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COVER STORY | 왜 우리는 복권에 미칠까⑥

年 1조 원 지원 복권기금은 ‘기부천사’

로또 구입액 42% 복권기금으로 조성, 각종 공익사업에 사용

年 1조 원 지원 복권기금은 ‘기부천사’

年 1조 원 지원 복권기금은 ‘기부천사’

>>> 로또 구입액 42% 복권기금으로 조성, 각종 공익사업에 사용

年 1조 원 지원 복권기금은 ‘기부천사’

복권 구매로 조성된 연간 1조 원의 복권기금은 다양한 공익사업에 이용된다. 복권위원회 소속 행복공감 봉사단 단원이 노인전문요양센터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점심 식사를 돕고 있다.

“아, 이번에도 꽝이구나.”

로또 추첨 방송에서 결정된 번호와 자신이 선택한 번호를 비교하던 박주희(31) 씨는 이번에도 번호가 빗나가자 아쉬운 듯 로또 용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로또 용지는 휴지조각이 돼버렸지만 그가 로또 구입에 쓴 돈 1000원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박씨가 낸 1000원의 42%인 420원은 복권기금으로 들어가고, 남은 580원은 각각 구매자 당첨금(50%), 판매자 수수료(5.5%), 운영관리 비용(2.5%)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박씨처럼 복권을 구입한 사람들의 구매대금 42%에 ‘누적된 복권기금의 운용으로 발생하는 수익금’과 ‘찾아가지 않아 소멸시효가 지난 당첨금’이 더해져 2009년 한 해 조성된 복권기금이 무려 9153억 원에 달한다. 이는 아이폰(40만 원 기준) 228만 대, 쏘나타 승용차(2000만 원) 4만5000대의 가격과 비슷하며 서울지역 109㎡(33평) 아파트(5억7000만 원) 1600호를 지어 공급한 것과 맞먹는다(44쪽 참조). 이렇게 조성된 복권기금의 35%는 법정배분 사업에, 나머지 65%는 복권위원회가 선정한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된다.



지난해 9153억 원 … 소외계층 ‘희망의 버팀목’

법정배분사업은 복권위원회가 생기기 전까지 복권 발행에 참여했던 기관에 복권기금을 배분해 진행되는 공익사업을 말한다. 2010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국민체육진흥공단, 근로복지공단, 중소기업복지공단 등 9개의 기관과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가 2476억 원의 복권수익금을 배분받았다. 이 기금은 지역의 실정과 형평성을 고려해 과학문화 확산사업, 운동장 생활체육시설 지원, 노인복지시설 확충 등 29개 사업에 나눠 사용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저소득층 야간보호아동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복권기금은 2006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행복공감 별빛교실’을 통해, 야간 보호자가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안정된 보호와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국 467개 지역아동센터와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수행 중이며, 방과 후부터 10시까지 야간보호 교사들이 아동들을 돌봐주고 있다. 야간보호 교사들은 지역 내 월수입 최저생계비 170% 이하 저소득자 중 아동보호에 적합한 인력을 우선 채용한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행복공감 별빛교실이 일자리 창출, 아동들의 안전한 야간보호, 보호자의 근로생활 보장 등 저소득 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는 데 복권기금이 앞장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정배분사업이 법에 의해 강제적으로 지출이 정해져 있다면, 복권기금의 65%가 쓰이는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사업은 복권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공익사업의 종류가 선정된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공익사업은 기금사업소위원회·복권위원회에서 평가를 해 가치가 없는 사업은 없애기도 하고, 잘하는 사업은 기금을 더 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다들 경쟁심을 갖고 성실하게 사업한다. 아무리 평가가 나빠도 정해진 비율의 돈을 받을 수 있는 법정배분 사업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2010년 한 해 동안 서민 주거안정사업, 소외계층 복지사업, 문화예술 진흥산업을 중심으로 11개 기관, 17개 공익사업에 모두 6676억7900만 원이 지원된다. 이 중 주거안정사업은 복권기금이 지원하는 임대주택 사업으로 △ 다가구 주택 매입임대사업 △ 기존 주택 전세임대사업 △ 쪽방 비닐하우스 거주가구 지원사업 등 소득에 따른 맞춤형 주거지원사업에 4719억3600만 원이 지원된다. 2009년 한 해에만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751호가 공급됐다. 특히 쪽방촌 지원 사업의 성과가 눈에 띈다. 월세 21만~24만 원으로 화장실도, 취사시설도 없는 3.3m2(1평) 남짓한 쪽방에 살던 8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들이 30㎡(9평)의 임대아파트를 보증금 100만 원, 월세 8만 원이라는 저렴한 임대료에 살 수 있게 됐다. 쪽방 거주자가 임대주택으로 이전할 경우,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겐 일자리도 연결해준다.

사행성 수단에서 기부로 인식 전환

올해 복권위원회는 8개의 정부부처와 연계해 △ 가정·성폭력 등 피해 회복 및 재발 방지 △ 소외청소년자립생활관 지원 △ 금융소외자 신용회복 지원 △ 출소자 기능취득 전문처우센터 운영 등 소외계층을 위한 11개 사업에 1533억9400만 원을 지원한다. 특히 다문화 가족, 한부모 가족 등을 위한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교육·가족교육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생활여건에 따라 다문화 언어지도사나 방문교육 전문지도사를 파견해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주5일 근무제 시행이 확산되고 여가 활용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외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녀가장 수지(가명)에겐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수지는 얼마 전 동사무소에서 소년소녀 가장에게 영화나 공연, 전시회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친구들처럼 영화나 발레 공연도 볼 수 있어 기뻐요.”

수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줄 모르게 된 것은 바로 문화 바우처라는 제도 덕분이다. 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의료급여대상자)에게 공연이나 전시 관람비(1인당 연간 5만 원 이내)를 지원하는 문화 바우처는 전액 복권기금으로 운영된다. 관람료뿐 아니라 차량과 식사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29만여 명이 문화 바우처를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을 체험했다.

복권위원회는 더 많은 사람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즐기고, 더욱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소외계층 문화나눔사업에 237억 원을 지원한다. 노인, 장애인, 저소득 가정, 이주노동자 등 소외계층을 찾아가 문학, 국악,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공연과 전시 행사를 진행한다. 공연 관람비용을 지원하거나 전국 사립박물관, 미술관, 지방 문예회관 시설에 질 높은 프로그램을 지원해 관람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 국가유공자 복지시설의 서비스 개선사업과 재해재난 긴급구호사업에 각각 176억4900만 원과 1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복권기금을 통한 공익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그동안 사행성 수단으로만 여겨왔던 복권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최근 복권위원회가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런 경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조사에서 ‘복권 구입은 기부의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55.0%가 ‘그렇다’고 답해, 복권을 기부행위로 인식하는 비율이 2008년 조사 때보다 8.6%포인트 높아졌다. 서민들의 쌈짓돈이 모인 복권기금이 저소득층을 돕는 공익사업에 쓰이면서 복권 구매 자체가 기부행위로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1 금융소외자에게도 손 내밀다

>>> 복권기금, 대한법률구조공단 개인회생센터 시설 지원

年 1조 원 지원 복권기금은 ‘기부천사’

복권기금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금융채무 불이행자를 돕는다.

직장인 조미례(31) 씨는 6년 전,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받은 300만 원을 대학생 남자친구에게 빌려줬다. 그런데 몇 달 후 두 사람은 헤어졌고, 남자친구는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 당시 월급이 90만 원도 안 되던 조씨는 카드 돌려막기로 현금서비스 이자를 갚았고, 결국 대부업체 대출까지 받아 채무가 2800만 원으로 늘었다. 이자는 느는데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길이 없어 죽음까지 생각했던 조씨. 그가 올 1월 대한법률구조공단 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이하 공단센터)를 찾아 희망을 찾았다. 공단센터의 도움으로 조씨는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매달 20만 원씩 5년간 원금의 42% 상당만 갚으면 된다는 변제계획 인가를 받았다.

2009년 1월 문을 연 공단센터는 조씨와 같은 금융채무불이행자(구 신용불량자)가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공단센터 최정규 센터장은 “변호사나 법무사를 통해 개인회생·파산 절차를 밟으면 인지세, 송달료, 변호사 비용 등으로 100만 원 이상이 든다. 그러나 공단센터에서는 개인회생·파산 절차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구 이어 부산과 광주에도 건립

이는 복권기금이라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2009년 복권기금은 서울 공단센터 설립 시설비로 34억4800만 원을 지원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약 7500명이 전문상담을 통해 개인회생·파산 면책 절차를 밟을지, 다른 제도를 이용할지를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의 10%는 개인워크아웃을 밟고 30%는 단순 상담으로 종결되며, 나머지 60% 정도에 대해서만 개인회생·파산 면책 절차가 이뤄진다. 60% 중에서는 개인회생이 20%, 파산 및 면책이 40% 차지한다.

공단센터의 주요 업무는 채무 정리를 돕는 것. 법원 제출서류를 작성·제출하고, 면책 결정을 받을 때까지(보통 개인회생은 6개월, 파산은 1년 정도 소요) 생활에 필요한 필수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뤄지지 않도록 돕는다. 개인회생·파산 신청의 기본 개념과 절차, 신청서 작성요령 등에 대한 강연도 하고 있다. 개인회생은 화·수요일 오후 3시 반부터 4시 반까지, 파산은 매일 오후 1시 반부터 2시 반까지 한 시간가량 진행한다. 사건 종결 후에는 노동부,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연계해 취업상담과 재무설계 및 노후관리에 관한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인회생·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은 금융소외자의 재기율(사회복귀율)이 80%에 가깝다. 4월 말 개인회생·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은 이용자 673명을 상대로 전화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 고령자와 건강 및 가정상의 이유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제외한 363명 중 289명(79.6%)이 “직업을 갖고 그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4월부터는 전담상담원 제도와 채무 정리는 물론 취업 지원, 재무설계까지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원스톱 서비스를 확대·개편한 후견제도를 도입했다. 사건 진행단계는 물론 종결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로 금융소외자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최 센터장은 “금융소외자들은 사회에서 이탈해 상처를 받았던 사람들”이라며 “법적으로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그들을 감싸주고 싶다”고 말했다.

6월에는 서울 공단센터에 이어 대구 공단센터도 28억 원의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문을 열었다. 앞으로 부산, 광주 등에도 공단센터가 설립될 예정인데, 이 역시 복권기금이 지원할 예정이다.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2 한부모·다문화 가정과 희망나눔

>>> 빈곤과 차별 대물림 막는 소중한 씨앗

年 1조 원 지원 복권기금은 ‘기부천사’

복권기금은 다문화 지원센터를 통해 다문화 가정을 돕는다.

유치원생 딸을 키우며 혼자 사는 A씨. 낮에는 회사에서 경리 업무를 하고 저녁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바쁘게 살지만 매달 두 식구가 사는 단칸방 월세에 딸의 유치원비와 학원비를 내려면 힘에 부친다. 그런 A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비결은 복권위원회의 한부모·다문화 가정 지원금. 복권위원회는 최저생계비 100~130% 이하의 한부모 가정에 자녀 학비와 양육비를 지원한다. 이는 복권기금의 대표적인 지원사업으로, 지원 규모는 지난해 507억 원에서 올해 550억 원으로 증가해 매년 10만여 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한부모 가정 중 12세 미만의 자녀를 둔 가정에는 양육비로 월 5만 원을,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가정에는 고등학교 입학금과 수업료를 지원한다.

복권기금은 다문화 가정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중국인 주부 B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가지고 온 알림장을 이해하는 데만 1시간이 걸린다. 감기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 진료받는 것도 곤혹스러운 일 중 하나다. 복권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과 힘을 합쳐 B씨 같은 결혼이민자가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550억으로 10만여 한부모 가정이 혜택받아

우선 복권위원회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대략 360억 원 규모로 다문화 가정 지원과 다문화 가정 지원센터운영 지원, 다문화 가정 언어 및 교육 지원, 다문화 가정 방문교육 서비스, 글로벌 다문화센터 건립, 국제결혼중개업 및 결혼이민자 정착 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또한 폭력피해 이주여성 지원사업과 보호 및 예방사업에 약 47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문화부의 한국어 방문학습 교재 개발에 7억5000만 원을,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다문화교육 역량강화 사업에 5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각 부서가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방법과 형태는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다.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 배우자 등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다문화 가정이 사회에 좀 더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여러 지원 중 한국어 교육 및 언어발달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또한 올해 신규 사업으로 22억 원의 순수 복권기금으로만 운영되는 다문화 가정 자녀 언어발달 지원사업도 다문화 가정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사업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체계적·전문적인 언어발달 프로그램을 통해 편견 어린 시선이나 사회적 차별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평가다.

한정은 자유기고가 jehan0723@naver.com

#3 땅끝에서 유니버설발레단 볼 수 있다니…

>>> 소외계층에게 ‘문화의 향기’ 전달 아낌없이 지원

年 1조 원 지원 복권기금은 ‘기부천사’

지난해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강동석 실내악 여행’ 공연 현장. 복권기금 덕에 문화 소외계층도 이러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7월 17일 경남 거제시에 자리한 노인요양시설 ‘거제사랑의집’. 늘 조용하던 이곳에 둔탁한 타악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악 퍼포먼스 그룹 잼스틱(zamstick)이 ‘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의 일환으로 요양원을 찾아 70세 이상 노인 60여 명과 자원봉사자 50여 명 앞에서 공연을 한 것. 이전에 이런 공연을 접한 적이 없는 관객은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며 멀뚱멀뚱 연주자들을 쳐다봤다. 10분쯤 흘렀을까. 곳곳에 손으로, 입으로 장단을 맞추는 사람이 생겼다.

문화 사각지대 찾아가는 공연 엄청난 호응

공연이 끝날 때는 모두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거제사랑의집 천현주 영양사는 “어르신들이 이번 계기로 좋은 구경했다며 다들 좋아하신다. 일주일 내내 공연 이야기를 하실 정도”라고 말했다.

거제사랑의집에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복권기금 덕분. 복권기금은 문화 소외계층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올해에만 모두 237억 원을 지원한다. 그중 하나가 ‘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정한 공연단이 소년원, 군부대, 교도소 등 문화 소외지역 1100여 곳을 찾아가 공연한다.

복권기금은 특별 프로그램을 여는 지방문예회관에 직접 지원하기도 한다. 한국 최초의 민간 프로발레단으로 역사와 실력을 자랑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은 대한민국 최남단 전남 해남의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9월 30일부터 이틀간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 지방에서는 발레를, 그것도 국내 최고인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을 볼 기회가 거의 없다. 이는 초청비의 60%를 복권기금 지원금으로 충당했기에 가능한 일. 해남문화예술회관 이승안 공연기획담당은 “지난해 복권기금 지원으로 열었던 총 10여 차례 문화공연 모두 매진됐다. 올해도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총 100개 중소형 지방문예회관에 모두 48억 원을 지원한다.

한국도서관협회의 소외계층 우수문학도서 보급사업 역시 복권기금에서 제공한 17억 원의 지원금 덕분에 가능했다. 한국도서관협회는 분기별로 전문가들과 함께 우수 문학도서 25권을 선정해 지방 작은 도서관, 소외지역 마을문고, 지역아동센터, 교도소, 군부대 등에 보낸다. 한국도서관협회 문학나눔사업추진반 정우영 반장은 “문화 소외지역에는 도서관도 잘 없고, 있어도 제대로 된 책이 많지 않은데 이 사업 덕분에 많은 사람이 예술성 높은 작품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올해로 4회를 맞는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 감동적인 이야기를 매일 e메일로 전달해주는 문학 집배원 등을 지원한다.

‘사랑티켓’ 덕분에 문화사업 저변 확대

年 1조 원 지원 복권기금은 ‘기부천사’
복권기금이 지원하는 문화 나눔사업 중 가장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는 것은 ‘사랑티켓’이 아닐까. 사랑티켓이란 공연, 전시 관람료를 지원해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하는 사업. 티켓 한 장당 개인의 경우 7000원(연 10회 이하), 단체는 5000원(연 3회 이하)을 지원받고, 광역시 이외의 거주자는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올해 복권기금의 사랑티켓 지원금은 24억 원. 4년 넘게 복권기금이 사랑티켓을 지원하면서 사랑티켓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2008년 이용자 수가 54만 명 가까이 된다. 사랑티켓은 대학로의 판도를 결정하는 데다, 무엇보다 ‘연극은 비싸고 번거롭다’는 인식을 깨뜨리는 등 큰 구실을 한다. 사랑티켓 모니터요원 황승옥(38) 씨는 다섯 살인 딸 시연이가 24개월일 때부터 지금까지 매주 1회 이상 사랑티켓을 이용해 연극을 보고 있다. 황씨는 “컴컴한 공연장에서도 안 울고 집중을 잘하는 시연이는 연극 덕분에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말도 빨리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를 데리고 대학로까지 가서 비싼 티켓을 사 연극을 보기는 쉽지 않지만, 사랑티켓을 이용하면 아이의 경우 3000원 내외로 볼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복권기금은 국악 등 전통문화를 가르치고 공연하는 전통나눔(15억 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연간 5만 원 한도로 무료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바우처(50억 원), 공·사립 박물관과 미술관 지원(6억 원), 장애 문화예술인의 예술 창작 및 표현활동 지원(4억 원) 등 사업을 지원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현주 팀장은 “복권기금 덕분에 연극·공연 등 문화와 처음 만나고, 그 후 지속적인 팬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복권기금은 소외계층 지원뿐 아니라 문화산업 저변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4 “집 해결되니 술술 … 꿈만 같죠”

>>> 복권기금 운영 저소득층 주거안정사업, 행복한 웃음소리

年 1조 원 지원 복권기금은 ‘기부천사’

1 복권기금 주거안정사업 지원을 받은 김학영 씨. 2 3 김학영 씨가 복권기금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새 보금자리.

“이사하고 나서 가족이 화목해졌어요. 아이들이 종알종알 말도 잘하고요. 우리 가족에게 새 삶이 열린 것 같아요.”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다세대주택 5층 김학영(사진·46) 씨의 집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다섯 가족이 해맑게 웃는 가족사진이었다. “햇볕 잘 드는 거실에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김씨는 1년 전만 해도 습기 많은 반지하방에서 살았다. 막막했던 김씨는 지난해 영등포쪽방상담소를 찾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를 소개받았다. 그 결과 복권기금이 운영하는 주거안정사업의 혜택을 받아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고 올해 초 이 다세대주택으로 이사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딸 둘과 갓난아이를 데리고 어두컴컴한 지하 좁은 집에 살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미안하다.

“아이들은 늘 기관지가 안 좋았고 잔병치레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사 온 후 공부방이 생겼다며 좋아했고, 몸도 건강해졌어요.”

복권기금에서 지원하는 저소득층 주거안정사업은 도심 내 최저 소득계층이 현 생활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복권기금에서 지원받은 LH공사가 다세대주택 등을 매입·임차해 저소득층에 저렴하게 임대하는 것으로 2010년 4719억 원이 지원됐다. LH공사는 올 한 해만 다세대주택 6000가구 및 기존 주택 전세임대 1468가구를 지원하며 비닐하우스, 쪽방 등 불안정한 주거지에 사는 651가구에 주거환경 개선에도 지원을 할 예정이다.

올해 다세대주택 매입 등 4719억 원 지원

20년간 두 아들을 홀로 키우며 한때 거리에 나앉을 뻔했던 권인숙(48) 씨도 주거안정사업을 통해 지금의 집으로 이사했다. 권씨의 형편을 알고 있던 주민센터에서 LH공사와 연결해준 것. 집이 해결되자 모든 것이 술술 풀렸다. 이전까지는 도박에 빠진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아 결국 이혼하고, 이후 두 아이를 홀로 키웠다. 공단에서 최저생계비가 조금 넘는 9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으며 힘겹게 살았다.

하지만 2007년 지금의 집으로 이사한 뒤 꼬박꼬박 들어가던 월세를 아낄 수 있게 됐다. 당시 고1이던 큰아들은 올해 대학에 입학했고, 중학생이던 아들은 고등학생이 됐다. “추운 겨울날에 보일러 틀고 아이들과 된장찌개 끓여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권씨는 앞으로 남은 계약기간 6년 동안 아이들 열심히 키워 사회에 내보내는 것이 꿈이다.

“사람은 일단 ‘집’이지요. 먹고 입는 거야 아껴 쓰고 정부의 지원도 받으면서 버틸 수 있지만, 집은 안 되잖아요. 우리도 집이 안정되니까 행복해졌어요.”

복권기금의 주거안정사업은 단순히 집만 주는 것이 아니다. 수혜자들은 복권기금을 통해 마련된 삶의 기반을 바탕으로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김씨는 “얼른 돈을 모아 나가야 다른 사람도 들어와 살 수 있다”며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 권씨 역시 “이런 좋은 혜택이 늘어나고 많이 알려져, 더 많은 사람이 나 같은 기회를 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김미향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4학년

814만5060분의 1 놀라운 기적

‘숫자’로 본 복권 & 복권기금…매주 성인 10명 중 2명 복권 구입 나눔 실천


온라인복권인 로또는 45개의 번호 중에서 당첨번호 6개를 맞히는 게임이다. 당첨 확률이 814만5060분의 1이라고 한다. 과거 주택복권을 비롯해 현재 판매되고 있는 팝콘복권도 조번호와 6자리 당첨번호를 맞히는 방식이다. 이렇게 보면 복권은 ‘숫자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숫자로 복권과 복권기금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42 : 42%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복권기금 조성률

로또는 총 판매액의 42%를 복권기금으로 조성해 임대주택사업,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지원과 소외지역 문화 지원 등 나눔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국내외 공익기금 조성을 위한 산업의 기금 조성률을 살펴보면 먼저 국내의 경우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경마 3%, 카지노 18%,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15~30% 등이다. 해외의 복권산업 기금 조성률을 알아보면 미국 33.4%, 대만 26.7%, 홍콩 15%, 일본 39.8% 등이다. 이처럼 로또의 기금 조성률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편이다. 복권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는 데는 우리나라가 가장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2300만 : 아이폰 약 2300만 대 기부 효과

올해 운영될 복권기금 규모는 지난해보다 105억 원 늘어난 9153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아이폰(40만 원 기준) 228만 대, 쏘나타 승용차(2000만 원) 4만5000대의 가격과 비슷하며 서울지역 109㎡(33평형) 아파트(5억7000만원) 1600호를 지어 공급한 것과 맞먹는 금액이다. 주택복권 발행이 재개된 1990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복권 판매를 통해 조성된 복권기금은 9조2338억 원에 이른다. 이 금액을 환산하면 아이폰(40만 원 기준) 약 2300만 대, 쏘나타(2000만 원) 약 46만 대, 서울지역 109㎡ 아파트(5억7000만 원) 1만6000호를 사회에 기부한 것과 맞먹는 수치다.

1조1000억 : 1조1000억 원 주택복권 기금

복권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주택복권이다. 1969년 9월 처음 발매를 시작한 주택복권은 2006년 8월 인터넷 주택복권을 끝으로 발매가 중지될 때까지 37년 동안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겨주며 복권을 통한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주택복권은 지난 37년 동안 1조10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며 서민의 주거 안정에 큰 보탬이 됐다. 1조1000억 원은 현재 서울 아파트 86㎡(26평) 전셋값 평균(1억8000만 원)으로 환산했을 때, 약 6000개의 전세 아파트를 서민들에게 얻어준 것과 같은 금액이다.

복권기금의 상당 부분이 현재도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해주는 주거 안정사업에 쓰이고 있다. 올해에는 다가구 주택 매입임대사업, 기존 주택 전세임대사업 및 쪽방 비닐하우스 거주 가구 지원사업을 통해 약 651개의 가정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640만 : 매주 640만 명 기부

복권은 행운에 대한 기대와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 실천이라는 두 가지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이런 즐거움을 즐기는 복권 구매자는 얼마나 될까. 직접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힘들지만, 간접적으로 추정해볼 수는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주당 평균 판매액은 약 450억 원. 지난해 10월 한국갤럽에서 로또 구매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1인당 평균 구매액은 약 7018원이었다. 평균 판매액을 응답자의 평균 구매액으로 나누면 약 640만 명이 매주 로또를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640만 명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 4887만 명(2010년 개략 인구통계, 통계청)의 13%다. 하지만 로또는 19세 이상 구매할 수 있으므로, 19세 이상 전체 성인을 기준으로 하면 약 18%가 매주 복권을 즐기는 셈이다. 즉, 매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10명 중 약 2명이 복권 구입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복권위원회가 대한민국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1년간 복권 구입으로 평균 14.8회의 나눔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는 72.4%가 1년에 한 차례 이상 복권을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2807 : 평균 2807원 기부 효과

로또의 복권기금 조성률은 42%다. 복권 구매자 1인당 평균 구매액이 7018원이므로 평균 2807원을 나눔사업에 기부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복권 구매자 중 이런 사실을 인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2009년 복권위원회 조사결과를 보면 55%가 ‘복권은 나눔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는 전년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46.4%보다 8.6%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복권 구매자는 68.8%가 복권 구매가 나눔의 한 실천이라는 데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18…22억 : 로또 1등 당첨자 2118명, 평균 당첨금 22억 원

로또 1~398회(2010년 7월 17일 추첨)까지 1등 총 당첨자 수는 2118명, 평균 1등 당첨금은 22억 원이었다. 역대 최고 당첨금은 407억여 원이고 최저 당첨금은 5억6573만 원이다. ㈜나눔로또에서 분석한 로또 1등 당첨자 통계를 보면 1등 표준 당첨자는 ‘평소 1만 원 이하를 구입하며, 85㎡(30평형 이하) 아파트를 소유한 고등학교 졸업 학력의 기혼 40대 자영업자’로 나타났다. 당첨금 활용은 대출금 상환 23%, 재테크 25%, 주택 구입 14% 순이었다.

최호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oneypapa@donga.com





주간동아 2010.07.26 747호 (p42~49)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8

제 1218호

2019.12.13

“긴 터널 빠져나오자 우울의 고장”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