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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구당 선생 미스터리 05

침뜸으로 암, 에이즈, 사스 치료? 과학적 검증 “글쎄요”

저서, 인터뷰에 나타난 구당의 불치병 치료술…“사실이라면 노벨 의학상감”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침뜸으로 암, 에이즈, 사스 치료? 과학적 검증 “글쎄요”

구당 김남수 옹은 여러 저서와 언론 인터뷰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현대과학이 극복하지 못한 불치 또는 난치 질환에 대해 “침뜸으로 암을 치료한다” “침뜸으로 에이즈를 치료한다” “사스는 여름감기와 같아 인동초를 먹으면 낫는다. 뜸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암 치료의 시험 임상에 성공했다” “암은 썩지 않은 종양에 불과하다” “자폐증을 침뜸으로 치료하면 대부분 낫는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질환에 대한 그의 침뜸 치료효과는 아직 과학적 인증을 받지 못했다.

전통의학이 치료의 경험칙이 쌓여 만든 귀납적 의술임을 인정한다 해도, 또 ‘낫게 된 과정’은 차후에 규명한다 해도 ‘치료 결과’만큼은 과학으로 검증돼야 위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즉, 그 치료 효과가 정확히 침뜸에 의한 것임을 인정받아야 한다. 환자가 주관적으로 “나은 것 같다”고 말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임상 시험’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해서 영상의학적으로, 혈액·종양학적으로, 검증을 받고 침뜸이 아닌 다른 치료를 받은 대조군과 비교한 뒤 관련 학회로부터 치료술로 인정받아야 한다.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이름 모를 풀뿌리가 몇몇 사람의 불치 또는 난치 질환을 낫게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식적인 ‘치료제’로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과학적 검증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이 먹어서 부작용이 전혀 없는 식품이라 해도 “불치병이나 난치병을 치료한다”라고 말해선 안 된다. 이는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제도권 의술이든 비제도권 의술이든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구당은 국민들에게 ‘침뜸 잘 놓는 사람’으로 정평이 난 지 오래다. 실제 그에게 치료를 받아 “난치병이 나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엔 침뜸을 맞으려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그에게 배운 사람에게 침뜸을 맞으려는 이도 적지 않다. 그만큼 그의 말 한마디가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양방·한방, 제도권·비제도권 인사를 막론하고 범의료계에선 구당의 이런 단정적 언사와 검증되지 않는 발언에 우려를 표한다. 생명에 직접적 지장이 없는 질환이야 그러려니 해도 치명적인 불치병, 난치병에 대한 그의 과장된 말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에게 헛된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는 구당이 자신의 책이나 자신의 말을 인용한 책, 각종 언론 인터뷰, 기자회견에서 밝힌 불치병, 난치병에 대한 생각과 치료담을 소개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았다. 구당 측(뜸사랑)의 의견도 들었다.

“암 치료 임상 시험 포기했다”

침뜸으로 암, 에이즈, 사스 치료? 과학적 검증 “글쎄요”

1월 21일 있었던 구당의 기자회견문과 그의 구술이 담긴 책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

‘2009년 1월 미국 애틀랜타의 뉴호프 병원에서 (암 치료에 대한) 시험 임상을 성공했다. 7월 25일 본격적인 임상을 위해 미국에 입국했다. 9월 16일부터 암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말기 암 환자들을 치료했다. 모든 환자에게서 항암치료의 공포인, 구토 증세와 어지럼증이 사라졌다. 침뜸의 효과는 미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미국인 의사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구토 증세와 어지럼증이 없어지니까 항암제 치료를 더욱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침뜸 치료 덕분에 많은 환자들의 종양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과학적으로 측정됐다. 진료는 미국인 책임자에 의해 기록됐고 주도되었다. 그는 곧 미국 암 학회에 임상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알려왔다. 미국인 의사들을 위한 침뜸 교육과정도 곧 만들어질 거라고 전해 들었다. 불행하게도 자세한 내용은 CNN이나 미국 신문을 통해 보도가 될 것이다. 미국 의사들이 미국 언론에 먼저 발표하겠다고 했다.’

구당은 2010년 1월 21일 고(故) 장진영 씨의 악성종양(위암) 침뜸 치료효과와 관련해 논란(36쪽 참조)이 일자, 미국에서 급거 귀국해 ‘뜸사랑’ 측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위의 내용은 회견문에 담겼던 것으로 당시 각 언론은 이를 인용 보도했다.

구당이 ‘시험 임상(임상시험)’에 성공해 침뜸 치료로 종양이 줄어든 것을 과학적으로 측정했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구당이 ‘시험 임상을 하고 종양이 줄어드는 것을 과학적으로 측정했다’고 한 미국 뉴호프 병원을 취재한 결과, 이 병원은 암에 대한 공개 임상시험을 실시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뉴호프 병원 인근에 거주하는 한인 의사와 미국 침구사 등은 “이 병원은 호스피스 병원이라 암 치료에 대한 임상시험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리도 한국에서 그런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에 따르면 뉴호프 병원에서 구당은 말기 암 환자를 상대로 침을 놓았는데 일부 환자에게서 항암 치료의 부작용인 구토 증세와 어지럼증이 사라지는 효과(환자들이 느끼는 주관적 효과)는 있었지만 병원이 침뜸 치료로 종양이 크게 감소하거나 암이 치료됐음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구당은 “임상 내용이 암 학회에 보고되고, CNN이나 미국 신문을 통해 보도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9월 말 현재까지 세계 어느 암 학회에도 구당의 암 치료 임상 내용이 보고된 적이 없으며 CNN 등 미국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았다. ‘곧 만들어진다’던 미국인 의사를 위한 침뜸 교육과정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구당 측도 주간동아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미국에서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하려면 수년이 필요하다. 그래서 암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은 포기하고 수 명의 암 환자를 치료하고 그 결과를 모아서 공표하려고 한 것이다. 치료 결과를 작성한 보고서를 가지고 있다. 현지 의사가 그 결과물을 미국 신문이나 CNN을 통해 보도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뉴호프 병원에 물어봐라.”

기자회견문에서 분명히 ‘시험 임상에 성공했다’고 밝혀놓고 이제 와선 ‘수년이 걸려 임상시험은 포기했다’는 것이다. 정확히 “침뜸 덕분에 종양이 크게 준 것을 과학적으로 측정했다”고 밝혔지만 뉴호프 병원 측에 확인을 요구하자 답변을 회피했다. 공개질의서를 띄웠지만 “답변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상호 기자가 구당의 구술을 받아 정리한 저서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와 최근 각 언론과의 인터뷰에는 암과 사스, 에이즈 등 인류 최고의 불치병에 대한 구당의 치료담이나 치료철학이 담겨 있는데 모두가 전 세계 의학자들이 들으면 경천동지할 이야기뿐이다. 과학적 검증작업은 거의 없고 자신의 주장과 환자의 주관적인 느낌, 치료를 지켜봤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대부분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 세상 모든 불치병, 난치병도 감기보다 못한 질병이 된다.

구당은 이 시대 ‘화타’?

침뜸으로 암, 에이즈, 사스 치료? 과학적 검증 “글쎄요”

전 세계를 감염의 공포로 벌벌 떨게 했던 사스 발병 당시 인천공항의 모습.

‘암은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썩지 않게 된 종양에 불과하다. 모든 종양은 곪아서 스스로 치유된다. 따라서 암도 곪아서 스스로 치유되도록 유도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우선 암에는 침이 최고다.’

만약 이런 구당의 말을 믿고 침 치료를 암 치료의 최선이자 최고로 생각하고 제도권의 항암치료를 포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암이 항생제 남용으로 생긴 질환이라면 항생제가 생기기 전인 조선시대에도 종창, 적취, 옹저의 형태로 암이 존재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종양이 곪아서 스스로 치유되도록 유도해주는 최선, 최고의 치료법이 침’이라면 구당이 치료한 암 환자는 모두 완치됐다는 말인가. 올 1월 기자회견에선 분명히 “침뜸 치료 덕분에 많은 환자의 종양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과학적으로 측정됐다”고 밝힌 구당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질의를 하자 이렇게 답변했다.

“암이 침뜸만 맞으면 낫는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게 주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침뜸이 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 큰 효과를 본다는 말이다. 미국에서도 침뜸만으로 암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 의사와 함께 양방과 침뜸으로 병행치료를 하니까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는 말이다.”

2002년 말에서 200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09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그중 774명이 사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해 구당은 이런 말도 했다.

“사스 때문에 중국인으로 나하고 가장 친했던 위생부 장관 장문강의 목이 달아났다. 내가 중국에 전화를 해 ‘사스는 침뜸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서 치료해줄까’ 하니까 ‘좋다고 오라’고 했어. 그런데 주변에서 ‘그곳에 가면 다시 못 오신다’며 사람들이 못 가게 하더라고. 그래서 안 가고 대신 ‘이렇게 치료해줘라’ 얘기만 해줬지. 사스는 사실 여름감기다. 여름감기는 취한 즉, 땀나게 하면 가라앉는다. 인동의 뿌리 한 주먹 달여 먹으면 낫는다. 여름감기는 실제 그렇게 무서운 게 아냐. 내 말을 들어서인지, 나중에 중국에서 인동을 쓰더군. 사스는 그걸 쓰면 낫는 병이야.”

사스-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사스는 당시 증상 발현 후 일주일 안에 환자를 무더기로 사망케 했고, 중국과 홍콩에서는 치료에 나섰던 의료진의 사망이 계속 이어지면서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국내에도 3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백신과 치료법이 개발되지 못한 질병으로 치사율 9%에 달하는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초특급 전염병 중 하나다. 구당이 말한 인동은 민간에서 피기 전 꽃잎을 따 말려서 종기, 염증, 가려움증, 감기를 다스리는 데 써온 식물로, 중국에서 한때 사스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치료제로 인정한 적은 없다. 민간에서 이 식물을 감기나 염증을 다스리는 데 써서 그럴까. 구당은 사스를 전형적인 감기로 보고 ‘풍문혈’에 침 치료를 했다고 한다.

당시 사스 의심환자를 치료했던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구당의 이런 말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노벨 의학상을 타야 한다. 치료 의사, 간호사조차 죽이는 전염병이 여름감기와 같다는데 더 할 말이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구당 측은 “사스가 침뜸으로 치료가 되는지 여부는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된다. 분명한 점은 사스로 사망한 환자가 감기로 사망한 환자보다 훨씬 적다는 것과 필요 이상으로 사스나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감을 정부와 언론에서 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환자가 침뜸으로 낫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분명히 좋은 효과가 있다고 확신한다. 감기가 침뜸으로 치료가 된다는 것조차 믿지 못하는 사람들과 대화의 벽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질병과 환자에 항상 겸손한가

구당은 “에이즈도 침뜸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그의 저서는 물론, 언론 인터뷰에서도 누누이 밝혔다. 잠비아 에이즈 환자들에게 침뜸을 놓았다는 사실은 많은 언론에 보도됐다.

“후천성 면역체가 모자라면 에이즈가 몸 안에 만연하게 되지. 현대과학으로는 후천성 면역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없다. 그런데 뜸이 바로 그 면역체를 만들어낸다. 에이즈가 생기기 이전부터, 과학자들이 검증한 내용이야. 뜸은 저항력을 높여주고 면역체를 생산한다고. 뜸이 후천성 면역체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는 이름의 에이즈는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지.”

“몇 해 전 ‘뜸사랑’의 아프리카 잠비아 의료봉사 활동을 통해 에이즈 치료에 상당히 자신감을 갖게 됐다. 장관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은 물론 많은 잠비아 국민들이 에이즈의 발열 증상이 가라앉고 면역력이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잠비아 정부에서 본격적인 임상 연구와 공동치료를 요청했지만 당시 ‘뜸사랑’을 공식기관으로 인정해주지 않던 우리 정부가 거절하는 바람에 더 이상 결실을 맺지 못했다.”

“에이즈를 치료한 사례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주간동아가 요청하자, 구당 측은 “에이즈를 뜸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구당의 임상 소견이다. 잠비아에서 에이즈 환자를 다수 치료했고 많은 효과도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사례는 내놓지 않았다. “잠비아의 임상 연구와 공동치료 요청을 거절한 정부 부처가 어디냐”는 질의에 대해선 “공식 문서는 없다. 잠비아 보건복지부 차관과 에이즈 임상 치료에 대해 국립병원과 협진으로 연구하는 것을 논의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이즈 환자를 치료하는 국립병원인 국립의료원 신형식 감염병센터장은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제안이 들어온다 해도 응할 생각은 없다. (구당의 치료법에)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30여 년간 환자의 심장과 심혈관을 치료해온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가 항상 입버릇처럼 되뇌는 말이 떠오른다.

“민초들이 존경하는 진짜 ‘명의’는 환자가 얼마나 많이 찾고 진료비를 얼마나 받는지 여부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의인(醫人)으로서 자기 한계를 분명히 알고 질병과 환자에 대해 항상 겸손한 사람이 진정한 명의다.”



주간동아 2010.10.04 756호 (p38~41)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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