다.”

학교 차원의 제도 개선과 교수진의 반성 외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서울대 심리학과 김정오 교수는 수업을 대하는 구성원들의 태도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무한경쟁으로 학생들이 수업 자체에 흥미를 못 느낀다. 교수들은 논문으로 경쟁한다. 학생도 교수도 수업 질에는 큰 관심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학부제나 복수전공제도 문제다. 학생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대충 전공을 채운 뒤 나머지를 교양으로 때운다. 책임감 없는 한국 학생들에게 학부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의견도 보였다.

미국 대학은 자율경쟁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대학원 연구 중심과 학부교육 중심 대학이 자연스레 분화됐다. 유럽 대학도 학부 교육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발전해왔다. 학부 개혁은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와 교육과정 발달사가 비슷한 대만, 일본은 한국에 앞서 학부 개혁을 시작했다. 세계 대학과의 경쟁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교과부는 올해 4월경 ACE 대학 4곳 이상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재정 지원에 대학 이미지 제고까지 노릴 수 있어 대학들은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막 신호탄을 쏜 교육역량 강화사업은 대학가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교과부 대학지원과 관계자는 “그간 대학들은 잘 가르치고 싶어도 현실적인 걸림돌에 좌절해왔다. 한정된 예산에 실적 위주의 평가 때문에 교육의 본질보다 보이는 부분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여러 부분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주간동아 2011.01.31 773호 (p84~85)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최유정 인턴기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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