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6

2010.12.13

검은색 면발, 얼마나 구수하십니까?

메밀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입력2010-12-13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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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색 면발, 얼마나 구수하십니까?

    1 바닥에 깔린 것은 껍데기를 안 벗긴 메밀이고, 가운데 것은 벗긴 메밀이다. 2 껍데기를 벗기고 메밀을 분쇄하면 사진처럼 하얀 분말이 나온다. 이것으로 면을 만들면 하얀 면이 나온다.

    냉면과 막국수는 한국 사람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국수류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메밀 맛을 잘 알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들 함량미달의 메밀면을 먹으면서 그게 맛있는 메밀면이라고 여긴다. 처음엔, 함량미달 메밀면을 내는 집들이 점차 사라지겠지 싶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집들이 더 번창하고 있다. 메밀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광범위하게 번져 손을 볼 수 없는 지경인 것이다.

    메밀 음식 중 가장 흔히 먹는 것이 막국수와 평양냉면, 그리고 일본식 소바다. 그 면의 색깔은 대부분 거무스레하고, 소비자들은 이를 당연한 듯이 여긴다. 메밀에서 우리가 먹는 부위는 씨앗의 씨젖이다. 겉껍데기를 벗기면 씨젖이 나오는데, 이 색깔은 하얗다. 속껍질까지 분쇄를 하면 흐린 회색이 돌기는 하지만 메밀가루는 전반적으로 흰색이다. 따라서 메밀로 뽑는 국수는 흰 것이 맞다.

    예전 분쇄기계가 좋지 않았던 시절에 메밀의 겉껍데기가 메밀가루에 섞여 거무스레했는데 지금은 기계가 좋아 겉껍데기 혼입은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막국수와 평양냉면, 소바 등의 면이 거무스레한 것은 겉껍데기까지 갈아 넣어서 그렇다. 메밀 함량이 매우 낮은, 즉 밀가루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부 메밀국수의 경우 그 색깔을 더하기 위해 색소며 곡물 태운 가루를 넣기도 한다.

    메밀 100%의 면을 내는 집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찾아보기 드물어 이를 맛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또 메밀 100% 면이 반드시 맛있는 것도 아니다. 메밀은 글루텐이 극히 적어 찰기가 없기 때문에 글루텐이 많은 밀가루를 적당히 섞는 것이 식감에 오히려 좋다. 밀가루를 20~30% 섞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정도면 메밀의 향이 다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상적인 메밀면의 기준은 메밀 함량 70~80%로 보는 것이 좋다. 메밀의 겉껍데기까지 갈아 넣지 않으면 밀가루도 흰색이니 이 면도 흰색이다.

    검은색 면발, 얼마나 구수하십니까?

    시중에서 파는 막국수의 면이다. 빤질빤질하고 검은 것이 전분이 듬뿍 들어가고 색깔이 나는 무엇인가를 더한 듯하다. 메밀에는 이런 색이 없다.

    시중에서 파는 메밀면 중 최악은 반짝반짝 검은빛에 윤기가 나고 쫄깃한 면이다. 이는 고구마나 감자의 전분이 듬뿍 들어간 것이다. 검은빛을 내는 것은 곡물가루를 태운 것이나 색소를 넣었을 확률이 높다. 심한 것은 당면 수준의 질감을 보여주는데, 이 정도면 메밀은 거의 들어가지 않은 메밀면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면의 쫄깃한 식감을 유독 즐겨 이것도 맛있게 먹어서 이 엉터리가 시중에 흔하게 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옥수수차나 보리차의 볶은 곡물 냄새가 물씬 나기도 한다. 일부 사람은 이 뜬금없는 향을 ‘아, 구수하다’고 느낀다.



    메밀의 본디 맛은 하얀 씨젖의 맛에서 나온다. 메밀로 뽑은 국수는 거무스레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사진으로 그 차이를 확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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