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3

2009.12.01

中-印 국경 또 위험한 대치

인도 국경수비대원 2명 피격에 격앙 … 국경선 3200km 미확정, 해묵은 갈등 계속

  • 델리=이지은 통신원 jieunlee333@hotmail.com

    입력2009-11-27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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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印 국경 또 위험한 대치

    인도 뉴델리에서 반중(反中) 시위를 벌이는 티베트 망명자들. 인도 정부는 중국 정부에 맞서 자치권을 얻으려고 싸우는 티베트 난민의 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두 나라는 묘한 긴장관계로 맞서고 있는 이웃이다.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며 국제 외교무대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자 애쓰는 것도 그렇거니와, 중국에 이어 인도가 거대 시장을 기반으로 외국 투자를 끌어들이며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근래 상황도 양국을 아시아의 맞수로 비치게 한다.

    물론 당장은 인도가 여러 면에서 중국보다 뒤처진다. 이미 오래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이 된 중국에 비해 냉전시대에 비동맹의 맹주를 자처한 인도는 비상임이사국 지위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세계 3위로 성장해 경제대국의 자리를 점했지만 인도는 아직 10위권 밖(12위)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중국은 2700달러가 넘고, 인도는 그 반에도 못 미치는 1100달러다.

    그럼에도 두 이웃은 인도가 1947년 주권국으로 자립한 이후 줄곧 긴장과 어설픈 화해를 반복하며 민감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긴장의 근저에는 국경 문제가 자리하는데, 국경지대는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국가의 단결은 물론 존립에까지 영향을 끼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경선 확정을 위한 조정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양국이 공유하는 국경선 4500km 중 3200km는 아직 확정되지 못한 채 ALC(Actual Line of Control·실제 통제선)로 서로의 관할구역을 나누고 있으며, 남한 면적보다 훨씬 넓은 12만㎢ 이상의 카슈미르 악사이 친과 아루나찰프라데시 등에 대한 영유권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양국의 국경분쟁은 그 기원이 1914년 영국 식민통치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야말로 해묵은 갈등이다. 두 나라는 악사이 친을 사이에 둔 분쟁으로 1962년 전쟁을 치른 바 있다.

    악사이 친 분쟁 1962년엔 전쟁도 치러



    티베트 문제 또한 양국관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당초에는 1914년 정해진 맥마흔 라인을 인도와 티베트의 국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다 1950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티베트를 점령하면서 중국 정부가 ‘맥마흔 라인은 중국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영국의 독단적 결정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국경분쟁이 시작됐다. 이후 인도 정부는 1958년 중국 점령하의 티베트를 탈출해 망명한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난민을 받아들여 망명정부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고, 중국을 상대로 자치권을 얻으려는 달라이 라마의 외로운 싸움을 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해묵은 인도와 중국의 국경분쟁이 최근 다시 뜨거워졌다. 이번에는 미얀마 북부, 인도와 중국 사이에 낀 아루나찰프라데시 주(州)에서 사단이 벌어졌다. 지난 9월 인도 국경수비대원 2명이 중국 쪽에서 날아온 총탄을 맞아 부상당했고, 중국 군대가 마음대로 월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도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인도의 여론이 악화됐다. 이로 인한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중국 언론들은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가 지방선거운동 지원차 아루나찰프라데시를 방문한 것을 문제 삼고 나섰다. 총리의 방문은 아루나찰이 인도 영토임을 보여주려는 시위라고 인식한 것이다. 중국은 또한 11월로 예정됐던 달라이 라마의 아루나찰 방문에도 이전의 태도와는 달리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자 인도 측은 아루나찰이 자국 영토임을 재천명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또 다른 분쟁지역인 카슈미르를 언급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최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개발사업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문제 삼으며 중국 측에 파키스탄이 불법으로 점유한 지역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한 것이다. 인도는 현재 파키스탄이 점유한 카슈미르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 중국이 확장공사 지원을 약속한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와 중국 영토를 잇는 간선도로로 전략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곳이다.

    바로 이즈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인도의 아그니5(Agni-5) 미사일이 중국 하얼빈까지 사정거리 내에 둘 수 있다며 은근히 인도에 대한 군사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아그니5가 핵탄두 탑재능력을 갖췄으며, 육상운송이 가능해 인도 동북지역에 배치될 경우 중국 최동부 지역까지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북지역’이란 문제의 아루나찰프라데시를 가리킨다. 한마디로 아루나찰이 인도 영토로 편입돼 있는 한 중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양국 총리 만나 불협화음 제거?

    같은 신문은 지난 9월 인도의 반중(反中) 여론이 비등하던 무렵 ‘중국과 중국 인민’을 향한 인도 내 비난 여론을 보도했으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60주년을 즈음한 특집 기사에서는 “우리의 주적(主敵)은 인도”라는 한 인민해방군 예비역 장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또한 인도에서는 중국이 카슈미르에 거주하는 인도인에게 여권에 관련사항을 기재하는 정식 비자가 아니라 증명서 형태의 별도 비자를 발부해왔다면서, 이는 중국이 카슈미르 거주 인도인을 인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민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수위를 높여가던 양국의 국경분쟁은 10월 말 아세안 회의에서 중국과 인도의 총리가 손을 맞잡음으로써 수그러드는 듯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당장의 무력충돌 가능성만 잠재웠을 뿐, 양국 갈등의 근원이자 핵심인 국경문제 같은 이슈는 다루지 않았다.

    만모한 싱 총리는 달라이 라마를 ‘인도의 귀빈’이라 일컬으며 권위를 세워주면서도 달라이 라마는 종교지도자이고 그의 방문은 순수한 종교 행사라며 정치적 의미를 축소했다. 11월 둘째 주에 있었던 달라이 라마의 아루나찰 방문은 인도 정부의 희망대로 종교 행사로 순조롭게 진행돼 인도와 중국 간 불협화음은 그 수위가 낮아졌다.

    최근 국경분쟁과 관련된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상황이라 인도 내 반중 여론이 가라앉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양국의 경계선은 당분간 평화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가 군사 충돌을 바라지 않으며, 특히 인도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자국 영토 침범으로 야기된 반중 감정을 잠재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제 외교무대 상황 또한 양국의 화해를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올 것 같다.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릴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인도가 효과적인 공조체제를 이뤄야 도쿄의정서 체제대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계속 면제받고, 국제 외교전에서 선진국들의 독주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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