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3

2009.02.17

“한국인 열정, 위스키 닮았어요”

페르노리카코리아 프랑크 라페르 사장 “폭탄주 문화 이해, 나도 즐겨”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9-02-11 10:5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인 열정, 위스키 닮았어요”

    페르노리카코리아 프랑크 라페르 사장은 “화끈한 애주가인 데다 매사에 열정이 넘치는 한국인들에게서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주류 전문업체 페르노리카의 한국 지사인 페르노리카코리아 프랑크 라페르(42) 사장은 ‘술의 달인’으로 통한다. 로얄살루트,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임페리얼, 앱솔루트 보드카 등 100여 개 유명 주류 브랜드를 거느린 페르노리카그룹에 1991년 입사한 이후 18년간 한 번도 회사를 옮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재직 기간 중 14년을 아시아 여러 나라와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근무하며 전 세계 음주 문화를 익혀온 덕이기도 하다.

    1월20일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 위스키 브랜드 ‘로얄살루트’ 주최 ‘마크 오브 리스펙트(Mark of respect)’ 행사장에서 만난 라페르 사장은 이 행사에 대해 “한국의 문화예술계에서 한 해 동안 가장 존경받을 만한 업적을 남긴 문화인을 선정, 그 공로를 치하하는 것으로 수상자들이 5000만원의 상금 전액을 사회단체에 기부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박찬욱 영화감독, 이어령 교수, 황석영 작가에 이어 행사 4회째를 맞는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지휘자 정명훈(56·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씨는 상금 전액을 햇빛문화환경협회에 기부했다.

    1953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대관식에 헌정하기 위해 특별 제조된 ‘로얄살루트’는 이름 자체에 ‘왕의 예포’란 뜻이 담겨 있다. 국왕이 주관하는 공식 행사에서 21발의 축포를 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름 붙였으며, 브랜드가 표방하는 정신 역시 ‘최고의 업적에 대한 찬사’다.

    매년 한국 문화예술인 시상



    라페르 사장은 지난해 7월 페르노리카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에도 약 4년간(1997~2000년) 한국에서 마케팅 상무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도 익숙하다고 소문난 그는 “한국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열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근무할 때 2002년 한일월드컵을 맞았는데 그곳에서는 한국에서와 같은 열정적인 축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한국인들의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 발달한 음식 문화, 사교적인 성격 등은 프랑스인과도 공통점이 많아 한국이 무척 편하게 느껴집니다.”

    고급 위스키를 맥주에 ‘말아’ 마시는 한국의 폭탄주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우리는 좋은 술을 만들고 판매하기만 한다. 이를 어떻게 즐기는지는 순전히 소비자의 몫”이라고 답했다. 그 역시 한국 친구들, 또 회사 내 영업맨들과 어울릴 때면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

    한국인의 위스키 소비량은 프랑스 스페인 미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 5~6위 수준. 술 종류 전체로 확대해봐도 소비량이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프랑스인들은 매끼마다 술을 조금씩 마시는 데 비해 한국인들은 금요일 저녁 같은 때 몰아서 마시는 것이 큰 차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270명 직원 전체에 25만원 상당의 구두를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슈퍼 프리미엄급’ 술을 마시던 사람이 ‘프리미엄급’ 술을 마시고, 2병 마시던 사람이 1병 마시는 식으로 술 소비량이 크게 줄기 때문에 위스키 업체가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지난해 9월경 위기를 감지한 뒤 늦기 전에 직원들의 사기를 돋우고 다시 함께 도약하자는 의미에서 구두를 선물했다”고 전했다.

    올 여름을 넘기면 위기감이 한 풀 꺾일 것으로 예상하는 그는 “공교롭게 97년 한국 발령 직후에도 외환위기를 겪어 경험적 노하우가 있다”며 “현재는 전 세계 당국이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경기 부양책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1년 내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보람(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댓글 0
    닫기