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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강유정의 ‘영화에 수작 걸기’

전라도 역도부 여중생들의 성공 드라마

이범수의 ‘킹콩을 들다’

  • 강유정 영화평론가·국문학 박사 noxkang@hanmail.net

전라도 역도부 여중생들의 성공 드라마

전라도 역도부 여중생들의 성공 드라마

전남 보성의 중학교 역도 코치 역을 맡은 이범수(가운데)는 6명의 여학생과 감동 스토리를 엮어간다.

‘킹콩을 들다’(감독 박건용)는 성공할 만한 요인을 두루 갖춘 작품이다. 조심스레 추측건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에 버금가는 사회적 반응을 불러오지 않을까 한다. ‘킹콩을 들다’를 지탱하는 두 가지 드라마 테마는 스포츠와 성장이다. 지지리도 가난한 여중생들의 성공담이 이야기 한편에 자리잡고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진정한 멘토로서의 선생님을 재발견하는 청소년 드라마의 맥이 놓여 있다.

스포츠 드라마의 성격으로 보자면 이 영화는 비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최근의 영화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생순’에서 시작된 비인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역도’ 그리고 ‘여자선수’라는 유사 지점으로 확장됐다. 이런 경향은 또 다른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가 영화 ‘국가대표’의 소재로 선택된 점에서도 확인된다. 비주류, 뚝심, 눈물이 어우러져 새로운 스포츠 영화의 공식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킹콩을 들다’는 전형적인 비주류 스포츠 드라마의 계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스포츠 영화 이상의 ‘플러스알파’가 있다. 시너지는 ‘보성’이라는 지역과 이범수라는 탁월한 배우에서 증폭된다. 영화 속에서 보성은 역도라는 종목만큼이나 중요한 캐릭터를 제공한다.

이야기는 선수 이지봉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아쉽게 동메달을 따는 데서 시작한다. 지봉은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다발성 골절로 선수생활을 마쳐야 할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위기는 현실이 되어 지봉은 역도선수로서의 삶을 마치고 시시한 일들을 전전하며 겨우겨우 살아간다.

언뜻 봐서는 우울해 보이는 이 이야기를 생기발랄한 휴먼-코믹-드라마로 이끌어주는 것은 바로 보성, 그리고 아이들이다.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교장선생님은 역도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솜털이 보송보송한 여중생들도 천연덕스럽게 사투리를 내뱉는다. 사투리의 발랄함에 가난하지만 천진한 아이들의 시선이 보태진다. 1994년으로 되돌아간 시간은 운동이 미래가 되기도 하던 이 땅의 한 시절을 추억으로 되돌려주며 덤으로 운동에 목숨 걸어야만 했던 가난한 아이들의 삶을 얹어준다. 그러니까 ‘킹콩을 들다’는 단순히 감동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틱한 코미디인 셈이다.



영화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제작되는 휴먼 드라마의 전형적 서사구조를 따라간다. 관객들을 실컷 웃겼다가 어떤 지점이 돼서는 훈훈하게 가슴을 적시고 마침내 마지막에 이르러 마음껏 울게 해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이 말하는 카타르시스가 존재한다면 아마도 이런 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영화는 감정의 완급을 세련되게 조절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박건용 감독은 첫 작품을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전라도 역도부 여중생들의 성공 드라마
무엇보다 영화의 호흡조절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바로 이범수라는 배우다. 그는 순간순간의 타이밍을 조절하면서 웃음과 울음의 지점을 동시에 표현해낸다. 따뜻하고 사려 깊은 스승의 캐릭터에 이범수라는 배우가 지닌 이미지가 무언의 설명이 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아직 눈때, 손때가 타지 않은 신인 여배우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여자 역도부 선수가 되는 것만큼 망설여졌을 살찌우기에 선뜻 나선 배우들의 검댕칠이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는 데 한몫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많은 영화가 ‘촌’을 수색한다. 예산(‘거북이 달린다’), 보성 같은 촌의 정서에는 대도시의 팍팍한 삶에 결여된 또 다른 질감이 놓여 있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한 관심도 아마 또 다른 질감이 주는 훈훈함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연봉이나 계약 조건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순수한 의미의 멘털 스포츠, ‘킹콩을 들다’의 감동은 그 순순함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주간동아 2009.06.30 692호 (p82~82)

강유정 영화평론가·국문학 박사 noxk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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