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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SURE | 채지형의 On the Road

그들과 행복한 눈맞춤 배낭에 담아온 ‘순수 미소’

여행에 대한 예의 ‘책임여행’

  • 채지형 여행작가 www.traveldesigner.co.kr

그들과 행복한 눈맞춤 배낭에 담아온 ‘순수 미소’

그들과 행복한 눈맞춤 배낭에 담아온 ‘순수 미소’

1 시장에 가면 현지인들에게 인사를 건네보자. 과테말라 치치카스테낭고 재래시장.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여행할 때였다. ‘스테이 어너더 데이(Stay another day)’라는 오렌지색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하루 더 머물러라?’ 호기심이 생겼다. 그 간판을 달아놓은 ‘콥노이(Kopnoi)’라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서야 뜻을 알게 됐다.

그저 수박 겉핥기로 유명 관광지만 둘러보다 가지 말고, 하루 더 머무르면서 라오스의 진짜 모습을 만나라는 의미였다. 가게 한쪽에는 루앙프라방에서 즐길 수 있는 100가지 방법이 적힌 팸플릿이 있었다.

‘스테이 어너더 데이’는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크고 작은 공동체와 가게들이 연계해서 벌이는 캠페인(www.stayanotherday.org)으로, ‘스테이 어너더 데이’ 간판이 붙어 있는 곳에서 파는 제품을 사면 수익금의 일부가 공동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판매하는 제품은 라오스 사람들이 땀과 정성으로 만든 순수 ‘메이드 인 라오스’.

전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가 늘어나고, 여행하는 방식도 다양해지면서 단순히 ‘여행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런 움직임 중 하나가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의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여행을 하자는 ‘책임여행’이다.

영국의 관광감시 비정부기구(NGO)인 투어리즘컨선에 따르면, 우리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를 여행할 때 쓰는 돈 중 70∼85%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현지의 공동체에는 1∼2%만 돌아간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우리가 100달러를 쓸 때 겨우 1∼2달러를 손에 쥔다는 이야기다. 책임여행, 공정여행의 취지 중 하나는 우리가 여행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을 하자는 것이다.



공정여행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활동도 구체화하고 있다. 2001년 공정여행을 기치로 내걸고 문 연 영국의 여행사 리스폰서블트래블닷컴(www.responsible travel.com)이나 투어리즘컨선(www.tourismconcern.org.uk), 그린글로브(www.greenglobeglobal.com) 등의 단체는 새로운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면서 전 세계에 공정여행을 알리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매진피스(www.imaginepeace.or.kr) 등이 공정여행에 대한 인식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현지어 한마디 건네기…책임여행의 첫걸음

여러 단체에서 이처럼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지만, 모든 책임여행의 기본은 ‘예의’에서 출발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이자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예의다. 온두라스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필자와 2층 침대를 나눠쓰던 캐나다인 스텔라는 하루에 30분씩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느냐고 물었더니 “기본적인 언어를 익히는 것은 그 나라를 여행하는 여행자로서 지켜야 할 예의라고 생각해. 너도 알겠지만 현지어를 하면 사람들이 더 반갑게 맞아주잖아. 그들과 마음을 더 깊이 나눌 수 있어 좋아”라며 활짝 웃었다.

인사말과 숫자, 간단한 문장 몇 개를 익히는 것도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책임여행이라고 하면 무척 거창하게 들리지만, 이렇듯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여행지에서 쇼핑할 때도 그렇다. 흥정이 여행의 색다른 재미이기는 하지만, 흥정을 할 때도 상황과 나라를 잘 고려해야 한다. 무조건 깎으려 들지 말자. 바가지를 쓰는 것도 피해야겠지만, 현지 물가를 고려하지 않고 터무니없이 물건값을 깎으려 하는 것은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또한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이나 식물로 만든 기념품을 사지 않는 것도, 기념품을 너무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 것도, 현지 사람이 직접 만든 기념품을 사는 것도, 현지 사람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숙소를 이용하는 것도 책임여행을 실천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도 책임여행을 할 수 있다. 뉴욕에 가면 꼭 들르는 북카페, 중고책 서점 ‘하우징 워크스 유즈드 북카페’(Housing Works Used Book Cafe)는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모두 남미의 커피농장에서 정당한 값을 주고 사온 것이다. 우리가 공정무역 제품을 사면 전 세계 가난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제3세계의 노동력과 원료를 값싸게 사들이는 대형 업체들과 달리,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는 회사들은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줄 수 있는 가격을 매긴다. 기본적으로 이익이 생기기 힘든 구조다. 그럼에도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공동체에 다시 투자한다. 작은 카페에서 일어나는 얼마 안 되는 소비일 뿐이지만, 이 소비는 두루두루 세계의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씨앗이 되는 것이다.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현지인이 운영하는 항공사를 이용한다거나, 다소 불편해도 다국적 체인 호텔 대신 현지 호텔에 머무르는 것도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실천 방법이다. 이런 일의 바탕은 지구라는 별에 함께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매너에 있다. 현지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 이것이 책임여행이다.

그들과 행복한 눈맞춤 배낭에 담아온 ‘순수 미소’

2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뉴욕의 중고책 서점 ‘하우징 워크스 유즈드 북카페’. 3 현지의 음식문화를 배려하는 여행. 4 다른 문화를 인정하는 여행. 5 라오스 사람들이 손으로 만든 토산품.

지구별에 함께 사는 이에 대한 예의

쉽진 않지만 실천해볼 만한 또 다른 책임여행으로는 ‘비행기 타지 않고 여행하기’나 공정무역의 원산지를 찾아 떠나는 ‘공정무역 여행’ 등이 있다. 삼면이 바다이고 한쪽은 북한에 가로막힌 우리나라는 외국에 가려면 불가피하게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다른 대륙을 여행할 때 기억해둘 만한 것이 비행기를 타지 않는 여행이다. 왜냐고? 비행기는 너무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행기 대신 기차여행이나 자전거여행이 권장된다. 물론 걷는 여행도 책임여행을 실천하는 훌륭한 방법. 도보 사파리, 순례길 걷기, 트레킹도 책임여행의 한 부분이다. 해외에서 시도하고 있는 ‘공정무역 여행’ 또한 책임여행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이다. 공정무역 여행이란 공정무역의 원료를 만드는 원산지를 찾아가는 것으로, 예를 들어 커피가 생산되는 니카라과의 커피 농장에 가서 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보는 여행이다.

공정무역 여행을 하면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현지인과 공감하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더욱 적극적으로 책임여행을 하기 위해 자원봉사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인도 콜카타의 마더 테레사 집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해본다든지, 과테말라의 몬테리코에 가서 거북이들에게 먹이를 주며 보호하는 자원봉사를 해보는 것도 오랫동안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든 책임여행은 실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미소와 뉴욕 5번가에서 마주치는 뉴요커에게 보내는 미소가 다르지 않으면 된다. 세계에 펼쳐진 수만 가지의 삶을 존중하고 함께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행자인 우리는 그곳에서 잠시 그들의 세계를 나누는 이방인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감사하고 아껴야 한다는 것, 그것만 마음에 담는다면 당신도 지금부터는 책임여행자다.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
1. 지구를 돌보는 여행 비행기 이용 줄이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물 낭비하지 않기
2. 다른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 직원들에게 적절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 여행사 선택하기
3.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아동 성매매·섹스관광, 성매매 골프관광 등 거부하기
4.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교통시설 이용하기
5.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과도한 쇼핑하지 않기, 공정무역 제품 이용하기, 물건값 지나치게 깎지 않기
6. 친구가 되는 여행 현지 인사말을 배우고 노래와 춤 배우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7.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현지인의 생활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 갖추기
8. 상대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여행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구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여행
9. 기부하는 여행 적선이 아니라 나눔을 준비하자. 여행 경비의 1%는 현지 단체에.
10. 행동하는 여행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출처 : ‘이매진피스’




주간동아 2009.10.27 708호 (p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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