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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탈모인 서바이벌 10

“無毛人 없는 그날까지 도전해야죠”

‘모낭군 이식술’ 대가 김정철 경북대 의대 교수 “곧 TG-H7(탈모 억제 물질) 사용하게 될 것”

  • 대구=배수강 기자 bsk@donga.com

“無毛人 없는 그날까지 도전해야죠”

“無毛人 없는 그날까지 도전해야죠”

김정철 교수는 “국내 시술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월등한 가격경쟁력이 있어 ‘의료 관광’ 전략만 잘 세우면 외국인이 대거 몰려올 수 있다”고 말한다. 모발 이식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한 말로, 그는 경주·문경·안동지역의 관광상품과 연계한 전략적 해외 환자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국회의원이 ‘모발당(毛髮黨)’ 대표에 취임하라고 합디다. 제가 모발 이식술을 해준 의원 15명이 ‘국대모’(국회 대머리 의원 모임)를 만든다나요? 조금 있으면 원내 교섭단체도 만들 수 있겠어요.(웃음)”

3월17일 경북대 의대 김정철(50) 교수(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장)와의 2시간여에 걸친 인터뷰는 웃음 반, 인터뷰 반이었다. “‘엔조이(enjoy)’하는 삶이 성공하는 인생”이라는 그의 말대로 그는 대화를 즐겼다. 컴퓨터 모니터를 보여주며 차근차근 설명하는 모습은 ‘인터뷰이’라기보다 학회 세미나 주제발표자처럼 느껴졌다. 여느 세미나와 다른 점은 하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는 국내외에서 ‘대머리 구세주’로 통한다. 1992년 세계 최초로 ‘모낭군 이식술’을 개발한 후 5000여 명의 ‘무모(無毛)’ 환자에게 발모의 기쁨을 안겨줬으니 ‘교주’라고 불리면 또 어떠랴. 150여 명의 국내 의사들과 33명의 외국 의사들이 ‘김정철식 모발 이식’을 배웠고, 현재 세계 20개국에서 그의 모낭군 이식술을 시술하고 있다. 김 교수의 세미나에 한 번 참석한 뒤 “김정철 교수를 사사했다”고 말하는 국내 병원장들이 많을 정도로 그의 명성은 독보적이다.

“어느 병원에선 환자에게 제가 시술한다고 말한 다음 수면 마취를 시킨대요. 환자가 깨어나면 ‘교수님이 바빠서 먼저 가셨다’고 한다는 거예요. 사실 제 ‘정식 제자’는 10여 명밖에 안 돼요. 나머지는 학회나 세미나에 함께 참가한 정도죠.”

‘빛나리 아빠’들, 대구로 대구로



그를 세계적인 탈모 권위자로 만든 모낭군 이식술은 후두부의 두피를 떼어낸 뒤 모낭군을 하나씩 분리해 탈모 부위에 심는 시술. 두피를 박달나무 토막 위에 얹어놓고 외과용 메스를 이용해 모낭군을 분리하는데, 분리한 모낭군은 자신이 고안한 ‘KNU 식모기’에 끼워 심는다. 두피를 떼어낸 자리는 봉합사로 꿰맨다. 이때 생긴 흉터는 뒷머리로 가린다.

“모발은 한 구멍에서 1개씩(단일모) 자라기도 하지만 2~3개씩 군집모를 이루기도 해요. 우리나라 사람의 모발은 단일모가 46%, 군집모가 54%죠. 서양인은 대부분 군집모예요. 모낭군 이식은 자신의 뒷머리 모낭군을 이식하는 것이라 원래 모발 분포상태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어 보기에도 좋아요.”

모낭군 이식술은 두피가 울퉁불퉁해지는 부작용이 있는 펀치 식모술이나, 하나의 모공에서 5~9개의 모발이 자라는 것처럼 보여 부자연스러운 미니 식모술 등의 결점을 보완한 시술이다. 국제모발연구학회 등 각종 국제학회는 새로운 시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해 그에게 상을 주는가 하면, 미국 의사들을 위한 모발 이식술 교과서를 공동 집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두피 조직을 떼어내면 4~5시간 내에 시술해야 생존율이 높아요. 그래서 한 번 시술에 4000개 정도를 심죠. 정상 모발 개수는 1cm²당 120개 정도인데 이식술은 1cm²당 50~60개가 적당해요. 보기에도 자연스럽고 두피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거든요.”

모발이 굵고 직모인 동양인은 모낭군 이식에 적합하지만, 모근이 가는 서양인은 모낭군을 하나씩 분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제자들은 가끔 환자를 재우고 시술하기도 해요. 저는 재우지 말라고 하죠. 환자가 자는 상태에서 시술하면 중노동일 뿐이에요. 환자의 반응도 확인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 수 있으니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죠. 사교 측면에서 봤을 때 골프보다 나아요.”(인터뷰 동안에도 그는 시술 환자 3명에게 안부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허벅지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의 모낭군 이식술

“無毛人 없는 그날까지 도전해야죠”

김정철 교수에게 모낭군 이식술을 배우는 의사들.

워낙 오랫동안 시술하다 보니 환자들의 각양각색 사연도 눈물겹다. 관급 공사를 따내기 위해 만난 공무원에게 “이렇게 사장님이 직접 오시지 말고 실무자더러 오라고 하라”는 말을 듣고 달려온 직장인도 있고, 친구들과 하교하던 딸이 ‘빛나리 아빠’가 부끄러워 못 본 척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수술대에 오른 40대 가장도 있고, 표심(票心)과 대머리는 상극이라며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온 정치인도 있고, 한국에 사업차 방문한 김에 시술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도 있다. 당초 한국에 150억원을 투자하기 위해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인은 모발 이식술을 받은 후 기분이 좋아 100억원을 더 투자했다고 한다. 이렇게 환자들이 밀려들다 보니 3월 말에 진료 신청을 한 사람은 9월경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고, 3월 말에 진료받은 환자는 2011년 1월경에야 시술이 가능하다고 한다.

“남들이 돈방석에 앉았다고 말하면 억울해요. 저는 개원의가 아니라서 대학교수 월급을 받을 뿐이거든요. 시술비(1회 500만~700만원)는 저와 상관없어요. 가끔 집사람이 ‘꿍’해 있을 땐 ‘서울 가서 개원하자’고 농담하죠.”

개원 권유도 많았지만 아직 대학에서 연구할 게 태산 같단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지방 사람들이 전부 서울로 가면 지역 청소년들은 뭘 보고 배우겠나. 청소년들이 대구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달라”는 말을 들을 땐 책임감도 느낀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그를 서울로 ‘스카우트’하려 했을 때도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책임감이다. 그에게 이 대통령의 모발 이식에 대해 묻자 “노코멘트하겠다. 이해해달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건 그렇고, 기초의학 분야인 생화학으로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에게 모발 연구는 왠지 거리가 있어 보였다.

“기초의학 연구비를 확보할 만한 주제를 찾아야 했어요. 그게 바로 ‘털’이었죠. 기초의학은 돈이 없으면 연구 자체가 어렵거든요.”

탈모 인구 1000만명에 1조원대로 성장한 국내 탈모시장을 감안하면 그의 선택은 옳았다. 대학원생 때 우연히 암내수술로 유명한 일본인 의사를 만나면서 겨드랑이 털에 관심을 가진 후 군의관 시절 틈틈이 ‘털 공부’를 했다.

“군부대에 있던 돼지를 유심히 봤어요. 털이 왜 한쪽은 검고 한쪽은 하얀지 궁금하더라고요. 검은 털을 떼어내 하얀 털 부분에 심어봤어요. 사람 머리카락도 이렇게 옮겨 심으면 되겠구나 싶었죠.”

제대 후 수년간의 연구를 거쳐 1992년 자신의 뒷부분 모발 20가닥을 떼어내 허벅지에 심어봤다. 결과는 대성공. 세계 최초의 모낭군 이식술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허벅지에 이식된 털은 한 달에 1cm씩 자란다. 이듬해 박사 후 과정을 의논하기 위해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신현승 교수를 만나면서 또 다른 연구를 시작했다.

“모발을 기초의학 수준에서 연구하려면 분자생물학 차원에서 모발 유전자까지 확실히 알아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모발 이식술을 발전시키면서 대머리 유전자 연구도 시작했죠. 대머리가 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유전자 비교 실험을 통해 지난해 남성형 탈모증의 발생 기전을 구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피부연구학회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실렸다.

“대머리도 가슴 털은 무성해요. 뒷머리도 있고요. 그런데 왜 앞부분만 빠지는지는 미스터리였어요.”

그의 설명을 쫓아가보자. 고환에서 분비되는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5알파-환원효소(5α-reductase)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활성화하는데, DHT는 수염이나 모발을 자라게 하지만 특정 유전자와 만나면 앞머리와 윗머리를 빠지게 한다(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역시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해 DHT 활성을 줄인다). 많은 전문가가 이 특정 유전자를 찾아나섰고, 김 교수는 이 유전자가 DKK-1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DKK-1 유전자는 수염보다 머리 부위에서 증가하는 특성이 있어 탈모를 야기한다. 그렇다면 DKK-1의 활동을 억제하면 탈모 정복은 떼어놓은 당상 아닌가. 세계 의학계가 흥분하기에 충분했다.

“DKK-1 유전자를 억제하는 물질(TG-H7)도 찾아냈어요. 그런데 이 물질이 수용성이라 4.5mm 깊이의 모근까지 침투시키는 게 어렵더라고요.”

연구 끝에 TG-H7에 음이온을 입힌 뒤 음이온 자극을 주는 방법을 고안했다. 같은 전극끼리 서로 밀어내는 힘을 이용해 모근까지 침투시키는 것. 현재는 2mm 깊이에 도달하는 수준이지만, 그는 조만간 모근까지 침투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면 탈모 조기 예방의 길이 열리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는 탈모와 관련된 속설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두피 클리닉 같은 곳에서 샴푸와 두피 관리를 강조하는데, 샴푸와 두피 관리는 탈모와 관련이 없어요. 머리를 감든 안 감든, 두피를 관리하든 안 하든 상관없죠. 관리를 안 해 탈모가 나타난다면 거지는 100% 대머리가 되게요? ‘거지 중에 대머리 없다’고 하잖아요. 맞는 말이에요. 탈모는 유전이니까요. 구기자, 강황, 오미자, 황기 등 탈모에 좋다는 생약성분으로도 실험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無毛人 없는 그날까지 도전해야죠”

김정철 교수가 모낭군 이식술을 위해 고안한 ‘KNU 식모기’와 박달나무(좌). 1992년 직접 자신의 다리에 이식한 머리카락은 요즘도 매월 1cm씩 정상적으로 자란다(우).

“엔조이하고 몰입하면 우연한 발견이 있다”

옛사람들은 대머리가 적었고, 깡마른 북한 주민 가운데 대머리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주로 식물성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식물성 음식에는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하는 성분이 많아요. 요즘 청소년들의 사춘기와 초경이 빨라진 이유도 동물성 음식 섭취가 많아졌기 때문이죠. 그러니 지금은 대머리 유전인자를 갖고 있으면 거의 100% 나타나요.”

그는 정년퇴직 때까지 모근복제기술(모근 줄기세포를 배양해 머리에 심어 자라게 하는 것)과 제모제, 백모치료제, 피부미백제 등 다양한 털 관련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환자 유치에도 적극 뛰어들 계획이다.

“정년퇴직 무렵에 ‘세상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라는 생각이 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봐요. 일을 ‘엔조이’하다 보면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요. 몰입하다 보면 우연한 발견이 있을 테고, 그러면 상은 따라오겠죠. 재밌잖아요.”



주간동아 2009.03.31 679호 (p44~46)

대구=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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