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9

2010.10.25

신한 3인방 불명예 동반 퇴진 임박?

금융당국 압박, 이사회 조기 수습책 모색 … 차기 류시열·강만수·이철휘 씨 거론

  • 원정희 이데일리 경제부 기자 jhwon@edaily.co.kr

    입력2010-10-22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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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 3인방 불명예 동반 퇴진 임박?

    9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신한은행 본점(위)에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해임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진행했다. 왼쪽에서 네 번째가 라응찬 회장.

    10월 14일 오후 2시 일본 오사카 시내 한 호텔.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가 속속 모여들었다. 모두 130여 명. 2층 회의실이 꽉 들어찼다. 회의 시작 1시간이 좀 넘자 한 원로 주주가 결의문을 낭독했다. 신한 최고경영진 3인방의 동반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박수가 이어졌다. 거수 결과 결의문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사회 멤버인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도 여기에 동참했다.

    금융당국과 이사회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금융당국이 신한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한 이사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당초 11월 4일로 예정된 신한금융 이사회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나온다. 이사회가 열리면 신한금융의 후계구도와 라응찬 회장의 거취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라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의 검찰 소환조사도 임박해 사태가 조기에 매듭지어질 분위기다.

    11월 4일 이사회에 쏠린 눈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촉발된 ‘신한금융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3인방의 동반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이사진에게 전달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도 주주들의 이런 의견을 이사회에서 공식 거론할 예정이다. 재일교포 주주는 신한금융 주식의 17%를 보유한 최대주주 그룹이다. 이들은 신한금융의 창립 근간으로 신한금융은 물론이고 이사회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동안 라 회장의 최대 지지층이었다.

    신한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 이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이사회 역할론’도 신한금융 안팎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사회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며 압박하고 나선 게 결정타를 날렸다. 이는 신한 사태를 오래 끌수록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상처도 깊어진다는 우려와, 전체 은행산업의 경쟁력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에서 나왔다. 대우증권 구용욱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은행주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신한금융의 가치가 추락하면서 은행주 전체의 가치와 평가도 떨어지는 모양새”라며 빠른 수습을 기대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 개최를 앞두고 이런 의중을 드러낸 것은 이사회가 먼저 라 회장의 퇴진을 결정해달라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한다. 라 회장의 징계를 확정지을 제재심은 11월 4일에 열린다. 이날 어떤 결론이 나든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금융당국으로선 ‘관치로 라 회장을 밀어냈다’는 말을 듣는 것이 부담스러워 대신 신한금융 이사회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점들 때문에 이사회 일정을 앞당겨 제재심 개최 전에라도 이들의 거취와 후계구도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신한금융의 한 국내 사외이사는 “라 회장의 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진을 요구하거나 해임을 추진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신중한 의견을 내비쳤다. 국내 사외이사들은 이사회가 기능을 해야 한다는 데엔 공감하지만 방식에 대해선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열릴 이사회에서 원론적 수준의 논의만 하거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에만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 라 회장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면 이사회를 다시 열어 거취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절차를밟으리란 관측이다.

    검찰 소환조사 사법처리 가능성도

    신한 3인방 불명예 동반 퇴진 임박?

    신상훈 사장

    하지만 신한금융 내에서는 자칫 이 시기를 놓쳐 외부의 힘으로 사태가 수습되고 후계구도가 정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사회와 관계없이 조기 수습을 위해 3인방이 자진 동반사퇴하는 쪽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재 미국 출장 중인 라 회장도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감안, 귀국을 앞당길 수 있다. 자진사퇴를 결심하고 돌아올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한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은 이번 사태 조기 수습의 열쇠를 쥐었다. 검찰 수사 결과는 3인방의 거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중대변수다. 검찰은 10월 둘째 주부터 신 사장을 포함한 피고소인의 소환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라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에 따른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와 이 행장의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받은 5억 원 유용 문제 등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을 소환해 조사한다. 자칫 이들 3인방 모두 사법처리를 받고 불명예 퇴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는 금융당국이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에 대한 중징계를 추진하고 있어 라 회장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라 회장 퇴진 압박이 거세진 것은 10월 7일 밤 중징계 방침이 통보된 이후부터다. 금융당국의 중징계에는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이 해당된다. 문책경고의 경우 연임은 할 수 없지만 임기까지 자리는 유지한다. 반면 직무정지는 확정되는 즉시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라 회장을 차명계좌 개설 과정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행위자’로 보고 직무정지 수준의 중징계를 내릴 것이 유력하다. 설령 낮은 징계를 받더라도 신한금융 안팎의 퇴진 압박이 거세져 라 회장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으리라고 본다.

    벌써부터 차기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포스트 라응찬’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류시열 신한금융 비상근이사와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등이다. 류 이사는 신한금융의 사외이사를 오랫동안 맡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로 분류된다. 김 교수 역시 신한·조흥은행 통합추진위원장과 사외이사를 역임해 이번 사태를 중립적 시각에서 수습할 수 있는 인사로 꼽힌다. 관료 출신 중에선 ‘일본통’으로 평가되는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의 이름이 꾸준히 등장한다. 대통령의 측근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론되지만 벌써부터 야당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가능성은 낮다.

    신한금융 안팎에선 신한의 문화를 이해하는 인사로 후계구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내부 출신 인사들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이인호 전 신한금융 사장,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이 CEO 후보군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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