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3

2010.04.27

속 빈 강정 ‘장애인연금’ 이게 뭐냐

장애수당과 비슷, 오히려 혜택 축소 … 지자체에선 특별수당 지급 중지 움직임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0-04-20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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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2만 원 더 받자고 장애인연금을 기다린 건 아닌데….”

    장애인단체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장애인연금법이 3월 31일 국회에서 통과돼 올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장애인연금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8년 만이다. 2002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때 공약으로 제시해 수차례 법안이 발의됐으나 입법에는 실패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장애인연금법 도입을 약속했고, 정권이 들어선 이후 법안 작업을 본격화했다. 장애인단체와 보건복지부, 국회의 공청회를 거쳐 장애인연금법의 내용을 확정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장애인단체는 “기존 장애수당보다 혜택이 오히려 줄게 생겼다”며 장애인연금법에 냉소적인 반응이다.

    잔뜩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커

    장애인연금법이란 장애등급이 3급 이하거나 다른 유형의 장애가 둘 이상 중복된 중증장애인 중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이다. 기존 장애수당은 장애인이기에 지출하는 ‘사회적 추가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이었지만, 연금은 사회적 추가 비용인 ‘부가급여’와 더불어 장애인이기 때문에 벌지 못한 소득을 보상해주는 ‘기초급여’까지 포함해 안정적이고 체계적이다. 장애인연금법이 시행되면 기초생활수급자인 중증장애인은 기초급여 9만 원과 부가급여 6만 원 등 모두 15만 원을 지급받고, 차상위계층은 기초급여 9만 원에 부가급여 5만 원 등 총 14만 원을 지급받는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수당으로 13만 원, 차상위계층 중증장애인은 12만 원을 받고 있다. 장애인연금법으로 바뀐다고 해도 고작 2만 원씩 더 받는 데 그친다. 장애인연금법 제정으로 더 많은 보장을 바랐던 장애인들을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수급 급여가 줄어들 수도 있다. 장애수당이 없어지면서 덩달아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추가 지불하던 특별장애수당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지자체는 장애인복지법에 근거를 두고 지자체별 예산에서 각 지역에 거주하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중증장애인에게 월 3만 원씩, 울산은 월 5만 원씩 추가 수당을 지급했다. 하지만 장애인연금법이 시행되면서 장애수당을 지급할 명분이 없어지자 각 지자체는 예산 절감을 위해 추가 장애수당 지급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이다.

    200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금이 도입돼도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추가 장애수당은 그대로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없는 상태. 더구나 서울시는 2010년에 장애수당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7월부터 추가 장애수당을 줄 예산이 없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김일렬 서기관은 “각 지자체에 지방비를 이용해서라도 장애수당 추가 지급을 멈추지 말라고 부탁했다”며 안심하라고 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장애인단체의 불안을 덜기엔 부족하다.

    실제로 서울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은 장애수당 13만 원과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추가 장애수당 3만 원 등 모두 16만 원을 받아왔는데, 추가 장애수당이 없어지고 장애인연금법이 도입되면 15만 원을 받게 돼 실수령액은 오히려 1만 원 줄어든다.

    특히 65세 이상이라 기초노령연금을 지급받는 경우 수급 급여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기존 장애수당은 소득평가액에 들어가지 않아 기초노령연금은 장애수당과 별도로 전액 받았다. 하지만 장애인연금은 소득평가액에 포함돼 기초노령연금에서 장애인연금을 뺀 만큼만 지급받는다. 둘 다 연금인 탓에 중복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의 경우, 기존에는 기초노령연금 8만8000원에 장애수당 13만 원, 서울시에서 독자적으로 지급하는 장애수당 3만 원까지 모두 24만8000원을 받았다. 하지만 장애인연금법으로 바뀌면서 장애인연금 중 기초급여 9만 원과 기초노령연금 8만8000원 중 더 많은 금액인 9만 원과 부가급여 6만 원을 받게 돼 총수령액은 15만 원이다. 기존 급여보다 약 10만 원 적은 셈.

    LPG 연료지원제도 폐지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 현재의 수급자가 기존에 받았던 비용보다 적게 받지는 않도록 법적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 시행 후 65세 이상이 돼 장애인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동시에 받는 경우는 기존 수급자보다 적은 비용을 받게 된다. 김일렬 서기관은 “형평성 문제가 있으니 그런 경우 장애인연금 중 부가급여를 늘려 기존 수급자와 비슷한 수준을 맞추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으로 마련된 방안은 없다.

    7월 장애인연금법이 도입됨으로써 기존 장애인차량 LPG연료 지원제도도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중증장애인에게 월 250ℓ 한도에서 ℓ당 220원, 월 최대 5만5000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장애인연금법의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단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장애인연금법을 만든다는 이유로 많은 장애인에게 절실한 기존 정책을 없애는 건 예산 끼워맞추기”라고 비판했다.

    장애인단체는 장애인연금법 도입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본래 장애인단체가 주장했던 연금금액은 법정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에 기존 장애수당이 포함된 것이었다. 즉 2009년 기준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4분의 1인 23만2000원에 기존 장애수당(12만~13만 원)과 지자체별 특별장애수당(최대 5만 원)이 포함된 비용으로 최대 41만2000원. 현재 책정된 장애인연금법에 따른 수령액과 최소 20만 원 차이 난다. 이 안은 2009년 4월 민주당 박은수 의원이 국회에 발의한 장애인연금법안에 포함돼 있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축소돼 현 수준이 됐다.

    장애인단체는 이 안이 “장애인연금 현실화를 위한 마지노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3년마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하는 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서다. 2008년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가정의 평균소득은 일반 가정의 절반 수준이고 장애인이기 때문에 쓰는 교통비, 의료비 등 추가 비용은 월평균 15만9000원에 이른다. 만성 간질환이 있는 경우 최고 87만1000원을 더 지출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군 정책연구실 팀장은 “대중교통 시설이 잘 갖춰졌다면 장애인이 돈을 더 들여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된다. 장애인 보장시설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국가 책임이 큰 만큼, 국가에서 추가 비용을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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