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1

2010.08.23

김태호 총리 내정자 부인 신모 씨 20여 년간 탈세했다

장모와 공동 소유 주상복합건물서 임대수입 인사청문회 앞두고 미납세금 300만 원 납부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08-23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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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호 총리 내정자 부인 신모 씨 20여 년간 탈세했다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8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국무총리실 별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 중 최근 5년간 근로소득원천징수 내역을 보면 배우자 기본공제가 모두 빠져 있던데 이유가 뭔가?”(기자)

    “내정자의 부인이 장모와 공동으로 소유한 주상복합건물 임대수입과 가끔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수입이 조금 있는 것으로 안다.”(최기봉 총리 내정자 비서실장)

    ▼“최근 5년간 내정자의 부인이 소득에 따른 세금을 납부한 적이 전혀 없던데.”(기자)

    “장모 명의로 소득신고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최 실장)

    ▼“그렇다면 배우자 기본공제를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강의료 수입이 많아서 기본공제 대상이 아니라면 그 수입에 대한 세금은 왜 안 냈나?”(기자)



    “… 내정자의 부인과 장모가 건물 임대수입에 따른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 세금을 내지 않은 게 아니라 축소 신고한 것이다. 솔직히 그건 잘못이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오늘(8월 18일) 미납 세금을 다 납부했다.”

    미스터리한 재산 증식 과정

    김태호(48) 총리 내정자 부인이 친모(김 내정자 장모)와 공동 소유한 주상복합 건물 임대수입에 대한 세금을 수년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이 건물이 세워진 게 1988년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20년 넘게 탈세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아 사실 여부에 따라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 내정자가 경남도지사 시절부터 측근이었던 최기봉 비서실장은 1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내정자의 부인 신모(46) 씨의 탈세 사실을 사실상 사인했다. 최 비서실장은 “김 내정자의 부인 신씨와 장모는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그동안 정상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소득이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신씨는 300만 원, 장모는 100만 원 정도의 세금을 완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내정자 부인의 탈세는 “그동안 급여 외에 다른 수입은 전혀 없었다”는 김 내정자의 미스터리한 재산 증식 과정을 풀어주는 열쇠일 가능성이 높다.

    김 내정자가 1998년 경남도의회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최초로 신고한 공직자 재산등록 당시 재산(재산가액 기준)은 1억1000만 원 정도였다. 이후 아무런 변동이 없다가 2002년 거창군수에 당선되면서 600만 원 정도 줄어든 1억400여만 원으로 변경 신고했다. 2006년 선거에서 도지사에 재선된 직후 재산은 2억400여만 원. 4년 사이 1억 원 정도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2007년 초 변동 신고된 내용을 보면 김 내정자의 재산은 38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부동산 평가액이 1억7000여만 원이 늘어난 반면 3억3000여만 원에 달하는 채무가 새로 발생했기 때문. 자산규모로 따지면 10억 원대의 자산가가 됐지만, 부채가 많아진 게 문제였다.

    하지만 김 내정자의 재산은 2008년 9300만 원, 2009년 8800만 원, 2010년 6100만 원 증가 등 연초 변경 신고를 할 때마다 순자산이 증가했다. 부채는 줄고 예금과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 덕분이다. 이번에 제출한 재산변동신청서에 따르면 현재 김 내정자의 재산은 3억7000여만 원이다. 불과 3년여 만에 재산가액이 10배 증가한 셈이다. 금액으로는 3억4000여만 원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김 내정자의 채무는 4억7000여만 원에서 2억7000여만 원으로 2억 원 줄고, 김 내정자 가족의 총 예금액은 6000여만 원에서 1억여 원으로 4000만 원 가까이 늘었다. 이것이 과연 김 내정자의 급여만으로 가능한 일일까.

    4년간 고작 260만 원만 사용?

    김태호 총리 내정자 부인 신모 씨 20여 년간 탈세했다

    김태호 총리 내정자 부인이 친모와 공동 소유한 경남 거창군 거창읍 대평리 주상복합건물 위성사진.

    김 내정자의 연봉은 8000만~9000만 원 정도다. 김 내정자의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에 따르면 근로소득원천징수와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지출금을 뺀 실질소득은 5000만~6000만 원에 불과하다. 2007년 1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3년 7개월간 실질소득을 다 합쳐야 2억1000만 원 정도다. 같은 기간동안 김 내정자가 신고한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내역은 다 합쳐야 고작 260만 원이었다. 이것도 불가사의한 일이지만 김 내정자가 자신의 봉급을 하나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채무상환과 저축에만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재산 상태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김 내정자가 다른 수입이 없다면 김 내정자 부인의 수입이 더해졌다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한편 김 내정자의 부인이 임대수입을 올린 것으로 확인된 주상복합건물은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 재산 축소신고 의혹을 제기한 바로 그 부동산이다. 경남 거창군 거창읍 대평리에 소재한 이 건물은 지상 3층 규모로 1, 2층은 상가, 3층은 주택용으로 지어졌다. 면적은 대지 77.2㎡에 건평 408㎡다. 현재 공시지가는 ㎡당 47만1000원.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이 건물의 실거래 가치는 2억2000만~2억3000만 원이다.

    김 내정자의 부인은 1998년 최초 재산등록 때 이 건물에 대한 자신의 지분(2분의 1)을 5560만 원으로 신고했다. 당시 공시지가는 ㎡당 68만3000원으로 지금보다 20만 원 이상 높았다. 공시지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54만9000원, 51만 원 등 줄곧 하향세를 긋다가 지난해 47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김 내정자의 부인은 이를 반영해 올해 초 경남도지사로서 마지막 재산변경 신고 때 이 건물 지분에 대한 가격을 6480만 원에서 6010만 원으로 줄였다. 그런데 총리 내정자 재산변동신고서에는 갑자기 두 배 가까이 증가한 1억1330여만 원으로 신고했다. 공시지가가 떨어지고 건물은 노후화됐는데 갑자기 재산가액이 급증한 것은 그동안 재산을 축소 신고해왔다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총리 내정자의 이상한 동거

    ‘본인도 두 집 살림, 장모도 두 집 살림’


    김태호 총리 내정자의 거주지는 경남 창원과 거창 두 곳이다. 경남 창원시 용호동 L아파트는 김 내정자가 경남도지사 시절인 2006년 6월 매입해서 거주한 곳이다. 그런데 김 내정자의 부인은 그해 9월, 김 내정자는 11월 거창군 거창읍 상림리 D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다. 경남도청이 위치한 창원에서 거창까지는 출퇴근하기 힘든 거리. 학군이 좋은 거창군으로 위장 전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내정자는 이에 대해 “창원에 소유하고 있는 주택과 거창의 주소지에서 반씩 살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내정자의 부인은 무남독녀다. 나이가 많은 장모가 혼자 사시면 외롭고 힘들어서 모시고 살고 있다”는 게 김 내정자 측의 부연 설명이다.

    김 내정자 가족이 장모와 함께 산다는 거창 D아파트는 장모 송모(64) 씨가 2006년 9월경 8000만 원에 전세계약을 했다. D아파트는 명문 거창고를 들어갈 수 있는 학군에 속한다.

    이상한 것은 김 내정자의 장모 송씨도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송씨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김 내정자의 부인과 공동소유인 거창읍 대평리 주상복합건물 3층. 건물 1층은 음식점과 편의점, 2층은 학원이 들어와 있고 3층 주택에 송씨가 거주하고 있다는 것. 한 지역 주민은 “건물주가 이 집에 사는 것으로 안다. 실제 얼굴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이 지역 주민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내정자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또 송씨가 D아파트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김 내정자 가족에게 전세를 얻어줬다면 이는 공직자재산신고 대상이다. 빚을 지고 있으니 채무인 것이다. 그런데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채무가 아니라 증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내정자 측은 이에 대해 “건물 입주자 관리를 위해 김 내정자의 장모가 왔다 갔다 한다. 대평리 건물 주택은 관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고, 장모는 대부분 D아파트에서 김 내정자 가족과 지낸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장모도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두 집 살림을 하는 장모와 사위의 ‘이상한’ 동거, 과연 어디까지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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