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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맘프러너’가 도대체 무슨 말?

공공언어, 생소한 외국어 남발로 낭비되는 비용이 무려 280억?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맘프러너’가 도대체 무슨 말?

‘맘프러너’가 도대체 무슨 말?
“맘프러너 창업스쿨 참가 서류를 봉입해 익일까지 제출하시오. 불비일 경우 생기는 불이익에 대한 귀책사유는 본인에게 있음을 명심하시오.”

이 두 문장에 담긴 생소한 외국어, 어려운 한자어는 실제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다. 이처럼 공공언어에 어려운 말을 쓰면, 문자를 이해하는 데 드는 경제적 비용이 막대하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국립국어원은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어려운 공공언어 때문에 얼마만큼의 경제 손실이 발생하며, 이를 알기 쉬운 말로 개선했을 때 어느 정도의 효과를 얻게 되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 효과 분석’에 따르면 행정직원이 서식 등을 작성할 때 쓰는 귀책사유, 봉입, 불비, 익일 등 어려운 용어 때문에 치러야 하는 시간비용이 1년에 약 170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일반 국민이 치러야 하는 비용 118억3000만 원과 민원처리 공무원이 치러야 하는 비용 51억8000만 원을 합친 것. 어려운 용어를 1년에 1회 이상 접한 국민 총수(1494만9719명)에 어려운 용어를 접한 1년 평균 횟수(1.85회), 어려운 용어로 인해 추가로 들이는 평균 소요시간(125초), 일반 국민의 시간당 평균 노동임금(1만2331원)을 곱해서 나온 금액이다. 즉, 어려운 행정용어를 쉽게 개선하는 것만으로 매해 170억 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것.

행정용어뿐 아니라 새로운 정책에 붙이는 정책명도 생소한 외국어가 많아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건 물론,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치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맘프러너, 마이크로크레딧, 바우처 등 어려운 정책명 때문에 치러야 하는 시간비용이 1년에 114억 원으로 추산된다(산출 근거는 어려운 행정용어에 의한 시간비용과 동일하다). 두 비용을 합하면 1년에 낭비하는 금액이 무려 280억 원에 이른다.

국민과 소통 막는 행정용어



‘맘프러너’가 도대체 무슨 말?

공공기관에서 사용되는 공문들. 어려운 한자어, 생소한 외국어로 표현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고서는 서울시와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하 진흥원)이 2008년 9월부터 펼치는 여성 창업교육 프로그램 ‘맘프러너 창업스쿨’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맘프러너는 영미권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경제용어로 엄마(mom)와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주부 사업가, 엄마 사장님 등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맘프러너’라는 생소한 말 때문에 이 정책을 몰라 혜택받지 못한 사람이 6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여성 인구 344만 명 중 13.7%인 47만 명이 ‘맘프러너’에 대한 설명을 듣고야 이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됐는데, 이 중 6만여 명이 교육과정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교육에 참여하면 1인당 약 19만2500원의 교육비가 지급되는 만큼, 사용하는 용어가 어려워 여성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 비용은 전체 116억2000만 원(6만×19만2500원)에 이른다. 또 창업스쿨을 수료한 후 창업하는 사람은 전체의 7.5%로 나타났다. 만약 6만여 명의 7.5%인 4500여 명이 창업을 한다면 만들어낼 수 있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2046억 원에 이르는데, 이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김형배 학예연구사는 “이번 보고서는 공공언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경제적 근거자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서울시에서도 ‘맘프러너 창업스쿨’의 명칭을 바꾸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했다.

진흥원 홍보팀 남궁선 과장은 “‘맘프러너’라는 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이 명칭을 정할 때도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우리말로 할 경우 용어가 너무 길어진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용어가 생소해 시민들이 잘 모른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명칭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진흥원은 8월 19일까지 맘프러너 창업스쿨의 새 이름을 공모하는데, 한글 명칭만 응모할 수 있다.

쉬운 우리말 발굴 정리 노력 필요

서울시 홍보담당관이자 국어책임관인 구종원 팀장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 전국 지방단치단체가 함께 매해 한자식 행정용어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을 발굴해 정리, 공유한다. 그 내용을 각 부서에 전달하지만, 강제가 아닌 협조 요청 사항이기 때문에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일선 공무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문서작성 프로그램인 ‘한글’에 어려운 행정용어를 쓰면 자동으로 쉬운 우리말로 변환해주는 기능을 넣어 활용하고 있다. 구 팀장은 “매해 어렵다고 여겨지는 행정용어를 이 기능에 계속 추가하고 있다. 행정용어를 쉽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기사 맨 앞에 언급한, 여러 번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문장을 아래와 같이 쓰면 어떨까.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주부 대상 창업교육에 참여하고 싶은 분은 내일까지 신청서류를 제출해주세요. 서류를 제대로 갖춰 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니, 이 점 반드시 기억해주세요.”

LH, SH 등 공기업 영어 명칭, 국민 다수 이해 못해

‘맘프러너’가 도대체 무슨 말?
국민 10명 중 7명은 공기업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도시개발공사)’ ‘NH(농협)’가 무슨 일을 하는 기업인지 알지 못한다. 반면 한글 명칭은 95.1%가 알고 있어, 국민의 영어 명칭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낮다는 것이 밝혀졌다.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LH는 ‘안다’가 19.2%, ‘모른다’가 80.8%, SH는 ‘안다’가 21.1%, ‘모른다’가 78.9%, NH는 ‘안다’가 46.4%, ‘모른다’가 53.6%로 나타났다. 반면 한글 명칭은 3개 공기업 모두 90% 이상이 ‘안다’고 답했다. 공기업의 영어 명칭에 대해 국민들은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절반 이상(57.0%)이 영어 명칭에 ‘불만족한다’(38.0%), ‘매우 불만족한다’(19.0%)고 답변했는데, 그 이유로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분간하기 힘들다’(67.4%)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3개 공기업 중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낮게 나온 LH의 홍보팀 한우근 차장은 “토지나 주택이라는 용어 자체가 부동산을 연상시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중립적 의미의 영어 명칭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H는 ‘Land & Housing’ ‘Life & Human’ ‘Love & Happiness’를 뜻한다. 한 차장은 “예산 등의 홍보나 광고가 부족해 국민에게 불편을 끼친 점은 인정한다. 올해 하반기에 LH라는 이름을 집중적으로 알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0.07.26 747호 (p22~23)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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