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9

2009.03.31

똑똑한 인터넷 개인비서 써볼까?

MIT 테크놀로지리뷰 선정 2009년 불후의 신기술 10選

  •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

    입력2009-03-27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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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의 늪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디어가 있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불모지에서 1980년대 처음 등장한 휴대전화가 지금은 한국의 수출 효자상품이 됐듯, 불후의 기술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해마다 발표하는 10대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는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으면서도 산업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엄선한 것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MIT는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기술전문지 ‘테크놀로지리뷰’ 3, 4월호에 2009년을 빛낼 신기술 10가지를 발표했다.

    지능형 비서 소프트웨어 Intelligent Software Assistant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으려면 필요한 정보와 연관된 키워드를 생각하고 이를 입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만간 인터넷과 대화하며 일을 처리할 날이 올 것 같다. 실리콘밸리에 입주한 정보기술 회사 시리는 최근 검색엔진 대신 개인 비서 노릇을 해줄 ‘실행(do) 엔진’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시리’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식사 예약, 비행기 시간 확인, 주말계획 등 주로 사생활 위주로 정보를 검색하고 실행하도록 설계됐다. 사용자가 말만 하면 프로그램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적절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 온라인에 연결된 시리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해 업무를 처리한다.

    100달러짜리 유전자 분석 $100 Genome

    5년 안에 100달러(약 15만원)로 인간 게놈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할 전망이다. 바이오나노매트릭스는 나노 유체공학을 이용해 유전자(DNA) 분자의 긴 가닥을 촬영하고 분리하는 특수 칩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5년 안에 100달러만 내면 누구나 자기 DNA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서비스가 시행되면 환자 개인의 유전적 특징을 고려한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X선 촬영비보다 싼 값에 자기 DNA를 확인함으로써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시간도 벌 수 있다.



    레이스트랙 메모리 Racetrack Memory

    현재의 하드디스크보다 저장용량이 최소 1000배 이상 큰 메모리가 개발되고 있다. IBM이 개발 중인 ‘레이스트랙 메모리’라는 신개념 저장장치가 그것이다. 이 저장장치는 플래시 메모리 수준의 내구성과 속도, 하드디스크보다 훨씬 큰 저장용량을 자랑한다. 컴퓨터 메모리로 사용되는 D램보다 빠르고,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그대로 보존되는 특징을 지닌다. ‘레이스트랙’이라는 이름은 알파벳 U자 모양의 나노선을 따라 자기(磁氣) 정보가 자동차 경주 트랙을 도는 것처럼 빠르게 흐르는 데서 유래했다. IBM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이 저장장치로 6비트 길이의 정보를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10비트를 옮기는 데 성공하면 플래시메모리, 100비트를 옮기면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종이 진단장치 Paper Diagnostics

    농어촌이나 산간, 도서벽지 등 병원에 가기 힘든 곳에서는 싸고 간단한 질병 진단도구가 필요하다. 미국 하버드대 조지 화이트사이드 교수는 ‘미세 유체공학’과 종이를 결합해 종이 진단기를 개발했다. 단단한 재료로 만들어 방수가 되는 종이를 감광제에 담가 소량의 액체가 이동하는 경로를 만든 것. 피나 소변이 이동하는 경로에 검진용 약물을 넣어뒀다가 색상 변화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전염병 또는 만성병 환자의 피와 소변을 검사한 뒤 바로 버릴 수 있어 유용하다. 진단 방법은 간단하다. 우표 크기의 사각형 진단기 모서리에 소변이나 피를 떨어뜨리면 용액이 여러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파랑, 빨강, 노랑, 초록으로 색이 다양하게 변하며, 이는 건강을 확인하는 진단 지표로 사용된다.

    진행파 원자로 Traveling-Wave Reactor

    원자력발전소를 더 안전하고 저렴하게 운영하는 새 원자로 기술이 나왔다. 원자로에 핵연료를 공급하는 작업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사용 후 연료도 대부분 재처리되거나 폐기물처리장에 저장된다. 미국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핵분열 반응이 잘 일어나고 적은 양의 연료를 사용하는 ‘진행파 원자로’라는 새 기술을 개발했다. 이 프로젝트의 관리자 존 길랜드 박사는 “이론적으로 몇천 년간 연료를 공급하지 않아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며 “연료도 대부분 잘 분열되지 않은 우라늄238을 사용하고, 기존 연료인 우라늄235는 매우 조금 쓰인다”고 설명했다.

    해시캐시 HashCache

    인터넷 이용 환경이 컴퓨터 보급률보다 디지털 격차를 더 뚜렷하게 벌리고 있다. 이런 문제는 인터넷 사용료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발생한다. 미국 프린스턴대 비벡 파이 교수 연구팀은 자주 이용하는 콘텐츠를 컴퓨터에 저장해둔 뒤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해시캐시’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불필요한 접속을 줄여 비용을 줄인다는 개념이다. 연구팀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의외로 많지 않은 콘텐츠를 반복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착안해낸 기술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보 저장 위치를 ‘해시’라는 짧은 숫자로 찾아내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고 메모리도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제어 네트워크 Software-Defined Networking

    컴퓨터 공학자들은 빠르고 안전하면서도 에너지를 적게 쓰는 네트워크를 꿈꾼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꿈일 뿐 현실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무엇보다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실험용 네트워크가 필요한 상황.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닉 매퀀 교수 연구팀은 ‘오픈플로(OpenFlow)’라는 소프트웨어 제어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기존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네트워크 기술을 실험해볼 수 있는 일종의 실험 장치다. 지금까지는 네트워크에서 실험하려면 다양한 장치를 조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이 기술이 개발되면서 프로그램 설치만으로도 실험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똑똑한 인터넷 개인비서 써볼까?
    액체전지 Liquid Battery, 기계생명체 Biological Machines, 나노압전장치 Nanopiezoelectronics

    낮에 충전한 태양에너지를 모아둘 저장장치로 ‘액체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액체전지는 지금까지 개발된 성능이 가장 좋은 전지보다 사용 시간이 3배나 길다. 액체전지를 만든 MIT 도널드 새도웨이 교수는 “현존하는 최고의 전지보다 10배 이상 높은 전류를 낸다”고 말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마이클 마하비즈 교수 연구팀은 초미세전기기계시스템(MEMS) 기술을 이용해 일종의 기계생명체인 딱정벌레 로봇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생물학과 공학 기술을 이용해 최적의 에너지로 움직이는 완벽한 기계생명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노압전센서는 매우 작고 민감해 혈액 안의 바이러스와 세균, 공기에 포함된 독가스, 음식 안의 오염 물질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센서를 켜기 위한 전원 공급에 문제가 있었다. 미국 조지아공대 총 린 왕 교수는 힘이 전기로 바뀌는 압전원리를 이용해 초소형 발전장치를 만들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각종 초소형 센서에 대한 전원 공급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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