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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이지은의 아트야 놀자

맨 얼굴의 性, 담담하거나 섹시하거나

‘남녀의 미래:No More Daughters & Heroes’전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맨 얼굴의 性, 담담하거나 섹시하거나

맨 얼굴의 性, 담담하거나 섹시하거나

(위) 하룬 파로키, ‘An Image’, 16mm film, 1983 (아래) 피치스, ‘Fanbase Cave’, Mixed media & video, 2007

성인용 잡지 ‘플레이보이’에서 육덕진 몸매의 여성 모델을 바라볼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의 남동생 방에 숨겨져 있던 플레이보이를 몰래 훔쳐본 적이 있었는데요. 불끈 성욕이 솟아나지는 않았지만, 핑크빛 에로틱한 분위기에 괜스레 마음이 두근두근했습니다.

그런데 12월 12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해외교류특별전으로 열리는 ‘남녀의 미래 : No More Daughters · Heroes’전(이하 ‘남녀의 미래’전)에서 선보인 다큐멘터리 작품 ‘이미지’를 보는 순간, 여성 모델을 바라보면서 솟아나던 성욕도, 발그레하게 젖은 감성도 모두 철저히 계산되고 의도된 것임을 알 수 있었어요.

현재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인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가 제작한 ‘이미지(An Image)’는 1983년 플레이보이 촬영장에서 하나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목수가 무대 세트를 설치하는 과정부터 스태프가 여성 모델의 엉덩이 포즈 하나, 머리카락 위치까지 일일이 체크하는 모습을 보니, 에로틱한 감성은 어느덧 ‘안드로메다’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성은 과연 진정한 의미의 여성인 걸까요.

이처럼 ‘남녀의 미래’전은 미술,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남과 여, 그리고 성(性)’이란 주제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아낸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하룬 파로키를 비롯해 독일 작가 7명과 한국 작가 5명이 참여했는데요.

이들의 작품은 언뜻 보면 아무런 연관성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개성이 뛰어납니다. 특히 저는 베를린에서 가수이자 퍼포먼스 예술가로 활동하는 피치스(Peaches)의 ‘팬베이스 케이브(Fanbase Cave)’가 기억에 남는데요. 신발을 벗고 둥그런 구조물 안에 들어가면 피치스가 공연하면서 팬들로부터 받은 속옷과 성적 도구, 야한 그림, 인형 등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붉은빛의 다양한 물건이 한곳에 모여 보여주는 색감은 마치 여성의 자궁을 연상케 했죠.



김영섭 작가의 ‘남과 여-슬픈 인연’도 무척이나 재미있는 작품인데요. 김 작가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남자의 조건, 여자의 조건’에 대해 인터뷰한 음성을 40여 개의 스피커가 설치된 2개 조형물을 통해 들려줍니다. 남자의 조건이 주로 능력과 재력인 반면, 여자의 조건은 얼굴과 몸매더군요. 송호준 작가의 ‘조립된 남근’은 그 기발함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는데요. 발기한 남근은 오랜 역사 동안 절대적 권력을 상징해왔죠. 그런데 송 작가가 만들어낸 발기한 남근은 주인의 키보다도 훨씬 크지만, 손만 툭 대면 허물어질 것 같은 레고로 아슬아슬하게 조립돼 있습니다. 탱탱한 딸의 가슴과 탄력을 잃어가는 엄마의 가슴, 축 늘어진 할머니의 가슴을 실리콘 제재로 표현한 김성래 작가의 ‘삼대’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전시는 ‘성이 무엇이다’ 하는 결론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태초부터 인류의 호기심 대상이자, 가장 비밀스럽게 은폐됐던 남녀, 그리고 성의 여러 모습을 보여줄 뿐이죠.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관람료는 3000원, 031-960-0180.



주간동아 2010.10.11 757호 (p85~85)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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