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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대형마트 홈플러스 한국 고위층 전방위 로비 의혹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 통과 저지, 압력 행사 정황 드러나 ‘파문’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대형마트 홈플러스 한국 고위층 전방위 로비 의혹

대형마트 홈플러스 한국 고위층 전방위 로비 의혹
영국 대형 유통업체가 대주주인 홈플러스가 국회에 계류 중인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영국 정부뿐 아니라 국내 정부 고위층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야당이 아닌 여당 지도부에서 먼저 의혹을 제기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 검찰은 로비 의혹에 대해 수사를 시작할 것인지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3일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홍준표 최고위원이다.

“영국에서 투자한 특정 대형마트 업체가 영국 정부에 로비를 해서, 영국 정부가 한-EU FTA와 연관지어 SSM 규제법안에 시비를 걸고 있다. 한국 국민이 이 사실을 알면 불매운동을 벌일지도 모른다. 국내에 진출한 대형마트들이 이 법을 감수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이 업체의 로비를 받은 그 나라만 시비를 걸고 있다. 이 업체가 이런 식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 우리 국민의 정서를 고려할 때 기업 경영에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이것 말고는 SSM 규제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홍 위원이 언급한 특정 대형마트란 삼성테스코에서 운영하는 ‘홈플러스’를 지칭한다. 삼성테스코는 영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삼성물산과 함께 설립한 업체로, 테스코가 전체 지분의 94.6%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대선 전후 로비 커넥션 짜여



현재 국회에는 SSM 규제법안으로 통칭되는 ‘유통산업발전법안’(이하 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안’(이하 상생법)이 계류 중이다. 해당 상임위인 지식경제위원회(이하 지경위)에서 논의 끝에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의 법안 심의 과정에 묶여 있다. 여야 의원들뿐 아니라 해당 부처인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 간의 견해차가 그 원인이다. 홍 위원의 이날 발언은 영국 정부로부터 한국 정부가 압박을 받고 있고, SSM 규제법안이 국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도 결국 홈플러스 측의 로비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10월 18일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여기에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홈플러스가 영국 정부뿐 아니라, 협력업체를 통해 한국 정부 고위층에게까지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한국 정부 고위층을 대상으로 로비 작업에 착수한 시점은 2007년 대선을 전후해서다. 홈플러스의 협력업체인 D건축사무소 대표이사 C씨를 통해 2007년 9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 매월 일정액을 후원했고, 에쿠스 차량과 기사까지 제공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그 근거로 “D건축사무소가 에쿠스 차량을 렌트한 사실을 확인했고, 당시 차량을 운전한 기사와의 전화통화에서 ‘뭐 아시면서. 저는 드릴 말씀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지목한 D건축사무소는 2000년부터 최근까지 10여년 동안 홈플러스의 할인매장 17곳과 물류센터 2곳 등 모두 19곳의 건축설계를 맡았던 업체다. 홈플러스 전국 87개 할인매장의 20%, 4개 물류센터의 절반을 담당했던 것이다.

박 의원은 특히 1988년 4명의 건축가가 설립한 D건축사무소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세운상가 4구역과 턴키(일괄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은평뉴타운 2, 3지구 아파트 건설공사를 따내면서 급성장한 배경에 주목했다. D건축사무소 대표이사 C씨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민간위원 12명 중 1명이다.

D건축사무소가 대선 당시 차량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 고위간부로 부임한 L, S, W씨 3명. 이 가운데 L, S씨는 현직에서 물러났고, W씨는 여전히 현직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씨는 예전부터 홈플러스 측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인물로, D건축사무소의 로비 배경이 홈플러스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요즘 대기업들이 직접 로비를 하면 문제가 되니까 협력업체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인다면 이들 간의 복잡하게 얽힌 커넥션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SSM 규제법안이 모두 통과되면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마트는 직격탄을 맞는다. 사업 조정 대상에서 제외된 ‘가맹점 SSM’이 상생법을 근거로 강화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SM 규제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시점은 올해 4월이다. 영국 정부가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본격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시점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4월 27일과 29일 열린 임시국회 법사위 회의록을 보면, 여야는 물론 해당 부처 간 합의를 거쳐 해당 상임위인 지경위를 통과한 유통법과 상생법을 외통부가 제동을 걸었다. 총대를 멘 사람은 한-EU FTA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외통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그는 27일 법사위에서 SSM 규제법안과 관련해 영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발언 내용 중 일부다.

“한국시장에 투자가 있는 영국, 그 다음에 영국이 소속된 유럽연합 쪽에서 제게 공식적으로 이것은 자기들 쪽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내용의 편지가 와 있습니다.”

김 본부장은 “EU와의 FTA 협상 과정에서 유통법과 상생법 두 법안 모두 문제가 있지만 유통법은 설득해볼 수 있는 반면, 상생법은 설득하기 어렵다”면서 분리처리를 요청했다. 유통법만 처리하고 상생법은 재검토해달라는 것.

승용차 받은 사람 중 W씨는 현직

이에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분리처리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두 법을 놓고 여야 간 협상과정이 있었고, 이해집단 간 협상과정이 있었다. 정말 어렵게 이뤄낸 합의다. 이런 법안은 여야 합의가 굉장히 어렵지만, 여야 의원께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즉각 반발했다. 최 장관은 이어 “유통법을 처리하면서 중소 유통 상공인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상생법에서 프랜차이즈 부분을 사업 조정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두 법안은 따로 갈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최 장관의 태도는 불과 2일 만에 급반전했다. 29일 다시 열린 법사위 회의에 참석한 최 장관은 “정부 내에서 여러 가지 토론을 해본 결과 상생법은 통상 마찰의 소지가 있으니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서 그동안의 주장을 철회하고 “유통법을 먼저 통과시키고 상생법은 좀 더 시간을 갖고 토의를 거치는 방향으로 법사위가 결정해주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다만 “개인적인 소신으로는 두 개 법안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맞다”면서 곤혹스러운 속내를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법사위 한나라당 소속 위원들은 이날 정부 측의 요구대로 유통법과 상생법을 분리처리하자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위원들은 동시처리 주장을 굽히지 않아 결국 여야 협상이 결렬됐다. 민주당 측에서는 동시 처리에 합의했던 지경부와 외통부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의문을 나타낸다. 홈플러스와 협력업체 D건축사무소 측의 대(對)정부 로비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D건축사무소가 1999년 5월 출범할 때부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온 협력업체인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홍 위원은 물론 박 의원 등 민주당 측에서 제기한 로비 의혹은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다”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 영국 정부로서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진출했을 때 그 나라에서 심한 규제를 받는다면 정부가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테스코는 홈플러스에 5조 원 이상 투자했다. 영국 정부로서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게 당연하다. 이것을 압박이라고 한다면 너무하는 것 아닌가. 억울한 부분이 많다.”

이 관계자는 D건축사무소의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D건축사무소 측에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그 회사가 그런 일을 할 이유도 없고, 실제 그런 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D건축사무소 측 책임 있는 자리의 관계자로부터 이와 관련한 해명과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주간동아 2010.10.25 759호 (p36~37)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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