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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뻔한데…해외근무 NO!”

일본 젊은이들 내향적 성향 확산…유학생까지 줄어 ‘우물 안 개구리’

  •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고생 뻔한데…해외근무 NO!”

일본의 젊은 회사원들 사이에서 해외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근무는 좀….” 도쿄의 한 광고대리점에서 근무하는 남자 직원(26)은 지난 연말 상사에게서 해외근무 의향을 타진받고 말꼬리를 흐렸다. 회사가 불황이 계속되는 국내시장에서의 부진을 타개하고자 몇 년 전부터 중국시장 개척에 사운을 걸고 있다는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솔직한 심정은 ‘아는 사람도 없고, 반일 감정도 심하다는 중국에서 어떻게 생활하느냐’다. 또 휴일에 대학 동아리 선후배와 야구를 하는 것이 큰 즐거움인데 해외근무를 하면 이를 포기해야 한다. 그는 “일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대학시절 동남아시아 여행을 한 적이 있지만 “여행과 현지에서 사는 것은 별개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며 회사가 정식으로 해외근무를 타진해도 ‘NO’라고 답할 거라고 말한다.

유명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또 다른 직원(28)도 “인사 명령이 나면 어쩔 수 없이 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하면서도 해외근무가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해외연수를 다녀온 동료로부터 “현지에서 배운 게 별로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그는 “해외에서 근무해도 회사 내에서 출세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그 분야의 전문가 정도로밖에 인정받지 못한다”면서 오히려 해외근무를 하면 장래가 불안해진다고 걱정한다.

일본의 산업유통대가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0년도 봄에 입사한 신입사원 중 해외에서 근무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49%로 절반에 가깝다. 2001년도 29%, 2004년도 28%, 2007년도 36%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이들이 해외근무를 기피하는 주요 이유는 ‘치안과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 리스크가 높다’ ‘외국어 능력 등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유학 10년 사이 40% 격감



근무지도 미국 같은 선진국은 ‘일해보고 싶다’는 응답이 67.8%였으나 중국 등 신흥국은 34.6%로 떨어지고,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개발도상국은 25%에 불과했다. 일본 외무성 통계로는 해외에 나가 있는 일본인은 약 113만 명(2009년 10월 기준)으로 북미는 큰 변화가 없으나 아시아 지역만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일본 젊은이들이 글로벌 시대임에도 살기 편한 국내에 안주하려는 ‘우치무키(內向) 성향’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과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젊은이들의 내향적 성향은 신입사원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해외유학이나 연구원들의 해외 연구활동도 격감하고 있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인기강의 ‘정의는 무엇인가’ 수강생 중에는 아시아계 학생이 많다고 일본 언론에 보도(NHK 교육채널)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일본 학생은 몇 명 되지 않는다. 2009년 하버드대 학부 유학생 666명 가운데 한국 42명, 중국 36명, 싱가포르 22명, 인도 20명이나 일본은 5명에 그쳤다. 2010년 봄 일본을 방문한 하버드대 총장이 일본대학 관계자에게 “중국과 한국 유학생은 증가하는데 일본 유학생은 줄고 있다”고 ‘걱정’할 정도다.

2009년 말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 유학 중인 학생은 중국이 약 12만7000명, 인도가 약 10만4000명, 한국이 약 7만2000명을 넘어 전년도에 비해 세 나라는 각각 10~20% 증가했다. 그러나 일본은 3만 명 미만으로 전년도보다 14%가 줄었고, 최근 10년간은 40%가 감소했다. 그렇다고 미국 이외 국가로 유학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2008년도 외국 유학 일본인 학생은 6만6833명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

이처럼 외국 유학이 줄어드는 이유로 일본의 ‘소자화(少子化·출생률의 저하로 자녀 수가 줄어드는 것) 현상’과 학생들의 내향적 성향, 3학년 2학기부터 시작되는 취직활동을 비롯해 명문대학일수록 자교 대학원 출신을 교수로 채용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 등이 지적된다. 유학뿐 아니라 외국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한 달 넘게 연구활동을 한 일본인 연구자의 수도 2009년도 3739명으로, 절정기인 2000년 7674명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해 역대 최저 수준이다(문부과학성 조사).

이와 관련해 201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일본인 2명 중 1명인 미국 퍼듀대학의 네기시 에이이치(根岸英一·75) 교수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해외에 나가라고 말하고 싶다. 일정 기간 밖에서 일본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측은 젊은 사원들을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키우기 위해 해외연수나 해외근무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계 제작회사인 IHI는 2010년 가을부터 주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에서 젊은 사원 연수를 시작했다. 6주간의 일정으로 연말까지 수십 명이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다. 현지에서 버스가 엔진 고장으로 도로 위에 멈춰 서는 바람에 전원이 내려 밀어서 시동을 거는 등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기술 계통으로 입사한 한 남자 사원(26)은 “처음엔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몸도 말을 듣지 않아 빨리 귀국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나니 해외에서 근무할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연수에 동행한 인사담당자는 현지 기업을 방문했을 때 “처음엔 기가 죽어 벌벌 떨던 사원들이 나중엔 적극적으로 발언을 했다”며 연수 성과를 나름대로 평가했다.

히타치(日立)제작소는 그룹 전체에서 종래 100명 정도 보내던 젊은 사원 연수를 연간 1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기본은 어학연수지만 현지 유적 발굴 등 업무와 관계없는 과정도 포함시켰다. 유적 발굴은 실패했지만 “실패한 경험을 살려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인사담당자는 말했다.

한편 미쓰비시(三菱)상사, 미쓰이(三井)물산, 마루베니(丸紅) 등 종합상사들은 2011년도부터 입사 8년 이하 전 사원의 해외근무를 의무화하거나, 3개월에서 1년 코스의 해외 실무연수를 강화키로 했다. 이들 상사는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에 젊은 사원을 중점적으로 보낼 방침이다. 상사들은 이처럼 해외근무 경험을 통해 외국과의 업무를 담당할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1.01.24 772호 (p60~61)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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