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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화장품도 한류 … 불티나게 팔린다

일본·중국 관광객 ‘명동순례’는 필수코스…가격 대비 품질 우수 외국인 女心 사로잡아

화장품도 한류 … 불티나게 팔린다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

화장품도 한류 … 불티나게 팔린다

외국인 고객 특화 매장인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1월 24일 오카다 사야카(20) 씨 일행이 서울 명동 중앙로 ‘화장품거리’의 한 화장품가게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유창한 일본어로 이들을 맞이했다. 이번이 5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사야카 씨는 “한국에 올 때마다 비비크림과 마스카라를 꼭 사간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일본 화장품 잡지에 실린 한국 제품의 정보를 보고 메모를 해둔 후 명동에 올 때마다 그 제품을 구입한다. 가격이 싸다 보니 한 번에 몇 개씩 구입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선물도 한다. 사야카 씨가 화장품을 고르는 동안 함께 온 친구들은 유명 한류스타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는 데 열중이다. 그러고 보니 화장품가게를 찾은 사람 중에 유독 외국인이 많다. 화장품가게 직원은 “한국인보다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을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손에 든 쇼핑백마다 ‘한국 화장품’

아시아 각국에서 한국 대중문화 열풍인 한류(韓流)가 불면서 덩달아 화장품 한류도 뜨겁다. 서울 명동거리를 걷다 보면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돌아다니는 외국인 관광객을 쉽사리 볼 수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제품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내 브랜드 화장품이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동 화장품거리에 가면 일본어와 중국어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할 만큼 한국 화장품을 사기 위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열기가 뜨겁다.

그러다 보니 국산 화장품을 구입하기 위한 ‘명동 순례’는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코스가 됐다. 중국인 전문 관광가이드 윤성기(30) 씨는 “한국 화장품을 사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 백화점 면세점이나 명동 화장품거리를 여행 필수코스로 넣는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은 명동 중저가 브랜드숍을, 중국인 관광객은 대형 백화점 면세점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본인들은 필요한 것을 미리 꼼꼼히 적어와 딱 그것만 사는 반면, 중국인들은 매장 전체 물건을 휩쓸어 가다시피 한다. 한 번에 대규모로 사간다”고 말했다.



화장품 한류에 힘입어 화장품 수출도 전년 대비 38.7%나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2억4000만 달러로, 최근 6년간 같은 기간 대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 대상국만 119개국에 이르며, 거세게 한류를 타고 있는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이 수출 비중의 87%를 차지하며 이런 분위기를 이끈다.

화장품 한류의 원동력은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이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상대하다 보니 외국인 사이에서 한국산은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처음에는 배용준 같은 한류스타에게 호기심을 갖고 제품을 구입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산의 매력에 빠져 ‘마니아’로 변신한다. ‘한국 화장품 마니아’ 고자키 유미코(46) 씨는 “일본제 에센스가 50만 원 정도 한다면 한국 제품은 반값으로 살 수 있다. 그래도 품질에선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 기후 특성으로 보습이나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춘 다기능 제품이 많고, 직접 제품을 테스트해본 뒤 살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한 요인이다.

화장품 한류가 거세가 불자 국내 화장품 회사들도 ‘한류 마케팅’으로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브랜드 모델부터 김현중(더페이스샵), 비(네이처리퍼블릭), 이승기(더 샘) 등 남성 한류스타를 내세워 외국 여심(女心)을 사로잡는다. 매장에 일본어나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직원을 배치하는 것은 기본. 미샤는 현지인을 직원으로 채용한 데 이어 다국어 안내 카운슬링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명동 중앙로에 아예 외국인 고객에 특화한 매장인 ‘명동월드점’을 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에선 물건을 많이 산 외국인 여행객에게 숙소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화장품 브랜드 이름을 붙이는 데도 영어, 프랑스어 일변도에서 벗어나 한글이나 한자로 대체하고 있다. 특히 한자 이름은 아시아권 국가에서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데다 이름만 봐도 제품의 특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雪花秀)가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것도 한자로 이름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기억하기 쉬웠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한류가 불고 있는 현지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전체 매출의 12% 수준(2009년 기준)인 해외매출 비중을 2015년까지 29%까지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중국, 미주, 프랑스를 3대 축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도 한류 … 불티나게 팔린다

화장품 회사들은 한류스타를 내세워 외국인 여심을 공략하고 있다. 주요 화장품 회사 모델 이승기, 김현중, 비(왼쪽부터).

견제 이겨내고 브랜드 인지도 높여야

그러나 한쪽에선 한국 화장품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제품의 안전성을 트집 잡아 한국산 화장품을 매도하거나 대응 상품을 발매해 적극적인 압박에 나서는 것. 일본에서 한국산 비비크림이 승승장구하자 현지 유력 화장품 기업인 고세가 쥰기스이 리프트 BB크림을 발매하고, 유명 코스메슈티컬 브랜드인 닥터시라보도 BB퍼펙트크림을 내놓는 등 견제에 나섰다. 현지 기업들과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국내 유명 비비크림 주력 기업들의 수출 실적도 주춤해졌다.

한국 화장품 대량 위조 사례도 심심치 않게 적발된다. 1월 18일 국내 유명 화장품 업체의 BB크림을 대량으로 위조해 중국에 밀수출하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BB크림 제조 공장에 주문해 넘겨받은 내용물을 H사 등 유명 업체의 상표가 붙은 튜브에 담는 수법으로 평범한 BB크림을 유명업체 제품으로 둔갑시켰다.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위조 상품은 대부분 불량품이라고 보면 된다. 불량품을 쓴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에 대해 불신을 가질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브랜드 열세는 여전한 숙제다. 화장품 수출이 늘었다지만 한국은 화장품 교역에서 매년 3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중고가(entry premium)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유럽, 일본 브랜드보다는 떨어지는 저가 이미지에서 아직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전체 화장품 시장 중 10%대에 불과했던 고급 브랜드 시장이 24%대로 급성장했으며 2014년에는 2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까지나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을 앞세울 수 없으며, 이젠 브랜드로 승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1.01.31 773호 (p64~65)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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