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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곽영진의 시네마 에세이

‘쩐에 울고 쩐에 웃고’ 10인10색 여운

옴니버스 영화 ‘황금시대’

  • 곽영진 영화평론가 7478383@hanmail.net

‘쩐에 울고 쩐에 웃고’ 10인10색 여운

‘쩐에 울고 쩐에 웃고’ 10인10색 여운

10개의 단편 중 권종관 감독의 ‘동전 모으는 소년’, 양해훈 감독의 ‘시트콤’,윤성호 감독의 ‘신자유청년’ , 최익환 감독의 ‘유언’(왼쪽부터).

‘황금시대’는 우리 시대 최고의 화두인 돈을 주제로 10편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장편영화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신선한 시도와 개성 넘치는 스토리로 주목받아온 10명의 신예감독이 제작비 500만원씩을 나눠 들고 만든 초저예산 디지털 단편 옴니버스다. 아무리 단편이라도, 단돈 5000만원으로 영화 10편을 만들었다니!

옴니버스(omnibus)란 11명 이상을 태울 수 있는 대형 합승자동차, 곧 버스를 말한다. 1830년 이래 런던 등지에서는 새 수송수단인 증기 합승자동차를 옴니버스라 부르기 시작했다. 문화 영역에서 옴니버스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만든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한 편의 작품으로 엮은 연극, 영화, 출판서적, 방송프로그램 등을 가리킨다.

‘황금시대’는 전주국제영화제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프로젝트다. 수년째 만들어진 ‘숏! 숏! 숏!’이란 이름의 옴니버스 가운데 하나인데, 이번 극장개봉에서는 좀더 대중친화적인 제목으로 명찰을 바꿔 달았다. 이른바 예술영화‘과’에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는 어렵거나 많이 실험적이거나 지루하지 않다. 10명의 감독은 이 시대 최고의 화두인 돈 혹은 돈의 권력을 주제로 10가지 ‘돈’에 대해 대놓고 말하면서, 각자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썩 괜찮은 그림을 뽑아놓았다.

영화는 10인10색의 신예감독 못지않은 연기파 혹은 개성파 배우들의 열전이며 향연이다. 오달수, 임원희, 박원상, 조은지 등 연기파부터 드라마로 친숙한 유연석과 소유진까지. 더불어 그룹 씽(Xing)의 보컬 기파랑과 롤러코스터의 조원선 등도 있다.

게이 영화 ‘후회하지 않아’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송희일 감독의 ‘불안’에서는 연기파 박원상과 박미현이 호흡을 맞춰 주식(돈)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부부의 심리, 특히 여자의 히스테리를 살벌한 ‘진풍경’으로 펼쳐보인다. 영화는 파탄 난 가족의 자화상, 지구촌을 도박판으로 만들어버린 신자유주의의 단면이다.



김영남 감독의 ‘백 개의 못, 사슴의 뿔’에는 개성파 연기자 오달수와 조은지가 각각 폐업 직전의 공장주와 밀린 월급을 받으려는 직원으로 출연해 유쾌한 수다 속에 특별한 여운을 남긴다.

윤성호 감독의 ‘신자유청년’은 유난히 등장인물이 많다. 52주 연속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사회적 이슈가 된 전직 고시원 총무의 이야기를 다룬 이 코미디에는 아주 ‘뻔뻔한’ 개성파 주연 임원희 외에도 팝칼럼니스트 역의 진중권 교수, 아나운서 역의 이명선 씨(과거 시사풍자 변종뉴스쇼 ‘헤딩라인뉴스’의 앵커우먼), 동료 양해훈 감독 등이 카메오로 출연해 폭소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다. 평자의 상당수는 이 단편을 ‘황금시대’의 압권으로 꼽기도 한다.

최근 방송드라마 ‘혼’과 ‘드림’에 연이어 출연하며 눈길을 끈 유연석은 공포영화 ‘톱’에서 여주인공 주은과 공연한다. 설령 토막살해범이라 한들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할 정도로 지극히 아름다운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외상값을 떼어먹지 않는 사람이다. 양해훈 감독의 ‘시트콤’에는,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는 날라리 역으로 소유진이 출연해 이색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황금시대’ 포스터에 오달수와 단둘이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 씽의 미남 보컬 기파랑은 권종관 감독의 ‘동전 모으는 소년’의 주인공으로 발탁돼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필자는 아이들의 묘한 설렘을 그리며 이를 예상 밖의 극단적 증오(잔인함)와 충돌시킨 이 단편 드라마를 또 하나의 압권으로 본다. 롤러코스터의 보컬로 묘한 음색이 매력적인 가수 조원선은 김성호 감독의 멜로 ‘페니 러버’를 통해, 의상과 메이크업까지 직접 해결해야 하는 눈물겨운 연기자 신고식을 했다.

‘황금시대’는 드라마, 코미디, 공포, 청춘, 스릴러, 멜로까지 ‘웬만한 단편영화제가 부럽지 않은 풀코스의 장르만찬’으로 작품과 흥행, 둘 다의 승부처는 바로 유니크함에 있다. 돈에 대한 무거운 상념이나 심각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보다 다양한 장르와 재미로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이 작품은 ‘쩐’에 울고 ‘쩐’에 웃는 우리에게 진한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9.09.15 703호 (p84~84)

곽영진 영화평론가 74783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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