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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MB정부 ‘논공행상’ 2년 반⑧

“소송 이겨도 복귀 안 할 것 임기 보장 싫으면 법 바꿔라”

문화예술위 김정헌 前 위원장 “청와대서 각 부처에 청소 지시 내려”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소송 이겨도 복귀 안 할 것 임기 보장 싫으면 법 바꿔라”

“소송 이겨도 복귀 안 할 것 임기 보장 싫으면 법 바꿔라”
올해 2월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업무보고 자리에 두 명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화예술위) 위원장이 출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08년 12월 해임된 김정헌(64) 전 위원장이 1년 만인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데 이어, 올해 1월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데 따른 것.

결국 문화예술위는 후임 오광수 위원장이 있는 상황에 김 전 위원장의 직위까지 되살아나면서 ‘한 지붕 두 수장’ 논란이 일었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이 1심 판결을 뒤집고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본안 소송인 해임무효 소송 2심 판결이 8월 중에 내려질 예정이어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 사건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승자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공공기관 임원의 현주소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4일 서울 구로구 문래동 중소 규모의 공장 밀집지역에 자리 잡은 김 전 위원장의 개인 작업실을 찾았다.

▼ 요즘 어떻게 지내나.

“3월 즈음인가,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 2심이 기각되면서 공주대 교수로 복귀했다. ‘행정적으로 혼란이 오고 수습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한다’는 게 법원이 밝힌 기각 이유였다. 사법적 판단이라기보다는 행정적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 정년퇴임까지 1년 남았다. 조기 명퇴신청을 한 상태다. 그게 받아들여지면 이번 달에 정년퇴직한다. 얼마 전부터 예술과 농촌마을을 잇는 네트워크 작업을 시작했다. 앞으로 그 일에 전념할 계획이다.”



▼ 본안 소송에서 이기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임기가 9월 7일까지니까 며칠 안 남았다. 또다시 소동을 벌이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럴 만한 실익도 없다. 올해 초에는 임기가 좀 남았었다. 법원에서 해임무효에 이은 해임효력 정지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위원장으로 복귀하라는 것이라며 변호사와 주변에서 권했다. 일부러 복귀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 올해 2월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 때 전·현직 위원장이 동시에 출석하면서 ‘한 지붕 두 수장’ 촌극이 벌어졌다. 당시 심경은.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인데 왜 안 나오느냐고 해서 나갔다. 법적으로 위원장으로 인정받았으니까. 그런데 문방위 여야 간사들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내 자리도 없었다. 뒤늦게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 옆에 있는 사람보고 비키라고 하고 자리를 만들어줬다. 해임사태 때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문화예술위원장의 자존심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자존심이 많이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 문화부의 해임 결정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

“문화부는 해임시키기 며칠 전에 특별조사를 통해 의도적으로 해임 사유를 만들었다. 위원회가 투자를 잘못해서 손실을 입었는데, 위원장이 시켜서 그런 것이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직원들에게 강제로 받아가고 증언도 서게 했다. 사유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당시 한 직원이 문화부의 강요를 거부하고 그 사실을 나에게 확인해줬다. 특별조사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법원에서도 그래서 위법한 해임이라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 현 정부 취임 이후 사퇴압력을 얼마나 받았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8년 3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한 포럼에서 전 정권 때 임명된 기관장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유 장관은 곧바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김문수 현대미술관장을 지목하면서 자진사퇴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그때 유 장관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더니 인터뷰 내용에 대해 사과하면서 문화예술위 1기 위원 임기가 끝나는 그해 8월 말에 같이 그만두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 그게 전부인가.

“해임되기까지 유 장관이 중간에 과장이나 국장을 보내서 사퇴하라고 했다. 문화부에서 특별조사를 하기 직전에 차관이 문화부로 불러서 노골적으로 사퇴압력을 넣었다. 그때 내가 엄청 소리를 질렀다. 차관이 위원장을 오라 가라 하는 것도 웃기는데 당신이 뭔데 그만두라는 것이냐, 누가 시킨 것이냐고 따졌다. 아마 그게 최후통첩이었던 것 같다.”

▼ 공공기관 임원 임기를 어느 선까지 보장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정권이 바뀌면 그쪽에 줄 섰던 사람들을 쓰고 싶어 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나도 해임되기 전에 먼저 정리하고 나가고 싶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사인도 보냈다. 그런데 정부는 그걸 못 참았다. 엄연히 임기를 보장하라는 법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조작하다시피 해서 해임시키는 정부를 정상적으로 보기 힘들었다. 그런 것에 정력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부당한 일에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양심을 저버리고 그만둘 수 없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청와대에서 그해 12월 말까지 전 정권 때 임명된 사람들을 청소하라는 지시가 각 부처에 내려간 것 같다. 그래서 무리하게 서둘렀던 것이 아닌가 싶다.”

▼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때 임명된 기관장과의 알력과 마찰은 불가피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위는 다른 공공기관과 조금 다르다. 정부가 진흥원에서 위원회로 바꾼 것은 문화예술인 스스로 운영하도록 독립시켜 준 것이다. ‘팔 길이 원칙’이라는 게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이다. 그런데 유 장관은 과거 진흥원 시절보다 오히려 더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위원회로 바꾼 취지도 사라지고 문화예술계의 자존심도 상했다.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문화부는 산하 기관과 토론을 통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걸 조율할 수 있는 게 민주정부 아닌가. 난 유 장관과 정책갈등 맛도 못 보고 쫓겨났다.”

▼ 현 정부의 공공기관 임원 현황을 분석해보니 논공행상과 낙하산 인사는 여전한 것 같다. 어떤 생각이 드나.

“문화예술위가 소유한 뉴서울골프장이라는 곳이 있다. 전임 위원장이 이전 정부 때 사장 자리를 놓고 여기저기서 압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 현 정부 들어 마침 감사와 전무 자리가 비었는데 문화부 담당자가 청와대에서 부탁한 것이라면서 나한테 이력서 두 장을 가져왔다. 청와대에서 출력한 것을 알 수 있는 표시가 있었다. 거부했더니 두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 후 한두 번 확인 전화가 왔지만 거절했다. 해당 인물이 골프장에 나타나서 마치 곧 임명될 것처럼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문화부 산하 다른 기관에 자리를 얻어서 갔다고 한다. 전 정권 때 임명된 나한테도 이랬는데 다른 기관은 어떻겠는가.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공공기관 임원들의 임기는 보장되는 것이 맞다. 그게 싫으면 법을 바꾸든가.”



주간동아 2010.08.09 749호 (p32~33)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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