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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사랑받는 법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기상청이 사랑받는 법

기자는 최근 동해 해저지진계와 씨름했습니다. 울릉도 남쪽 15km 지점에 설치된 국내 유일의 해저지진계가 올해 1월 14일 이후 ‘먹통’이 됐는데, 8개월간 학계나 지진관측기관 어느 곳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비전문가인 기자에게 지진계와 지진분석시스템 취재는 난제였습니다. “쉽게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기상청 관계자는 “해저지진계 전문가가 없다. 쉽게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고, 일부 전문가는 말하기를 꺼렸습니다. 기상청으로부터 연구 용역을 받으려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인터뷰를 거절한 이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일부 학자를 통해 해저지진계는 설치 당시부터 자료에 대한 신뢰 논란이 있었고, 국내 지진관측기관이 공유하는 통합지진관측망(KISS)에도 사용되지 않아 ‘자료가 들어오든 안 오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월 14일 이후 먹통이라고 했지만, 기자는 ‘5, 6월에도 자료를 보내왔다’는 사실을 다른 경로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기상청은 8월 27일까지 자료를 보내왔다고 시인하면서 ‘은폐’ 대신 ‘착오’라고 하더군요. 기상청에선 기자에게 정보를 알려준 직원을 색출하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주간동아’ 755호, 756호를 통해 기사화했습니다.

사실 해저지진계는 2006년 12월 설치 당시 케이블이 손상돼 육지에서 5km 구간을 잘라낸 채 15km만 설치됐고, 암석 밑에 케이블을 파묻겠다는 설계보고서와 달리 암석 위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공 변경을 해 담당 공무원이 감사원 징계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상청으로선 ‘뜨거운 감자’였던 겁니다.



이를 백분 이해하더라도, 고가 장비가 보내오는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 설치 4년이 지났지만 해저지진계 전문가를 양성하지 않았고, 자료가 들어왔음에도 쉬쉬한 대목은 의문을 갖게 합니다.

기상청이 사랑받는 법
최근 기상청은 지진관측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한다면서 “초기 예산만 300억 원이 드는 만큼 국민적 지지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는데, 예산 확보를 위한 국민적 지지를 받으려면 이미 설치한 장비부터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10월 7일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질타를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의욕이 앞서 새 기술을 도입해놓고선 정작 운영과 관리에는 ‘나 몰라라’ 한 기상청이 국민 혈세를 까먹고 있다. 시공 부실 등 종합적인 과실 여부부터 조사하세요.”



주간동아 2010.10.11 757호 (p12~12)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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