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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왜 우리는 복권에 미칠까⑧

눈먼 돈 펑펑 쓰고 “더 달라”

복권기금 법정배분금, 공공기관 쌈짓돈으로 전락 도덕적 해이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눈먼 돈 펑펑 쓰고 “더 달라”

눈먼 돈 펑펑 쓰고 “더 달라”
산림청 산하 녹색사업단은 2004년부터 복권기금 지원을 받아 산림환경증진자금을 마련했다. 녹색사업단은 산림환경증진자금을 도시 생활림을 조성하는 사업에 일부 사용했지만 전액을 쓰지는 않았다. 2005년 ‘청소년 녹색교육 게임 개발’ 등 2개 사업을 포기해 발생한 30억여 원 등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복권기금 배분금 74억여 원을 예금으로 쌓아두고 장기간 활용하지 않았다.

한편 제주시는 녹색사업단으로부터 이런 산림환경증진자금을 두 차례 지원받아(2007년 10억 원, 2008년 9억 원) ‘병문천 도시숲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실제 이용된 데는 달랐다. 2007년 12월 도시건설국 녹지공원과 직원 등 8명의 해외 선진지역 견학 경비가 이 사업비에서 나왔다. 이처럼 제주시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3회에 걸쳐(중국 2회, 일본 1회) 3200만 원을 당초 지원목적과 관계가 적은 국외 여비로 사용했다.

수익금 35% 법으로 배분 강제

지난해 9월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의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2009년 5월부터 온라인복권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당시 감사원은 로또 당첨 조작 의혹에 대해선 “데이터 조작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위의 사례에서 보듯 복권기금 법정배분금을 장기간 집행하지 않거나 지원목적과 관계가 적은 일에 사용한 비효율적 운영 사례가 적지 않음을 지적했다.

복권기금은 복권기금 운용으로 생기는 수익금, 소멸시효가 완성된 당첨금 등으로 조성된다(42쪽 참조). 이렇게 조성된 복권기금은 크게 법정배분사업과 공익사업으로 나눠 사용된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23조에는 복권수익금의 35%를 과학기술기본법 제22조의 규정에 의해 과학기술진흥기금 등 10개 기금에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만 해도 교육과학기술부의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지원사업을 비롯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운동장생활체육시설 지원, 문화재보호기금 전출 등 10개 기관 29개 사업에 총 2476억1500만 원의 복권기금이 지원된다.



법정배분금은 복권기금을 취지에 맞게 사용하든 못하든, 그 사업이 중요하든 그렇지 않든 해당기관에 지원해야 한다. 이는 법정배분금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됐다. 2004년 복권법이 제정되면서 당시 여러 곳에 분산돼 있던 복권 발행 업무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전담하게 되자 과거 복권 발행기관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때 정치적 타협의 결과, 이들 기관에 수익보전 명목으로 복권수익금의 30%를 매년 별다른 조건 없이 나눠주도록 하는 법정배분금 규정이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법정배분을 받는 기관 사이에선 복권기금을 쌈짓돈처럼 엉뚱한 용도로 쓰는 도덕적 해이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공익배분금의 경우 복권기금을 사용하고자 하는 기관이 복권수익금 사용신청서를 작성해 복권위원회에 제출한다. 복권위원회는 이를 면밀히 검토해 사업 필요성이 낮거나 지연되는 사업의 경우에는 다른 사업을 신청하도록 조치한다. 또한 복권기금을 배분받은 각 기관이 기금을 사용신청서에 정해진 목적과 용도에 따라 집행했는지를 검토한다. 당초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거나 사업을 취소해 남는 금액이 있는 경우에는 전액 환수하는 등 복권기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게 관리한다.

엉뚱하게 사용해도 제재 못해

반면 법정배분금의 경우 ‘복권 및 복권기금법 시행령’ 제17조의 규정에 배분비율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사용계획서를 형식적으로 심의·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전에 분배한 복권기금이 남아 있어도 환수하지 못하고 추가 배분을 해야 하며, 법정배분금을 받은 각 기관이 이를 사용하지 않거나 정해진 목적 외에 사용해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복권위원회 이재구 사무처장은 “공익배분금의 경우 다들 경쟁심을 갖고 성실하게 사업한다. 하지만 법정배분금은 아무리 평가가 나빠도 정해진 비율의 돈을 받을 수 있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며 “심지어 사용하지 않은 기금을 반환 안 해도 이를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정배분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법정배분사업도 기간별로, 지원대상 사업별로 특수성이 있는 만큼 획일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정배분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다가 차후에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정배분금을 폐지하더라도 일반회계로 이들 사업을 지원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해당 기관들이 일방적인 폐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반회계로 전환한 뒤, 차후 지출의 정당성이 확보 안 되는 사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법정배분금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몇 차례 있었다. 2009년 정부 주도로 복권법 개정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두 차례나 열려 △현행 법정배분비율을 유지하되 법정대상사업의 일부를 삭제하며 국민주택기금 법정배분비율을 법정화하는 안과 △법정배분비율을 25%로 축소 조정하고, 지원대상 일부를 공익사업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하지만 복권기금을 지원받는 일부 기관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많은 전문가가 “복권기금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법정배분비율이 더 낮아져야 한다”고 했음에도 오히려 배분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9년 10월 문화재보호기금이 법정배분금 지원대상에 추가되면서 복권기금의 법정배분비율이 기존의 30%에서 35%로 높아진 것.

설령 당장 폐지하기는 어렵다 해도 이전에 지원한 법정배분금이 남으면 이를 환수하거나, 관련 없는 사업이 다른 예산과 섞여 사용된 경우 이를 제어하는 최소한의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법정배분금의 일정 부분은 자금 소요·성과평가 등과 연계해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법정배분사업 결과 남는 금액이 발생할 경우 복권기금에 반납하도록 의무화하며 △복권기금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복권기금 운용계획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권기금의 차별성과 효율적 운용을 위해선 원칙적으로 법정배분제도를 폐지하고, 공익사업으로 선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기득권의 반발이 거센 탓에 합리적 제도 개선이란 차선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정배분금이 공공기관의 눈먼 돈으로 전락, 저소득층 지원이란 복권기금의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로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주간동아 2010.07.26 747호 (p52~53)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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