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9

2010.08.09

떠나야 느낀다, 멈춰야 즐긴다

대한민국 국도 따라 4色 여름휴가

  • 입력2010-08-09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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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방방곡곡 거미줄처럼 이어진 국도는 늘 곁에 있지만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향하는지 몰라서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도 예산도 넉넉지 않고, 뚜렷한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면 이번 여름휴가는 국도에 몸을 맡겨보자. 길이 품고 있는 다양한 자연과 역사, 문화가 색다른 휴가의 장을 열어줄 것이다. 화제의 책 ‘국도 여행 바이블’의 저자들이 4色 코스로 안내한다.

    #Island - 한가로운 섬에서 만나는 색다른 바다 풍경

    13번 국도의 완도

    청정해역 완도는 바다뿐 아니라 자연과 역사가 만들어낸 다양한 볼거리를 품고 있는 섬이다. 완도대교를 건너자마자 해안을 따라 일주도로를 달리는 것 자체가 일탈이며 휴식이 될 만큼 바다 경치가 일품이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의 왕 장보고 기념관, 유적지, 해안공원과 함께 드라마 ‘해신’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촬영장, 수만 개의 자갈이 모여 이뤄진 구계등 자갈밭 등 색다른 볼거리도 만난다. 신지대교 앞에 세워진 완도타워(76m)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전경과 월출산, 제주도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해가 진 뒤 펼쳐지는 야간 레이저 쇼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나들목에서 2번 국도로 갈아타고, 강진·순천 방면으로 가다 해남 방면 13번 국도로 갈아타면 해남을 거쳐 완도 도착



    14번 국도의 거제도

    견내량(거제도와 통영반도가 만들어낸 수로)에 자리한 통영타워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망이 우선 반긴다. 고즈넉한 섬 거제의 대표 볼거리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해금강. ‘남해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절경을 볼 수 있다. 해금강 근처에는 아기자기한 펜션과 함께 어촌민속전시관, 해금강테마박물관, 거제자연예술랜드, 거제자연휴양림 등이 늘어서 있으며 해변을 따라가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도 놓칠 수 없다. 이 밖에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옥포대첩기념공원 등 역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고, 배를 타고 동백섬 지심도와 예술의 섬 외도로 갈 수도 있다.

    ▶ 영동고속도로 호법 분기점에서 대전 방면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통영 나들목에서 빠져 14번 국도를 타고 통영시내 거쳐 거제도에 도착

    17번 국도의 돌산도

    아름다운 항구 여수에서 돌산대교를 건너면 섬 전체가 드라이브 코스인 돌산도에 도착한다. 한밤중에 돌산대교를 건넌다면 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환상적인 50여 가지 색 조명의 환대를 받을 수 있다. 돌산도는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 큰 섬으로 돌산공원, 무슬목전적지, 전라남도수산종합관, 방죽포해수욕장, 향일암, 은적암 등의 명소가 있다. 남해가 간직한 수많은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해안일주도로는 총 60여 km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해안도로를 일주하다가 돌산공원에 올라 여수시와 남해의 전경을 구경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경부고속도로 천안 분기점에서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논산 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순천 나들목에서 여수 방향 17번 국도를 타면 여수시내 거쳐 돌산도 도착

    18번 국도의 진도

    기상청이 꼽은 ‘최고의 낙조 전망대’ 세방리낙조대가 있는 진도는 한반도에서 가장 늦은 해넘이를 볼 수 있고, 석양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다. 바다 너머로 지는 해가 작은 섬 사이를 붉게 물들이는 세방리낙조대의 석양은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주변에 주지도, 양덕도, 가사도 등 기묘한 섬이 옹기종기 떠 있어 어딜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운림산방, 남진미술관 등 남도 문학의 산실과 조수간만의 차로 바다가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 접도대교와 접도 등 자연의 선물도 만끽할 수 있다. 진도가 만들어낸 전통 홍주와 바지락회를 맛보는 것도 필수 코스.

    ▶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나들목에서 2번 국도를 타다 13번 국도로 갈아타고, 해남에서 진도 방면 18번 국도로 갈아탄 뒤 길 끝까지 가면 진도 도착

    떠나야 느낀다, 멈춰야 즐긴다

    (왼쪽) 돌산도는 섬 전체가 드라이브 코스다. (오른쪽) 다도해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완도타워.



    #Beach - 인파를 피해 즐기는 해변 휴식 · 스케줄

    떠나야 느낀다, 멈춰야 즐긴다
    7번 국도의 동해 일부

    고성 송지호철새관망대에서 무리지어 날아가는 철새와 잔잔한 호수의 경치를 즐기고, 화진포 해양박물관에 들렀다가 대진항에서 싱싱한 해산물과 항구 정취를 맛본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자리한 명파해수욕장은 매년 7~8월에만 개방, 깨끗하고 인적이 드물어 해수욕을 즐기며 하루를 보내기에 제격이다. 이튿날 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속초 근처에서 동해의 별미 도치, 장치 등의 요리를 맛본 뒤 영랑호 드라이브를 즐긴다. 대포항, 낙산사, 하조대 등 7번 국도의 관광 명소를 훑어보며 활기 넘치는 주문진항까지 구경한다. 7번 국도를 따라가다 만나는 해수욕장 곳곳은 바다뿐 아니라 휴식과 경치를 제공하는 소나무 숲으로도 유명하니 군데군데 들러볼 일이다.

    ▶ 서울~춘천고속도로 동홍천 나들목을 나와 속초 방향으로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 속초에서 7번 국도로 갈아타고 고성 혹은 간성 쪽으로 북진

    21번 국도의 서해 전체

    서울에서 여유롭게 출발하면 뜨거운 낮 동안에는 웅장한 보령호와 보령댐을 돌아보며 시원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해질 무렵 남포방조제, 죽도관광지, 부사방조제를 잇는 서해방조제 위에서 서해의 풍경을 만끽한다. 잠시 차를 세워놓고 방조제에 올라 걸어보면 서해 바다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춘장대나 무창포해수욕장 근처에 숙소를 마련하고 조개구이로 저녁을 해결한다. 다음 날 아침 해돋이마을, 서천해양박물관, 홍원항, 마량리 동백숲 등을 둘러본다.

    ▶ 서해안고속도로 대천 또는 무창포 나들목으로 빠져 21번 국도

    30번 국도의 변산반도국립공원 부분

    아침 8시쯤 서울에서 출발하면 11~12시에 부안에 도착한다. 향긋한 백합조개 요리로 유명한 계화회관에서 점심을 먹는다. 계화방조제 바다 풍경을 둘러보고, 부안댐과 부안호를 돌며 변산반도 해안과 내륙 경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드라이브를 즐긴다. 즐비한 해수욕장 중 작지만 이색적인 풍경과 조용함을 자랑하는 상록해수욕장에 숙소를 잡고 해수욕과 해변 휴식을 즐긴다. 해질 무렵 곰소염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저녁으로 맛깔스러운 젓갈정식을 먹는다. 다음 날 목장처럼 드넓은 녹지를 자랑하는 썬리치랜드, 독특한 조형물과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휘목아트타운과 금구원조각공원 등을 둘러본다.

    ▶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또는 줄포 나들목으로 빠져 30번 국도

    31번 국도의 동해 일부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면 포항 어부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모리국수로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때가 맞지 않으면 팥죽과 찐빵으로 유명한 철규분식에서 포항 별미 간식을 맛본다. 모래사장과 몽돌해안의 두 가지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오류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단, 숙소는 근처 정자항에 마련할 것. 정자항은 밤 풍경과 맛있는 야식이 즐비한 곳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 울산테마식물원에 들렀다가 5m 높이의 소망우체국과 탁 트인 바다가 넘실대는 동해의 명소 간절곶을 둘러본다.

    ▶ 경부고속도로 도동 분기점에서 대구~포항고속도로 갈아타고 끝까지 가면 포항에서 31번 국도 타고 구룡포 방향

    #National Park - 산과 계곡 그 속에 숨어 있는 내륙의 정취

    1번 국도의 계룡산국립공원

    계룡산은 주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20여 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능선 모양이 닭 볏을 쓴 용의 형상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845m이며 각 봉우리 사이에는 7개의 계곡과 3개의 폭포가 있고, 116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어 자연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관음봉, 연천봉, 동학사, 신원사를 잇는 등산로가 잘 조성돼 누구나 산을 만끽할 수 있다. 국립공원 내 계룡산 도예마을에서는 젊은 도예가들과 함께 도자기 체험 등을 해볼 수 있으며, 공룡 화석과 우주의 탄생, 미라의 역사 등을 볼 수 있는 자연사박물관이 있다. 숙박을 하고 싶다면 국립공원을 벗어나 대전 유성온천관광단지로 갈 것.

    ▶ 경부고속도로 회덕 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 타고 가다 유성 나들목에서 동학사 방향 1번 국도를 만나는 지점

    37번 국도의 덕유산국립공원

    20km에 걸친 긴 능선을 포함해 덕이 많고 넉넉한 산이라고 해서 ‘덕유산’이란 이름을 얻었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면 쉽게 오를 수 있는 향적봉에 서면 지리산, 가야산, 기백산, 적상산 봉우리들이 모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덕유산은 자연뿐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면 좋은 트리스쿨과 반디랜드, 백제와 신라의 경계선이었다는 라제통문 등의 볼거리도 품고 있다. 숙박은 덕유산자연휴양림을 이용하고, 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구천동 계곡에 발 담그는 것도 덕유산 관광의 구색 맞추기니 놓치지 말 것.

    ▶ 영동고속도로 호법 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 갈아타고 무주 나들목이나 덕유산 나들목을 나와 37번 국도 타고 덕유산국립공원 방향

    59번 국도의 가야산국립공원

    가야산은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 경계에 있는 산으로 해발 1430m다. 한국 12대 명산의 하나로 조선 8경에 속했으며, 소백산맥 내 최고의 명산으로 꼽힌다. 산중에 해인사와 청량사가 있으며, 남산 제일봉은 1000개의 불상이 능선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라 해 천불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봉 꼭대기에는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우비정이 있다. 해인사를 들어가는 입구 4km 홍류동 계곡에는 절벽, 암석, 노송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맑은 물이 흘러 더위를 피하기에는 제격이다. 숙박은 해인사와 가야산야생화식물원(사진)에 들렀다가 오도산자연휴양림에서 하면 된다. 원시림이 잘 조성된 오도산자연휴양림 전망대에 오르면 합천호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 경부고속도로 김천 나들목에서 59번 국도 타고 해인사 방면

    떠나야 느낀다, 멈춰야 즐긴다

    가야산야생화식물원.



    #Gourmet - 짧지만 알찬 맛 기행

    떠나야 느낀다, 멈춰야 즐긴다

    미술관 겸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서호갤러리.

    14번 국도의 통영

    통영은 미륵도를 포함해 주변의 관광지를 둘러보며 세 끼 꼬박 색다른 별미를 챙겨 먹을 수 있다. 이른 저녁 통영에 도착한다면 기름진 붕장어 구이로 허기를 달래고 통영의 독특한 술문화 ‘다찌’집을 체험해본다. ‘다찌’는 술 한 병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안주 한 상을 차려내는 것. 아침엔 복국으로 해장을 한 뒤 점심과 저녁은 멍게비빔밥과 멸치무침회를 선택한다. 야식은 충무김밥과 맥주로 한다. 서호시장에서 시락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점심은 해물뚝배기, 간식으로 오미사꿀빵을 먹는 것도 좋다.

    ▶ 영동고속도로 호법 분기점에서 대전 방면 중부고속도로 끝 통영 나들목에서 나가면 14번 국도의 통영시내

    42번 국도의 정선

    정선 시장에 가면 올챙이국수, 콧등치기국수, 메밀전병을 맛보아야 한다. 올챙이국수는 잘게 썬 김치, 김, 깨소금을 듬뿍 얹어 먹는다. 콧등치기국수는 메밀 반죽을 굵게 밀어낸 일종의 칼국수인데, 면의 탄력이 콧등을 때릴 만큼 탱탱해 붙은 이름이다. 메밀전병은 가지각색인데 집집마다 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쫑쫑 썬 김치, 절인 배추, 실파, 부추, 돼지고기, 오징어 등이 각각 혹은 함께 들어간다. 수수반죽을 부쳐 단팥 소를 가득 넣은 부꾸미를 곁들여 맛볼 수도 있다. 곡식만 먹어 허전하다고 생각되면 황기를 넣고 족발을 삶아 내는 동광식당에 들러볼 것.

    ▶ 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 나가 평창 방향으로 42번 국도 타고 정선 방향

    45번 국도의 한강변

    서울 근교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한강변을 따라 맛있는 먹을거리가 즐비하다. 강변 드라이브가 시작되는 부근 이국적 인테리어의 미술관 겸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서호갤러리 · 레스토랑이 있다. 신기한 피아노폭포를 지나면 섬처럼 아담하게 솟은 카페테라스를 만나게 된다. 남양주 종합촬영소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근처에는 커피 박물관 왈츠앤닥터만이 자리 잡고 있다. 콩비지를 공짜로 가져갈 수 있는 기와집순두부에서 허기를 달래고, 88칸 전통 사대부 한옥을 개조한 카페 고당에서는 향기로운 커피 향에 빠져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한강변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드라이브 코스도 놓치지 말 것.

    ▶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 하남 나들목 팔당대교에서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조안 분기점에서 가평 방면 45번 국도

    떠나야 느낀다, 멈춰야 즐긴다
    47번 국도의 포천

    일동과 이동을 잇는 47번 국도 주변에는 이동갈빗집이 즐비하다. 대부분 수입산 쇠고기로 지방이 골고루 배어 있고 육질이 좋은 1등급을 사용한다. 갈비를 펴고, 칼집을 내고, 양념하고, 재우는 기술이 갈비 맛을 좌우한다. 이동갈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이동 막걸리다. 이동에서 고기와 막걸리로 배를 채웠다면 서운동산, 포천뷰식물원 등을 둘러본다. 올라오는 길에 배상면주가(사진)에서 운영하는 술갤러리 산사원에 들러 우리 전통주의 맛과 역사, 만드는 과정을 즐겨보면 좋다.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 나들목에서 포천 방면 47번 국도

    화제의 책 ‘국도 여행 바이블’

    여행 마니아 ‘밥쌤’과 맛 달인 ‘군달’의 드라이브 & 여행 기술


    떠나야 느낀다, 멈춰야 즐긴다
    ‘국도 여행 바이블’은 전국 56개 국도 중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31개 국도를 소개하고, 그 길이 품고 있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를 736쪽의 방대한 분량에 담아냈다. 여행이 복잡한 현실에서의 일탈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여행 마니아 ‘밥쌤’(본명·김승범)과 음식과 맛집 정보를 모으고 나누기 좋아하는 맛의 달인 ‘군달’(본명·김민경) 남매가 의기투합해 1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한 끝에 만들었다. 이 책은 약도와 사진, 일러스트가 풍부해 여행 초보자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여행에서 여행지보다 중요한 건 길 자체를 즐기는 여정이다. 같은 곳을 가더라도 여정이 매번 다르기에 인간은 늘 여행을 꿈꾼다. 그리고 짧은 여행길에서도 진정한 여행자가 될 수 있는 여정이 국도에 가장 짙게 배어 있다. 국도는 우리 땅의 아름다운 볼거리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길이며,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가장 잘 둘러볼 수 있는 수단이다.”(밥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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