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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주니어 외교관들 “북미 안 갈래요”

지난해 외시 합격자들 글로벌 시선 … “다양한 이슈 현장서 시야 넓힐 터”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주니어 외교관들 “북미 안 갈래요”

주니어 외교관들 “북미 안 갈래요”
“북미 지역 희망자 없어요?”

외교통상부(이하 외교부)가 놀랐다. 2009년 11월, 그해 합격한 외무고등고시 43기 합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원부서 설문조사(1지망, 2지망 선택) 결과 단 한 명도 외교부 북미국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 북미국은 미국, 캐나다와의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로 한미관계의 중요성에 따라 외교부 내에서도 핵심부서로 손꼽히는 곳이다.

반면 설문조사에서 1등을 차지한 부서는 전통적인 기피부서로 알려진 의전장실. 1, 2지망 포함 11명이 지원한 의전장실은 ‘막노동’ 부서로 알려진 곳이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에 나서면 일일이 동선을 챙겨야 하고 상대국 정상을 대할 때도 복잡한 외교관례, 상대국 특유의 문화까지 고려해 행사를 총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전장실에 이어 남아시아태평양국, 중남미국, 문화외교국 등이 전통적인기부서인 유럽국, 동북아국을 제치고 2, 3위를 차지했다. 외무고시 연수원 1등 출신도 전통 인기부서에 지원하지 않았다.

외교부 직원들도, 외무고시 지망생들도 놀란 이 결과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외교부 인사기획관실 관계자는 변화된 시대 흐름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말레이시아, 호주, 아프가니스탄 등을 담당하는 남아태국 지원자 유모 씨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외교 현안이 다양해졌다. 이에 맞게 예비 외교관들도 한미관계뿐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문화를 알리는 문화외교국 지원자 임모 씨도 “군사력, 경제력을 앞세우는 하드파워 시대에서 문화가 힘을 발휘하는 소프트파워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한류가 힘을 발할 때 기여하고 싶어 지원했다”고 밝혔다. 문화, 환경, 군축, 개발, 인권, 제3세계 등 합격자의 관심 분야가 늘어나는 추세다.

43기 합격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며 스펙을 쌓으려는 희망도 컸다. 아프리카 중동국 지원자 김모 씨는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만큼 직접 가서 배우고 싶은 바람이 컸다”고 말했다. 다른 지원자들도 “주니어 시절에 잘 모르는 곳에 가서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의전장실이 의외의 1등을 한 이유도 마찬가지. ‘외교의 예술’로 불리는 의전 업무는 외교부 밖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다. 의전장실 지원자 류모 씨는 “특히 올해는 G20이 열린다. 다양하고 굵직굵직한 행사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합격자들이 주니어 시절에 의전장실의 경험을 쌓으면 우리 외교력에도 큰 도움이 된다. 외교의 기본이 의전인 만큼 그들이 공관장으로 활동할 때 상대국과의 관계를 원활히 조율해 결례를 범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국이 아닌 다양한 국가를 선택한 데는 좀 더 책임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도 반영됐다. 미국을 상대하는 북미국에는 엘리트급 시니어 외교관이 몰려 있어 외교계 분위기를 익히고 고급 정보를 접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43기 합격자들은 보조적 역할에서 탈피, 주도적으로 상대국을 대하는 업무를 하고 싶은 욕망이 더 크다.

전통적 기피부서 의전장실 선호

외교부는 변화된 주니어 외교관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충희 인사기획관은 “자신만의 비전을 갖고 부서를 선택한 만큼 관심 분야를 잘 키워 우리 외교에 기여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북미라인 편중 외교, 외교부 순혈주의 등 외교부 밖에서 가해진 비판을 주니어 외교관들이 불식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15년차 외교부 직원도 “외교부 내에서 부서마다 중요도가 다른 만큼 합격자들의 결심이 바뀔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럼에도 외교가에 새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 외교통상부 장관인 윤영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강의 현장에도 한반도 문제를 넘어 글로벌 이슈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늘었다. 세계를 여행하고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세대인 만큼 외교통상부 부서 지원 결과에도 변화가 있지 않았겠나. 우리 외교에 긍정적인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07.26 747호 (p19~19)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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