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1

2010.04.13

왜 수심 낮은 곳으로… 새떼에 함포 쏘지 않는다

천안함 전역 장병들이 제기하는 6대 의혹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4-08 0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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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수심 낮은 곳으로… 새떼에 함포 쏘지 않는다

    천안함 전역자 홈페이지에는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천안함에 갇혀 몇 달을 생활하면 지긋지긋하지만 그만큼 애착도 강해집니다. 제대할 때 천안함에서 내리며 뒤를 돌아보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이제 천안함을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허전하고 안타깝습니다.”

    천안함 출신 한 전역병의 말처럼 천안함에서 군생활을 한 전역자들은 남다른 감정으로 천안함 사고를 지켜본다. 이들은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천안함 소식에 눈과 귀를 집중하는 한편, 천안함 함정생활의 경험에 비춰 언론에서 짚어내지 못한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한다.

    의혹1, 사고지점에는 왜 갔나?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3월 29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안함은 침몰해역을 15번 정도 지나갔다”고 말했다. 전역장병들은 하나같이 김 장관의 말에 의아해했다. 전역장병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이렇다.

    “김태영 장관은 말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천안함이 침몰해역을 지나갔다고 하면 안 된다. 그 근방을 지나갔다고 해야 맞다. 복무 중에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 1.8km까지 간 적이 없다. 천안함이 그곳에 갔다면 ‘무언가’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수심이 낮고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곳이라 특별한 목적 없이 갈 이유가 없다. 섬 근처에 가는 것도 함정을 수리해야 하거나 기상이 악화됐을 때다. 두 경우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전역장병들도 섣부르게 추측하진 않는다. 다만 지원부 출신 한 전역병이 “(고속정 없이) 천안함 한 척만 사고지점에 간 것도 이상하다. 천안함 혼자 갈 때는 작전 지시를 받거나 지원을 나가는 경우밖에 없었다. 실전 상황이라면 가능하겠다”며 의혹을 더했다.

    의혹2, 천안함은 노후했다

    “천안함 함수와 함미 절단 부분이 칼로 자른 듯 매끈했다.”

    구조작업에 참가한 잠수사들의 증언에 따라 노후화로 인한 ‘피로파괴설’이 나왔다. 천안함은 1989년에 건조됐으니 20년이 훌쩍 넘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일반 대형 선박의 선령을 20년 정도로 본다. 군함의 선령을 같은 기준으로 산술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곳에 수리가 필요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 군인이 평소 한 말을 빌려 “천안함에 물이 샌다. 문제가 있어 수리를 자주 받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역장병들은 노후가 침몰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천안함보다 오래된 군함도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데 천안함만 노후해 침몰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

    “누수가 잦아 수리를 자주 했다는 점으로 피로파괴설을 얘기하지만, 승조원이 천안함에 물이 샌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오·폐수 배출구 등 배에는 여러 배출구가 있어 파도 칠 때 이곳으로 바닷물이 밀려들어와 선실 쪽으로 스며 올라오기도 합니다. 수리 부분도 점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출동 다녀올 때마다 점검 차원에서 보수를 하고 정비하지만, 특별히 고장 나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 수심 낮은 곳으로… 새떼에 함포 쏘지 않는다

    1999년 6월 15일 제1차 연평해전 당시 천안함은 북의 공격을 받고 수리를 한 적이 있다. 사진은 당시 해군 고속정과 북의 경비정이 충돌하는 장면.

    의혹3, 침몰원인은 어뢰·기뢰 때문?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공식 발표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전역장병들은 천안함 복무 경험에 근거해 다양한 침몰 원인을 추측했다. 한 예비역 초계함 함장은 외부요인에 무게를 뒀다. 그는 “인류 해군 역사상 초계함이 내부요인으로 두 동강 난 경우는 없었다. 초계함 내부에는 방화 장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화재 가능성이 낮다. 또한 비행기가 비행 전 철저하게 점검받는 것 이상으로 군함도 확실히 점검하고 상부에 보고한 뒤 출항한다”고 말했다.

    몇몇 전역장병은 외부요인 중 어뢰·기뢰로 인한 폭발에 비중을 뒀다. △ 짧은 시간에 천안함이 두 동강 난 점 △ 복무 당시 기뢰에 대비한 훈련을 전혀 하지 않은 점 등을 그 근거로 댔다. 예비역 함장 역시 사고지점이 북방한계선과 가깝기에 북의 어뢰·기뢰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사고 초기 한 천안함 전역장병의 ‘천안함 암초좌초설’이 보도돼 암초에 걸려 천안함이 두 동강 났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이 주장에 대해 어뢰·기뢰설을 내세우는 전역장병들은 “암초에 걸려 침몰했다면 대비 시간이 충분해 실종자가 이렇게 많이 나올 수 없다. 함장이 상황을 판단해 퇴함 명령을 내릴 시간이 충분하다. 또 1200t급 천안함이 암초에 부딪힌다고 해도 갑자기 떠올라 두 동강 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의혹4, 제1차 연평해전 때 천안함이 파손됐다

    연평해전 당시 이등병이었던 전역장병은 생생히 교전상황을 기억했다.

    “북의 기관포에 맞아 천안함 곳곳에 구멍이 났어요. 선실 안 사병 관물대까지 구멍이 뚫려 해군정복이 찢어지기도 했습니다. 기관포에 맞은 뒤 입항해 수리했고 다음 날 곧 출동을 나갔어요.”

    연평해전 당시 상황은 긴박했지만 천안함이 입은 손실은 크지 않았다.조그만 구멍이 난 정도였다는 것. 참전 전역장병들은 보수 직후 출동을 나갈 만큼 정비가 잘됐기에 두 동강이 나서 침몰한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의혹5, 비상 이함훈련이 부족했다?

    해군은 배가 침몰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 이함훈련을 한다. 일각에서는 평소 비상 이함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아 실종자가 46명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갑판병 출신 전역장병은 “1년 반 동안 천안함에서 생활하면서 비상 이함훈련을 한 기억이 없다. 소화방수훈련, 전투배치훈련은 자주 했지만 이함훈련은 하지 않았다. 이함훈련을 하면 재수 없다는 속설을 듣기도 했는데, 그보다는 물에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 등 훈련이 번거로워 하지 않은 것 같다. 상식, 이론으로는 알아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몸에 익숙하지 않아 상황이 발생했을 때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휘관에 따라 훈련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교범대로 하는 지휘관이 있는가 하면 느슨하게 하는 지휘관도 있다는 것. 반면 한 예비역 함장은 “훈련 일정이 연간, 월간계획으로 잡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안 할 수 없다. 한 달 정도 짧게 승선한 인원이 훈련기간을 비켜간 경우,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혹6, 속초함의 76mm 함포사격은 북한 때문이다

    전역장병들은 속초함이 76mm 함포를 쐈을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실전 사격훈련이나 비상상황이 아니면 쏘지 않는다는 것. 북한과 같은 명확한 적이 없으면 쏠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연평해전 참전 전역장병들의 기억도 동일하다.

    “교전 중에도 무턱대고 76mm 함포를 쏘지 않습니다. 우리 측은 북의 기관포 공격을 받고도 경고를 한 뒤 쏠 정도로 신중했어요. 76mm 함포의 위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작전을 나갈 때도 장전은 하지만 쏜 기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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