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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룸살롱 2차 장부 … “나 떨고 있니”

‘성 접대’ 파문 목포시 뒤숭숭 … 지역 유지 연루 놓고 소문 무성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룸살롱 2차 장부 … “나 떨고 있니”

룸살롱 2차 장부 … “나 떨고 있니”
“목포경찰서로 가주세요.”

행선지를 밝히기 무섭게 택시기사는 눈을 크게 뜨고 기자를 바라보았다. ‘혹시 그 사건으로 조사받으러 가는가’ 하고 묻고 싶은 표정이 역력하다. 기자가 별다른 말을 않자 차 안에는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일명 ‘목포 룸살롱 2차 장부’ 파문 뒤 목포가 떨고 있다. 목포시 옥암동 A룸살롱에 간 적이 있는 남성들은 목포경찰서(이하 목포서) 전화번호인 ‘061-270-XXXX’와 비슷한 번호만 전화에 떠도 전전긍긍한다. 한 택시기사는 2002년 에이즈에 감염된 성매매 여성이 1년 6개월간 성매매를 해서 전남 여수지역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과 비교하기도 했다. 약 25만 명 규모의 지역사회라 파문은 더 컸다.

‘룸살롱 2차 장부’ 파문은 경찰이 지난 6월 2차 성매매를 나갔던 여종업원과 손님 간의 폭행사건을 조사하던 중 업소 마담이 작성한 장부를 확보해 수사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이 공개한 성매매 장부에는 방 번호, 주문한 양주 이름, 접대한 종업원 이름, 술값, 2차 성매매 비용, 성 구매 남성의 이름·전화번호·직업 등이 적혀 있다. 인근 옥암·하당지구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5개 룸을 가진 A업소는 규모는 작지만 고객관리를 잘해 꽤 장사가 잘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명단에 적힌 손님 400여 명 중 가짜 전화번호를 댄 사람을 뺀 360여 명과 종업원 40여 명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 50여 명이 성매수 사실을 인정했다.

친목 도모에 300만~400만 원 썼을까

목포서는 성매매 여부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목포 시민의 관심은 “누가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접대를 받았느냐”에 쏠렸다. 단순히 친목 도모를 위해 하룻밤에 300만~400만 원의 술값과 2차 성매매 비용을 쓸 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목포서는 당장 ‘접대의 목적’과 관련해 수사를 할 계획이 없다. 정환수 형사과장은 “은밀히 이뤄지는 성매매의 특성상 이 부분을 밝히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성 구매 남성이 가짜 인적사항을 댄 경우가 많고, 여종업원 소재 파악도 쉽지 않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목포서는 성 구매 남성들의 신원에 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경찰서 바깥에서는 특정인, 특정 기관, 특정 업체 등을 지목하는 소문이 무성하다. 목포지역 기자들에게도 혹시 장부에 포함됐는지 확인해달라는 부탁이 끊이지 않는다. 경주장 사업비만 3400억 원이 투입된 ‘2010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목포 옆 영암군에서 개최되자 이를 둘러싼 의혹도 나온다. 전남도청 직원 A씨는 “영암 F1 관계자들이 건설업자에게 접대를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일부 룸살롱 종업원은 영암 F1 건설현장으로 ‘원정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B룸살롱 상무는 “영암 현장에는 술 마실 곳이 변변치 않다. 하지만 사업이 큰 만큼 관련된 사람도 많고 자연히 술자리도 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목포 인근 무안군에 자리한 전남도청도 입에 오르내린다. C가요주점 이모 전무는 “유흥가가 밀집한 옥암·하당지구는 도청과 가깝다. 5년 전 도청이 이전한 뒤 지역 유흥업계에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도청 직원 사이에서는 “접대도 못 받는 사람은 지역 유지가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농담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전남도청 한 고위공무원은 “일부 직원이 갔을 수 있지만 도청 직원들이 그 룸살롱 장부에 적힌 주요 고객이라는 것은 억측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지역 개발공사, 조선·중공업체 등도 거론된다. 룸살롱의 실제 업주와 목포서 간부가 유착관계에 있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목포서가 과연 이러한 권력형 비리까지 캐낼 수 있을까? 쉽지는 않아 보인다. C룸살롱 상무는 “업소 손님들 얼굴만 봐도 어디서 일하는지 안다. A업소 단골이 누구인지도 금방 나올 것이다. 서로 잘 아는 지역사회라 칼을 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A업소는 폐업했지만 다른 옥암·하당지구 룸살롱들은 불을 환하게 밝히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0.10.04 756호 (p54~54)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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