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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그린벨트 40년 폭발한 민심 02

40년간 재산권 억압 범법자 딱지 겁 안 난다

무허가 ‘창고벨트’가 된 경기도 그린벨트…생색내기식 우선해제 원주민만 죽을 맛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40년간 재산권 억압 범법자 딱지 겁 안 난다

40년간 재산권 억압 범법자 딱지 겁 안 난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주민이 그린벨트에 묶여 농사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서하남IC를 빠져나와 하남시 감북동, 초이동 일대로 접어들면 파란색, 주황색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창고가 군데군데 무리를 짓고 있다. 창고 사이로 화물차들이 부지런히 오간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본 지적도엔 지목이 목(축산업 및 낙농업을 위해 초지를 조성한 토지)으로 적혀 있었지만 음료수, 신발 등이 보관된 창고만 있을 뿐 실제 가축을 키우는 축사는 하나도 없다. 지역주민들은 “서울 코앞에서 소, 돼지 키운다고 하면 난리가 나지”라며 손사래를 친다. 도대체 이 많은 창고의 정체는 무엇일까?

경기도 그린벨트 불법행위 전국 1위

답을 말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하남시는 한때 총면적의 97.2%가 개발제한구역(이하 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던 대표적인 그린벨트 지역이었다. 최근 보금자리주택지구, 집단취락 우선해제지역, 지방자치단체 중점사업지역 등을 중심으로 그린벨트가 일부 해제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총면적의 86%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그린벨트 안에선 각종 건축행위 및 용도변경 등의 행위가 제한되고 개발보다는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는 행위만을 장려한다. 사실상 농사 외에는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그린벨트 내 지역주민들의 이런 상황을 고려해 2000년 7월부터 축사 건축이 가능해졌다. 애초 온전히 축사로 이용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하남시는 이미 수천 건의 허가가 났음에도 시가 2002년 10월 ‘가축사육제한금지’ 조례를 제정하면서 원래 용도였던 가축 사육마저 불법행위가 됐다. 그러나 이들 시 모두 서울에 근접한 교통요지인지라 축사를 물류창고로 이용하려는 물류사업자들의 수요가 많았다. 경기도는 하남시를 비롯해 남양주시, 시흥시 등에 창고가 난립하면서 ‘창고벨트’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됐다.

문제는 이런 창고 임대업이 불법행위라는 점이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개특법)에 따르면 그린벨트 내 건축물의 용도 변경을 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 창고 대부분이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건축물이다. 경기도는 이런 무허가 건축물들 때문에 ‘그린벨트 내 불법행위 전국 1위’라는 오명을 얻었다. 경기도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에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경기도 그린벨트 불법행위 현황’에 따르면, 올 6월까지 경기도 내 그린벨트 불법행위 적발건수는 463건으로 전국 적발건수 920건의 50.3%를 차지한다. 이 중 창고 건설이 불법행위 유형의 30%에 이른다.



하남시의 경우 6000여 개의 창고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1000여 개는 그린벨트 가 해제돼 합법적으로 창고업을 할 수 있으나 나머지 5000여 개는 여전히 무허가 상태다. 변변한 산업기반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생계를 잇고자 몇 년째 불법 창고임대업을 하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궁여지책으로 창고임대업을 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생계를 끊어놓으려 한다며 정부에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주민 박성용(48) 씨는 “토지에 건물을 지어서 임대사업을 하든 직접 내 사업을 하든 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뭐든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40년간 재산권 억압 범법자 딱지 겁 안 난다

1 일부 지역의 그린벨트가 풀리면서 땅값이 올랐지만 그 이익의 대부분은 외지인이 가져갔다. 2 하남시를 비롯해 남양주시, 시흥시 등의 그린벨트 내 주민들이 축사를 창고로 용도 변경해 임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경기도 그린벨트는 ‘창고벨트’란 별명을 얻었다.

재산권 제약·이행강제금 二重苦

지자체는 수시로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 현지조사를 벌여 행정처분을 내린다. 개특법 제30조 1항 1호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허가를 받지 않거나 허가 내용을 위반해 건축물의 건축 또는 용도 변경하는 경우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으며, 해당 행위자에 대하여 공사의 중지 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건축물·공작물 등의 철거·폐쇄·개축 또는 이전,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특히 이행강제금 규정이 신설되면서 지역주민의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또한 소유주뿐 아니라 세입자에게도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양벌규정이 적용됨으로써 창고임대업자들이 더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남시 공원녹지과 김영헌 팀장은 “시정명령을 받은 후 그 시정 기간 안에 명령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1억 원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며 “올해 2월 7일부터 이행강제금 규정이 시행되면서 창고임대업으로 거두는 수익보다 이행강제금이 큰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 제한도 모자라 수천만 원의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남시 춘궁동에 사는 최모(55) 씨는 2000년 농사를 짓던 992㎡(약 300평)의 땅에 축사를 만들었다. 이후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창고로 용도 변경해 임대사업을 해왔다. 최씨는 “그 땅에 1년 꼬박 농사를 지어봐야 손에 쥐는 돈은 500만 원 남짓이다. 축사를 창고로 임대하면 창고 하나당 월 150만~200만 원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이행강제금 37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창고업을 하려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내야 합니다. 토지세, 재산세 두 번, 부가가치세 네 번에 종합소득세와 종부세까지 내는데 여기에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됐으니 번 돈보다 내뱉는 돈이 많습니다.”

과도한 재산권 행사 제약에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20가구 이상 300가구 미만 집단취락지’를 그린벨트 우선해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주민들은 “해제 기준도 모호한 데다 생색내기 수준에 그쳐 주민들 사이에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며 싸늘한 반응이다.

춘궁동에 사는 최재준(54) 씨의 집 앞에는 ‘개발제한구역’이라 쓰인 녹색 푯말이 단단히 박혀 있다. 최씨는 “하남시 곳곳에 박힌 대못”이라고 표현했다. 이 푯말을 기준으로 왼쪽은 그린벨트고, 오른쪽은 집단취락 우선해제지역이다. 단순히 푯말 하나지만 이를 경계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우선해제지역은 3.3㎡당 최소 500만 원은 받습니다. 투기 바람이 분 곳은 1500만~2000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반면 그린벨트는 3.3㎡에 100만 원을 겨우 받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6개월 이상 전 가족이 거주하지 않은 상대에게는 팔 수도 없습니다.”

우선해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선 창고임대업이 합법화됐다. 그 결과 임대료 수익도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린벨트에서 축사를 창고로 용도 변경해 받을 수 있는 임대료는 3.3㎡당 1만8000~2만 원. 그러나 경계선 너머 우선해제지역의 창고 임대료는 3.3㎡당 5만 원으로 2배 이상 비싸다. 합법적 영업이므로 단속의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최씨가 우선해제지역에 든 지역을 가리키며 ‘로또를 맞았다’고 표현한 것도 이해가 간다. 전국개발제한구역연합회 하남시지회 김용재 회장은 “그린벨트 해제로 일부 돈 버는 사람이 생기면서 주민 간의 단합이 예전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반상회를 해도 여전히 그린벨트에 남아 있는 주민과 우선해제지역에 속한 주민 간의 갈등 때문에 제대로 진행이 안 됩니다. 도대체 이 푯말을 경계로 한쪽은 합법, 다른 한쪽은 불법이란 게 말이 됩니까?”

차라리 강제수용이라도 당했으면…

40년간 재산권 억압 범법자 딱지 겁 안 난다

3 개발제한구역을 나타내는 푯말. 이 푯말을 경계로 좌측은 그린벨트 지역, 우측은 우선해제지역으로 나뉜다.

더욱이 지역주민들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인다. 김용재 회장은 “현재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을 보면 그린벨트니 개발제한구역이니 하는 명칭부터 바꿔야 된다. ‘개발을 위한 유보지역’이라고 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그린벨트 해제가 지역주민들의 사정을 고려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싼값에 주민들의 땅을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팔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

“40년 동안 주민들을 억압해온 정책 때문에 피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생색내기식 우선해제로 주민 간의 분란만 일으키고,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처럼 자기 배만 불리는 그린벨트 해제를 하는 탓에 하남시 원주민들만 죽게 생겼습니다.”

101ha(약 30만7000평) 규모로 하남 풍산지구를 조성하면서 정부는 토지를 3.3㎡당 100만~110만 원에 수용했지만, 현재 매매가는 3.3㎡당 1300만 원 선에 이른다. 김 회장은 “비싼 매매가 때문에 보금자리주택에 원주민의 입주율은 30%에도 못 미친다”며 “그린벨트 해제로 정부와 LH만 막대한 이익을 거둔 셈”이라고 비판했다.

우선해제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린벨트 해제로 땅값이 들썩였지만 그 과실은 대부분 외지인이 가져갔다. 춘궁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떻게 알고 왔는지 개발제한구역이 풀리기 직전 외지인들이 땅을 싹쓸이 매입해서 외지인의 비율이 70%에 육박한다”며 “결국 개발이익도 외지인이 누리고 대다수 주민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하남시 주민들은 “합리적으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5년 전국 40여 개 지자체와 함께 전국개발제한구역연합회를 만들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합리적’이기는커녕 ‘그린벨트 해제’조차 쉽지 않은 상황 앞에서 이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친다. 넋두리처럼 내뱉은 한마디에서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아무리 죽는다고 아우성쳐도 크게 개의치 않은 채 4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재산권 행사에 너무 억압을 당하니까 이럴 바엔 차라리 강제수용이라도 당해서 일부 보상이라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소극적이나마 재산권 행사를 한 셈이잖아요.”

광교산 자락에 농원이 많은 이유는

사실상 무면허 음식점…공무원들은 모른 척


40년간 재산권 억압 범법자 딱지 겁 안 난다

경기도 수원시 광교산 자락에 위치한 농원들. 이름과 달리 이들 대부분은 음식점이다.

OO농원, ▲▲농원, △△농원….

경기도 수원시의 주산인 광교산 자락에 들어서는 길 양옆에는 유독 농원이 많다. ‘주말농장 환영’이란 문구에 ‘주말마다 농장을 찾는 사람이 많구나’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농원/단체 환영’이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농원에 단체로 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말일까, 의문은 간판 아래 ‘김치 손만둣국, 사골 떡국 전문’이란 글자를 보고야 풀렸다. 그럴싸하게 농원이라고 붙여놨지만 이들 대부분은 사실상 음식점인 것.

광교산 자락 일대는 그린벨트 지역인 데다 상수도 보호구역이어서 용도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연유로 광교산 일대 음식점은 모두 무허가 음식점이다. 점심시간에 한 농원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맛으로 소문난 곳이라 멀리서도 찾아온다. 하지만 음식점이면 계산대 옆에 떡하니 붙여놓는 그 흔한 허가증을 이곳에선 찾을 수 없다. 무허가 영업이니 허가증이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터.

가게 주인 송모 씨는 “수십 년 동안 장사를 해왔다. 음식점이라도 안 하면 이곳에서 뭘 해먹고 살겠나”라고 토로하며 “공무원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안다. 그래도 농원이라고 가게 이름을 붙이면 일정 부분 사정을 감안해준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11.22 763호 (p18~21)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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