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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영어 실력에도 ‘유통기한’있다?

토익 성적 2년 지나면 자동삭제 … 구직자 울려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영어 실력에도 ‘유통기한’있다?

영어 실력에도 ‘유통기한’있다?
“어떻게 들어간 기업인데…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입니다.”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입사 관문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A(28)씨. 합격의 기쁨도 잠시.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한 장의 토익성적표 때문에 그만둬야 할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2008년 여름 대학을 졸업한 A씨는 여러 차례의 서류 낙방 끝에 10월, B기업의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 이때 A씨는 2006년 11월에 본 토익시험 성적을 입사지원서에 기재했다. 토익시험 유효기간 2년에 아슬아슬하게 맞춘 것이다. 한 달여간의 채용 절차를 거쳐 12월 B기업에 최종 합격했다.

취업준비생들은 한 번의 지원으로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여러 기업에 원서를 내는 것이 보통이다. 토익성적표는 한 부만 무료로 받을 수 있기에 추가로 발급받는 데는 장당 3000원의 비용이 든다. 10개 기업에만 지원한다 해도 토익성적표 재발급에 토익시험 1회분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보니 토익성적표는 미리 뽑아두기보다는 필요할 때 발급받는 경우가 많다. A씨 역시 필요할 때면 웹상에서 언제든지 토익성적표를 출력해왔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최종 합격 후 토익성적표를 제출하기 위해 A씨는 여느 때처럼 웹상에서 출력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전만 해도 확인이 됐던 자신의 토익점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채용 절차가 진행되는 와중에 토익성적 유효기간이 만료된 것이다. 당황한 A씨는 한국토익위원회에 문의했지만 “2년의 유효기간이 지나 자동적으로 토익 성적이 삭제됐다”는 대답만 들었다.



토익 성적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보니 입사지원서에 거짓 기재를 한 것과 다를 바 없게 돼버렸다. 입사 지원서를 냈던 다른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토익성적표가 남아 있는지 문의했지만, 이미 채용이 끝나 다 폐기돼버려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응시료 인상은 “OK”, 피해자 구제는 “글쎄”

A씨는 “기간이 지난 성적표를 유효하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지원 당시 유효했던 성적표를 재발급 혹은 그때 성적을 증명만 해달라는데 그것마저 거부하는 것은 횡포”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기업 입사뿐 아니라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 각종 국가고시를 보는 수험생들 중에서도 유효기간이 가까워진 토익성적표를 제출했다 A씨처럼 곤혹스런 일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효기간이 만료된 토익 성적에 대한 소명이 안 돼 불합격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토익위원회는 수험생들이 제때 준비했으면 문제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토익위원회 관계자는 “토익 성적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및 3개월 전에 이 같은 사항을 e메일로 통지한다”며 “1차적으로 제때 토익성적표를 챙기지 못한 수험생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토익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ETS사 역시 “토익 성적의 유효기간을 2년으로 하는 것은 ETS 시험의 질과 공정성을 위해서다. 유효기간에 일관성 없이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면, 개인이 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원론적인 견해만 밝혔다. 하지만 많은 수험생은 제도의 빈틈 때문에 피해를 보는 수험생이 분명히 있음에도 개인의 부주의로 돌리는 것은 “비싼 응시료에 걸맞지 않게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 한국토익위원회는 이런 논란은 아랑곳 않은 채 응시료를 또다시 인상해 빈축을 사고 있다. 3월29일 시행하는 제195회 토익 정기시험부터 응시료가 현행 3만7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5% 인상된다. 토익 응시료는 2001년 2만8000원에서 2002년 3만원, 2003년 3만2000원 등으로 2004년을 제외하고 매년 2000원씩 인상돼왔다. 수험생들의 난처한 상황에 응시료 인상으로 대답하는 한국토익위원회. 싸늘한 시선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주간동아 2009.03.31 679호 (p64~64)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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