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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로스쿨 서바이벌10

“법률가 사회적 책임 실천, 공감대 확산 급선무”

로스쿨 공익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제언

“법률가 사회적 책임 실천, 공감대 확산 급선무”

  • 그동안 우리 법조계는 특권의식과 관료주의로 가득한 집단으로 비쳤다. 학연(學緣)과 연수원 기수를 중심으로 한 동료의식은 ‘전관예우’같은 기형적인 현상을 고착시켰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된 것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다. 일각에서는 로스쿨도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제도라며 우려를 제기한다. 대형 로펌들이 유능한 변호사들을 ‘입도선매’하면서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우려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 ‘공익 프로그램’이 꼽힌다. 로스쿨 시행 1년, 일부 로스쿨에서 실시하는 공익 프로그램의 현주소와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필규>>> 공익 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공익 프로그램을 로스쿨 시스템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이른바 ‘공익 프로그램’ 혹은 ‘공익법 프로그램’은 간단히 말하면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에 대해 배우고 이들에게 법률적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로스쿨이 배출하는 법률가상(像)에 대해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으로 정의한다.

공익 프로그램은 이런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물론 프로그램 자체를 통해 법률 지원을 받는 이들의 인권 개선도 중요하지만, 로스쿨 학생들에게 인권과 정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하다.



“법률가 사회적 책임 실천, 공감대 확산 급선무”

황필규 변호사

국내 로스쿨들은 로스쿨 시행 이전부터 다양한 공익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공익인권법 관련 각종 강좌, 주로 방학을 이용해 인권단체 등에서 진행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특정 주제들에 대해 연구조사하고 관련 소송사건을 다루는 클리닉, 그리고 공익법 활동을 많이 하는 이들의 특강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로스쿨 시행 1년이 다 된 지금 공익 프로그램은 일부 로스쿨에서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널리 확산되거나 실질화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학교 측의 공식적인 프로그램보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공익인권법학회 등 관심 있는 집단의 형성과 이들의 자체 프로그램이 더 큰 의미를 갖는 실정이다. 물론 공익 프로그램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특별한 프로그램이어서는 안 되고,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어도 안 된다. 공익 프로그램이 로스쿨 시스템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 되고, 예비 법조인들이 공익 프로그램 참여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공익 프로그램이 로스쿨 시스템에 안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물적, 인적 자원은 기본이다. 또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로스쿨 자체에서 공익 프로그램의 가치를 존중하고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그래야 공익 프로그램을 위한 제도와 정책의 뒷받침이 따를 수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대 교수

“로스쿨 실무교수들 공익변호 가능한 ‘리걸 클리닉’ 도입해야”

로스쿨 인가과정에서 많은 학교가 앞다퉈 공익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로스쿨이 자칫 ‘유산계급’의 전유물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법률가의 공공성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부 대학은 공익 프로그램을 특성화해 인가받기도 했다. 내가 소속된 한양대 로스쿨이 그런 예다. 한양대 로스쿨은 공익소수자인권센터를 설치했다. 그리고 많은 공익인권 관련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다른 로스쿨도 다양한 공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외국의 경우 로스쿨의 공익 프로그램은 이른바 ‘리걸(legal) 클리닉’을 통해 이뤄진다. 로스쿨 안에 법률사무소를 두고 실무에 종사하는 변호사와 학생들이 공익적인 사건을 처리하는 식이다. 미국의 하버드, 예일, 뉴욕대 등 유명 대학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도 로스쿨 도입 초기부터 공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표적으로 와세다대 로스쿨은 캠퍼스 안에 ‘와세다 리걸클리닉’이라는 법률사무소를 두고 공익적 사건을 처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로스쿨 실무교수들에게 변호사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영리 목적을 위한 변호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지만, 미국이나 일본처럼 학내에서 리걸 클리닉을 운영할 수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로스쿨 초기에는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의식이 없었는데, 최근 논의가 조금씩이나마 이뤄지는 듯해 다행스럽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법률가 사회적 책임 실천, 공감대 확산 급선무”

박찬운 교수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로스쿨 졸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할 변호사시험 때문에 부담이 따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일 변호사시험에서 많은 탈락자가 나오면 공익 프로그램은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 다들 변호사시험에 몰두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호사시험은 지금의 사법시험과 본질적으로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떨어뜨리는 시험’이 아닌 ‘합격시키는 시험’이 돼야 한다.

나아가 공익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는 강제화할 필요가 있다. 일정 공익인권법 관련 학점을 이수하는 것을 변호사시험 요건으로 만드는 게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로스쿨 관련법에 의해 필수과정으로 정해진 인턴십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의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인권법 관련 교육 등 이론교육도 로스쿨 교육과정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공익 프로그램은 법률가의 공공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돈만 좇는 법률가가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법률가상을 로스쿨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로스쿨은 금전지향적인 ‘밀림의 야수’들만 키워내는 곳이 될 것이다.

한편 로스쿨은 현재의 법대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야 한다. 직업학교에 맞는, 더욱 전문화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력 있는 실무가가 교수로 많이 들어와야 한다. 법률교육은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이 돼야 한다. 현재 전국 로스쿨의 현실은 이러한 교육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학문의 후속세대를 키워내야 한다는 점이다. 로스쿨이 도입됨으로써 법학이란 학문을 실용학문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농후해졌다. 그러나 기초법 분야는 로스쿨 하에서도 그 연구가 강조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분야가 성장하지 못하면 우리 법률가들은 ‘법률 기술자’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문제의식이 반드시 공유되길 기대한다.



주간동아 2009.12.01 713호 (p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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