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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EBS 교재 판매 욕심 너무 과했나

법원,‘EBS 표기 위법 아니다’ 판결 … EBS 반발 속 학원가는 “공교육 파괴”

EBS 교재 판매 욕심 너무 과했나

EBS 교재 판매 욕심 너무 과했나
지난해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유독 언론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다. 교재 및 강의 무단 복제와의 전쟁 선포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수능과 EBS 연계율을 7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2010년 4월 EBS는 선제적 대응 조치에 나섰다. 사교육업체가 EBS 교재와 강의를 무단 사용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EBS는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를 영입하고‘지적재산권 침해대책반’을 꾸려 침해 사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런 와중에 최근 EBS 관련 판결 2건이 나란히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EBS의 지적재산권 침해 단속에 대한 학원가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신고포상제가 단속에 불을 댕겼다. EBS는 지난해 4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와 전화로 신고포상제를 실시했다. 사례금을 걸고 EBS의 상표권 및 저작권 침해 사업자 신고를 제도화한 것이다. 신고 사례 중 심각하게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면 법적 조치를 취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EBS 저작권 관련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1월 19일 표지에 한국교육개발원 등록상표인 ‘EBS’를 무단으로 표기한 혐의(상표법 위반)로 기소된 학원장 김모(45)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무죄판결의 근거는 무엇일까.

저작권 침해 법적 조치에 제동

‘타인의 등록상표를 이용했다 하더라도 출처 표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책 내용 등을 안내·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등 상표로 인식될 수 없는 경우에는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 …김씨가 발행한 쓰기·어법 교재에는 등록상표인 ‘EBS’와 동일한 표시가 돼 있지만 표지에 김씨가 운영하는 학원 이름과 주소 등이 적혀 있고 김씨의 영문 이름이 페이지마다 적혀 있는 등 책의 출처가 김씨가 운영하는 학원인 것으로 명확히 인식된다.’



김씨는 2007년 2월 서울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EBS’를 쓰기·어법 교재 표지에 부착해 150부를 수강생에게 나눠주고, EBS 모의고사를 이용한 강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해 약식기소됐다. 김씨는 벌금 500만 원 처분을 받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1심은 상표법 위반과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 모두 유죄 판단해 김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상표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판결에 EBS는 이례적으로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판결이 나온 직후 EBS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EBS 입장’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구체적 사안에 대한 개별적 판단에 불과하며, 교재에 ‘EBS’ 표기를 할 경우 출처 오인 가능성이 있으면 여전히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1심 재판부는상표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해 대법원과 다른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로 ‘EBS’ 상표의 명성을 이용한 사설학원의 상업적 마케팅을 부추겨 학생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도 덧붙였다.

“보도자료에 공식 입장이 나와 있다. 다른 이야기는 할 게 없다.”

그간 EBS는 꽤 많은 법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진다. 제보 내용 가운데 경중을 가려 소송을 진행한 사건도 적지 않다. 하지만 EBS 측은 답답할 정도로 말을 아꼈다. 홍보팀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건이 많아 뭐라고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오수미 변호사는 “진행 중인 사건이 꽤 있고 종결 사건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EBS가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곱지 않은 학원가 시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간 EBS는 공영방송의 이점을 활용해 잇속을 챙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기출 문제가 실린 참고서 발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는 반면, EBS는지나치게 교재 판매 단속에 열을 올린다는 것. 교과부 정홍재 연구사는“수능 기출 문제는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부분이고, 단속할 경우 참고서 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저작권 관련 단속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 학원 관계자의 말이다.

판결 기준 모호, 학원가 우왕좌왕

EBS 교재 판매 욕심 너무 과했나

2010년부터 EBS는 교재∙강의 무단사용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섰다.

“EBS-수능 70% 연계안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나온 방침이다. 하지만 EBS 교재를 활용하거나 EBS 교재로 강의하는 학원을 단속하는 것은 정부 정책을 EBS가 유리하게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대법원 최종 판결에 EBS가 불만을 제기한 것도 교재 판매 수익 감소를 우려해서다. 모든 학생이 EBS 교재를 사서 공부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제 2010년 EBS 교재 판매 매출액은 1137억 원으로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섰다(한나라당 허원제 의원 자료). 다른 학원계 관계자들도 “EBS에서만 사서보라는 방향도 맞지 않고, 단속 기준도 모호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저작권 보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수능 연계율 70%에 다다르는 등 정책적 배려를 받는 EBS가 지나치게 날을 세운다는 것이다.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학원마다 다르겠지만, 수능 출제율이 높기 때문에 EBS 교재 수업은 빼놓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어지는 그의 설명.

“문제 일부를 활용하거나 발제해서 프린트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지적재산권 단속이 시작된 이후 EBS 교재를 사라고 권할 뿐이다. 하지만 판결이 다양해 애매하다. 강사가 EBS 문제를 풀어주는 행위를 문제시하는 판결이 있는가 하면, 교재에 실린 문제를 강사가 칠판에 적거나 해설하면서 강의하는 것은 괜찮다는 유권해석도 있다. 각설하고, 근본적으로 EBS 교재와 방송으로만 수능을 준비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예컨대 재수생들은 방송을 보고 모르는 것은 학원 강사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겠나.”

종로학원 이종상 부원장은 “발제나 복사물은 위배되지만, 교재를 사서 강의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학원장들 사이에서도 법 적용에 대한 정보가 들쭉날쭉한 것이다. 실제 저작권 침해는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판례가 엇갈린다. EBS 측도 “정확한 기준을 우리가 제시하기보다 판결 사례를 살핀다”라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학습의 효율성을 들어 단속의 폐해를 지적했다. 수많은 EBS 교재를 모두 사는 것은 돈 낭비인 데다, 광범위한 교재를 모두 살피기도 힘들다는 것. 그는 “강사가 중요한 부분을 발제·요약하길 원하는 학생이 많다. 그런데 이 과정을 법적으로 금지해 학생들의 시간·경제적 부담이 늘어났다. 수능문제 70%가 EBS에서 나온다 해도 상위권은 30%를 잡기 위해 다른 참고서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고서를 취급하는 출판 업계도 울상이다. 지난해 중소 참고서 업계 상당수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는 문을 닫았다. EBS, 교학사, 두산동아 등 몇몇 대형 업체가 시장을 재편하면서 시장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최근 나온 서울고법 행정6부의 판결은 출판시장과 서점가들의 불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서울고법은 1월 20일 참고서 표지를 바꿔 개정판처럼 팔고, 도매서점들의 판매지역을 제한한 EBS에 시정명령을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한 학원 관계자는 “근본 문제는 EBS의 독점화다. 지나친 EBS 밀어주기는 오히려 학교에서 EBS 강의를 틀고 EBS 과외가 성행하는 등 ‘공교육 파괴’와 ‘사교육 팽창’을 낳는다”라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11.01.31 773호 (p82~83)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최유정 인턴기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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