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9

2010.08.09

도심 옥상에서 그대와 탱고를

풍산아트센터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8-09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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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옥상에서 그대와 탱고를

    풍산빌딩 옥상에 조성된 짙푸른 녹지 가운데 있는 원형 무대(위)에서 펼쳐진 탱고 공연(작은 사진). 지하 스튜디오는 예술가와 시민을 이어주는 다양한 창작공간으로 운영된다(아래).

    어두운 밤, 옥상 문을 열고 들어서자 풀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저 멀리 달빛 아래 N서울타워가 반짝이고, 짙푸른 녹지 가운데엔 나무 바닥으로 된 원형무대가 있습니다. 벌레 소리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이 묘한 앙상블을 이룹니다.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옆 풍산빌딩의 옥상 공간이 8월 1일 ‘풍산아트센터’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풍산빌딩은 전주이씨 수도군파 풍산부정공회의 문중 소유 건물이라고 하네요. 올해 서울시 지원 옥상녹지사업 부문 대상자로 선정된 후, 지난 4월부터 두 달여 공사한 끝에 11층 건물 옥상에 녹지가 조성됐죠.

    개관을 앞둔 7월 31일 전야제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옥상으로 올라가려 하자 하재봉 풍산아트센터관장(문화평론가)이 “지하 3층으로 내려오라”고 하더군요. 그곳엔 작은 탱고 스튜디오가 있고, 하 관장이 30여 명의 사람에게 탱고 수업을 하고 있었어요. 7년 전 우연한 기회에 탱고를 접한 그는 이후 세계사회체육대회에 한국대표 탱고 선수로 출전했고, 본인이 운영하는 공연단 ‘아트탱고’가 있을 정도로 탱고에 폭 빠졌다고 합니다.

    엉겁결에 저도 1시간 동안 아르헨티나 탱고 수업을 들었는데요. 탱고의 매력은 남자의 상체 움직임에 따라 여자의 발동작과 스텝, 진로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탱고의 트레이드마크인 여자의 화려한 발놀림은 모두 남자가 만드는 거죠. 옥상에는 밤 9시쯤 올라갔습니다. 녹지 한가운데 있는 무대에선 여러 쌍의 남녀가 구슬픈 탱고 음악에 맞춰 춤추고 있었고, 아트탱고 공연도 이어졌습니다. 다소 좁은 게 아쉬웠지만 탁 트인 시야, N서울타워가 보이는 전망, 한 치의 공간도 없이 빽빽이 메운 잔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 시민들의 문화예술 명소가 될 만하다’ 싶었죠.

    하 관장은 “풍산아트센터를 충무로의 상징인 사진과 영화, 그리고 탱고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는데요. 사진전 개최와 독립·예술영화 상영은 물론, 춤의 최종 목적지로 일컬어지는 탱고 공연을 매주 토요일 밤(10시경) 선보여 사람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한다는 거죠. 또 월 1회 다양한 주제로 ‘하우스 예술 파티’도 열 예정입니다. 지하 스튜디오 역시 탱고 강습만 하는 게 아니라, 예술가와 시민을 이어주는 다양한 창작공간으로 운영합니다.



    8월 28일 토요일 밤(7시 30분부터 새벽 2시까지)엔 풍산아트센터 개관 기념 문화 공연이 있는데요. 탱고 공연 외에도 국립국악원 소속의 문현 씨와 이광수 씨의 시조창, 기타리스트 안영수 씨의 연주, 월드 뮤직 전문 가수 ‘나M’의 공연 등이 펼쳐질 계획입니다.

    건물 옥상, 녹지 한가운데, 나무로 된 원형무대 그리고 탱고. 공간만큼은 처음 보는 이성에게도 손을 맡길 정도로 관능적이었습니다. 풍산아트센터가 공간의 매력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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