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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어쨌거나 저쨌거나 또 떴시유~

돌아온 최양락 빵빵 터지는 ‘진솔 개그’ 발휘

  • 강일홍 스포츠조선 연예전문기자

어쨌거나 저쨌거나 또 떴시유~

어쨌거나 저쨌거나 또 떴시유~
7080대표 개그맨 최양락(47)이 2009년 ‘예능’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독 빨리 달궈지고 빨리 식는 우리 대중문화의 속도전을 고려하더라도 가히 신드롬 수준이다. 최양락은 연초 ‘야심만만 예능선수촌’(SBS) ‘명랑히어로’(MBC) ‘해피투게더 시즌3’(KBS2) 등 각 방송사의 대표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하며 요즘 말로 빵빵 터지는 예능 솜씨를 선보였다. 유재석도 강호동도 최양락 옆에서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기민한 예능 프로그램 연출자들이 그를 섭외하기 위해 움직였고, 그는 곧바로 10년 가까이 등졌던 TV에 고정 MC로 복귀했다.

벌써부터 예능 판도 변화를 점치는 건 다소 성급하다. 이것도 7080 복고풍의 한 흐름일 뿐이라고 말하는 건 최양락의 깊이와 예능판을 너무 좁게 읽는 것이다. 시간의 층이 쌓여 만들어진 대중문화의 흐름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토크버라이어티의 ‘원조’ 최양락이 정월 한 달 맛보는 계절 음식으로 끝날 것 같진 않다.

유재석을 압도한 최양락의 등장에 10, 20대 시청자들도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세대식 개그에 식상한 중장년 시청자들은 특별한 관심에 반가움까지 더해 그를 환영했다.

긴 세월 팬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던 최양락은 이제 밀물처럼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그는 과연 후배들이 한동안 좌지우지해온 예능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을까.

최양락은 고정 MC를 맡게 된 ‘야심만만’ 첫 녹화 직후 인터뷰에서 “좀 아쉬운 구석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출연자들끼리 말싸움을 유도하고 해프닝을 만들어 당황스런 장면을 연출하는 스타일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그동안 왜 그가 예능에서 외면당해야 했는지에 대한 간접적인 자기 진단이기도 했다.



“저는 상대방의 실수에 의한 웃음보다는 센스 있는 상황 애드리브로 빵 터뜨리는 스타일이에요. 한 번에 모든 걸 뽑아내기보다는 서로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물처럼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게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 거죠. 웃음이 터질 때까지, 자학이든 가학이든 무한경쟁을 시키는 ‘독한 토크’가 난무하면서 시청자들의 입맛을 바꿔버렸다고 할까요?”

최근 그가 가장 많이 받는 ‘독한’ 질문은 ‘유재석 강호동과 경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 경쟁 구도는 무의미하다. 시간과 유행이란 강물을 완전히 거꾸로 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옛것은 추억으로 잠시 맛볼 수만 있는 거다.”

그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설령 말싸움으로 강호동을 이기거나 굴복시킨다 해도 억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현실 인식이다.

‘왕년에’ 강호동이나 유재석은 그의 보조자였지만, 지금은 그가 그들의 고정 패널이다. 그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주변에선 후배들과 부딪치게 돼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하지만 난 편안하기만 하다. 이제부터의 내 개그 인생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기로 치면 강호동을 능가할 만큼 최정점에 서봤던 그다. 그러다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만큼 연예인으로서 자존심을 구겨봤다. 잘나가던 연예인이 어느 날 퇴출됐다고 느끼는 심정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한다. 마냥 낙관적으로 보이는 그에게도 분통 터지는 날들이 왜 없었을까.

최양락은 TV 출연 이후 “가족 앞에 떳떳한 남편과 아빠가 된 것 같아서 좋다”고 돌려 대답한다. “아유~ 아들놈이 워찌나 좋아하는지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난리가 났지유, 뭐.”

길게 여운 남는 풍자로 서민 위로

최양락의 인기를 실감해보지 못했던 아들은 지금 중학교 2학년이다. ‘아빠가 유명해져서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하던 아들이다. 88년 결혼 이후 방송활동보다는 카페 운영 등 부업에 몰두해온 아내 팽현숙의 속앓이도 좀 풀렸다고 한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마누라야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에겐 이런 가족의 기쁨이 격려가 되고 알게 모르게 용기를 북돋아주는지도 모른다. 매일 라디오 방송으로 빡빡한 일정에 쫓기는 최양락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지금 아들과 함께 여의도에 아파트를 얻어 따로 나와 산다. 아내 팽현숙은 여전히 남양주 한강변에서 부업을 하고 있다(중학생 아들의 학군도 고려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성실한 한국형 가장이다).

최양락은 1981년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으며 개그를 시작했으니 30년 가까운 이력을 가진 셈이다. 초기엔 ‘유머 1번지’ ‘쇼 비디오자키’ 등 주로 KBS에서 활약했고, 90년대 SBS 개국 이후론 ‘코미디 전망대’ ‘좋은 친구들’ 등에 출연했다. 명멸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그에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보며 웃었던 ‘유머 1번지’ 같은 온 가족 코미디 프로그램이 가장 큰 자부심이다.

최양락은 시대가 변해도 자신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그는 고수해간다는 생각이다.

“제 개그를 보고 10대나 60대가 열광할 수는 없겠죠. 제 나이 또래의 시청자들이 웃고 즐길 수 있다면 제 소임은 다했다고 말할 수 있지요.”

그는 8년째 진행하는 MBC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통해 이미 이를 실천해왔다고 생각한다.

최양락의 매력은 통쾌한 반전이나 중독적인 유행어에 있지 않다. 충청도 사투리가 다분한 그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그의 개그는 길게 여운이 남는 풍자다. 그저 참고 사는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 한마디씩 혼잣말처럼 던지는 듯한 그의 말 한쪽에 권력자를 꾸짖는 매운맛이 들어 있다. 굳이 웃기기 위해 ‘코너를 짜지’ 않고도 웃길 수 있는 저력이 그에게는 있다. 그의 웃음은 애초부터 말초적인 말장난과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지금 토크쇼에서 보여주는 진솔한 경험담은 최양락이 아니면 개그로 엮어낼 수 없는 것들이다. 마음도 몸도 지친 사람들은 가난했지만 열심히 살았던 ‘헝그리’한 시절을 되돌아보며 최양락이라는 우리 시대의 개그맨을 다시 발견해냈다. 최양락 돌풍은 필연이다.



주간동아 2009.02.17 673호 (p58~59)

강일홍 스포츠조선 연예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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